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 류영주 기자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4일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마친 이후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우려를 표하며 일부 국무위원들을 회의장에 남도록 했다는 당시 국무위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0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전 총리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계엄 선포 전후 국무회의와 관련한 증인으로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석했다.
안 전 장관은 한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4일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마친 뒤 "해제 회의를 했으니 의결하는 회의가 있어야 한다"며 선포 전 국무회의 참석자들만 불러 모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우리가 형식을 갖춰서 (비상계엄을) 해제시켜 놓았는데 앞에 있던 (계엄 선포 전) 회의가 잘 구성이 안 되면 뒤의 회의가 의미 없을 수 있다는 말을 한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다만 사후적으로 국무회의의 실체적·절차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냐는 특검 측 질문엔 "잘 해제가 됐으니 아까 그 회의는 어떻게 할지 상의하자는 것 같았다. 사후적으로 만들자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했다. 안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이뤄진 국무회의의 절차적 하자로 계엄 해제 국무회의의 법적 효력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한 전 총리의 우려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안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만 참여했다. 안 전 장관은 "라디오에서 비상계엄 선포가 나와서 처음에는 개그 프로를 하는 건가 생각했다가 차관에게 전화가 와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서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고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회의가 끝났으니 귀가하라'는 말에 돌아가던 중 계엄 선포를 접했다고 했다.
조규홍 전 장관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떠올렸다. 조 전 장관은 당일 밤 10시 15분쯤 대통령실 대접견실로 들어갔을 때 이미 윤 전 대통령이 격앙된 목소리로 계엄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취지를 짧게 설명했고,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은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이 대접견실에 도착한 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위해 자리를 뜰 때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이후 참석 확인을 위한 문건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참석 서명 자체가 계엄에 찬성하는 것으로 오해 받을수도 있고, 용산 회의는 회의 목적을 모르고 참석한 것이다. 계엄 선포에 동의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 아니기에 서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서명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전 총리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고도 회고했다. 조 전 장관은 "대통령이 나가고 최 전 부총리가 예의에 어긋날 정도로 따지듯 말해서 놀랐다. 총리께서는 '나도 최선을 다해서 말렸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조 전 장관은 포고령을 계엄 선포 이후인 밤 11시 29분쯤 처음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복지부 내부 보고를 보면서 찬찬히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를 처음 봤고, 내용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전공의 처단' 등 문구가 포함된 경위에 대해선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재판 말미에 "워낙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국무위원의 한사람으로서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것에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특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