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박종민 기자고(故) 채수근 상병이 숨지기 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휴대전화에 해병대원들이 '수중수색'을 벌이고 있는 사진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중수색은 채상병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데, 임 전 사단장은 해당 사진을 참모로부터 보고받고도 "자세히 못 봐 몰랐다"며 책임을 부인한 바 있다.
경찰은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임 전 사단장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이 사진을 직접 저장했다는 것은 수중수색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평가된다.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경찰 수사 결과가 적절했는지,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 다른 요소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채상병 사망 전날…임성근 휴대폰에 저장된 '수중수색 사진'
2024년 6월 21일 일명 '채해병 특검법' 관련 입법 청문회에서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임성근 사단장과 정훈공보실장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MBC 유튜브 캡처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023년 7월 18일 오전 사진 1장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해병대 1사단 제3포병대대 장병들이 경북 예천군 감천면의 한 하천에서 산사태 실종자를 수색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다.
사진 속 해병대원들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무릎 높이까지 오는 물 속에서 곳곳을 찌르는 이른바 수중수색을 진행 중인데, 거친 물살이 사진 상으로도 드러난다.
임 전 사단장은 당일 오전 6시쯤 공보 참모로부터 이 사진을 카카오톡 메신저로 보고받았다. 공보 참모는 사진을 보내면서 '신문 1면 보도'라는 문구와 함께 해당 사진을 보도한 언론사를 나열했다.
약 1시간 뒤 임 전 사단장은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뤄졌구나"라고 답한다. 이튿날 채상병은 수중수색을 하다가 급류에 휩쓸리고 만다.
임 전 사단장이 사고 전부터 해병대원들의 수중수색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인데 그는 일관되게 부인했다.
참모가 '수중수색 사진' 보냈지만…"자세히 못봤다"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을 방문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출입문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6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해병특검법 청문회에 출석해 '순직 해병이 수중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언제 알았느냐'는 물음에 "(2023년) 7월 19일 19시경"이라고 답했다. '사망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는 것인가'라는 질의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특히 임 전 사단장은 수중수색 사진을 보고받은 것에 관해선 "전체를 자세히 보지 못해서 사진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를 수사한 경북경찰청도 지난해 7월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송치했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을 지시하지 않았으며, 그의 지시를 제11포병대대장이 오해해 임의로 수중수색으로 수색 지침을 바꿨다고 판단했다.
또 임 전 사단장이 보고받은 사진은 모두 12장이며, 1장뿐인 수중수색 사진을 특정해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의 수중수색에 대한) 미인식과 포병대대장의 임의적인 수색 지침 변경으로 인한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고 전 수중수색 인식 정황…'임성근 불송치' 경찰 도마 위
그러나 해병특검이 확보한 임 전 사단장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그는 공보 참모가 보낸 수중수색 사진을 다운로드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저장 시점은 사진을 보고받은 당일 오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단장이 적어도 사고 전 수중수색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또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단서였던 셈인데,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사진 저장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바로 잡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지난 8월 김철문 전 경북경찰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청장은 '수사 방향과 관련한 외부 지시가 있었는가'라는 물음에 "없다"고 답했다.
지난 9일에는 이용민 전 해병대 제7포병대대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경호 변호사가 특검에 출석해 경찰 수사의 문제점, 수중수색 인식 여부와 관련한 사실관계 등을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