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당시 대량 구입했던 마스크가 유통기한 경과로 대규모 폐기될 우려에 처했다. 유통기한을 넘기기 전 복지시설 등에 무상 방출하자는 제안이 야당에서 나왔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초선, 부산 북을)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정부가 비축한 마스크 3728만장 중 절반가량인 1861만장의 유통기한이 6개월 이내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기한이 6개월 이내인 마스크들은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유통기한이 도래해 대량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절반(1867만장)도 유통기한이 1년~1년 6개월 이내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마스크를 구입한 시점 중 가장 저렴했을 때가 2023년 장당 74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3억 32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수급 불안이 발생하자 '긴급수급조절물자'로 지정, 정부 예산으로 비축용 마스크를 구입해왔다.
2020년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억 5천만장을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5천만장(21년), 7676만장(22년), 2천만장(23년) 등 매년 예산을 사용했다. 동시에 매년 이를 국민들한테 판매하는 등 방출해왔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방출량이 급감했다.
이에 조달청은 기획재정부·식약처·질병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올해 7월부터 마스크 비축 목표량을 일부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대 5300만장 정도를 비축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연말 유통기한 도래로 마스크를 대량 폐기하더라도 비축량을 맞추기 위해 또다시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황진환 기자
신규 감염병 확산을 위해 대량 비축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마스크 비축 운영 방식과 재고관리 체계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훈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수요 급감이 예견됐음에도, 정부가 수요 예측과 재고 조정에 손을 놓은 결과 국민 혈세 수십억 원이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다"며 "비상 상황에 대비한 예비비축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관리 부실로 대량 폐기가 반복된다면 그건 대비가 아니라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어 "마스크 비축이 불가피하다면 단순히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기한이 도래하기 전 복지시설·해외 취약국 지원 등 사회공헌 사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국가비축물자 관리체계를 재점검해 재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짜 효율적 재정운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