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류영주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일당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검사들에게 연일 징계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실제 중징계 처분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법적·제도적 절차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정부 '알박기 인사'로 지목된 인물들이 검찰내 감찰 조직에 버티고 있는 데다, 징계의 부당함을 다투는 행정소송 절차가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패소할 경우 역풍이 불가피하다.
물론 검사들의 반발을 이미 '항명'으로 규정하면서 판을 키워놓은 터라 당장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 정치적 수사와 행정적 조치 사이에서 공세 수위를 판단하는 문제가 여권 전체의 과제로 남았다.
대검 감찰부장은 '알박기 의혹'…법무부 감찰관은 공석
통상 공무원 징계는 내부 감찰 조직이 먼저 대상자의 비위 사실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청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검찰의 경우 대검찰청 감찰부 또는 법무부 감찰관이 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할 수 있다.
현재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김성동 검사로, 윤석열 정부 체제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탄핵 기각으로 복귀한 뒤 6·3 대선을 불과 18일 앞두고 임용한 인물이다. 당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정부 알박기 시도"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4월 2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잔여 정부는 여전히 권력을 움켜쥐고, 내란을 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하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 정점에 선 것이 바로 법무부와 대검찰청 감찰직에 대한 알박기 인사"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감찰관은 공석 상태다. 지난 6월 검사징계법 개정으로 징계 청구자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으로 이원화됐지만 징계의 전 단계인 감사 실무를 처리할 담당자가 없는 상황.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무부에는 현재 감찰관이 부재한 상태"라고 밝혔다.
대검 감찰부장을 교체하거나 법무부 감찰관을 새로 임명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청법을 보면 대검 감찰부장은 2년 임기에 연임이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공개모집했으나 응모자가 없어 개방형 재공모를 통해 뽑은 인사가 김성동 감찰부장이었다. 법무부가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여권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현재 법무부에서 감찰하는 것이 여의치 않고,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을 주저한다면 비위 조사 자체가 막힌다"며 "공무원 징계령에 따라 (검사) 징계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조사를 해야 징계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징계해도 불복 절차 남아 있어
연합뉴스이번 사태에 관한 집단 성명을 낸 전국 검사장 18명에 대한 중징계가 정해지더라도 곧바로 징계가 확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사자들이 소청심사나 행정소송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징계에 이의가 있을 경우 30일 이내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행정소송은 소청심사 결정문 정본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할 수 있다.
과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직 2개월이라는 자신의 징계 처분을 재가한 지 하루 만에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아울러 취소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징계 효력을 멈춰 달라는 취지의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그때 서울행정법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윤 총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그는 여드레 만에 다시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이같은 사례를 고려하면 만약 검사장들이 처분을 받으면, 불복 절차를 밟아 직무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징계 무산시 역풍 불가피…與, 돌파구 고심 중
만약 이번 항소포기 사태를 검사들의 '집단 항명'으로 규정하고 검사징계법을 폐지한 민주당이 실제로 검사들을 징계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여권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물론, 검사 출신 한 민주당 의원은 "이름을 대놓고 드러내 이런 처신들을 했는데 (감찰 조직에서) 감출 일이 있겠나. 주동자가 누구인지 등 가담 정도를 확인하는 것 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없다"며 이들에 대한 감찰에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자신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도 "그 당시에 윤석열이 꽂은 알박기 인사라고 해도 이제는 사람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상 검찰이 과거처럼 대놓고 '제 식구 감싸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집단 성명을 낸 검사장 전원을 평검사로 보직 이동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징계법 폐지 추진으로 과열된 여권내 분위기를 수습하는 한편, 검사 징계가 곤란해진 상황에 대비해 퇴로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얼마만큼 어떻게 징계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라며 "검사장들을 중징계했을 땐 보복처럼 비칠 수 있으므로 시행령을 개정해 검사장을 평검사로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