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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간송미술관' 관장, 사기 혐의 피소…정산금 미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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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 올해 4월까지 DDP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참여한 제작업체들 계약금액 약 80% 정산 못 받아
업체들, 서울 중부경찰서에 전 관장 사기 혐의로 고소
손해배상 소송·공정거래위 분쟁조정 신청까지
전 관장 측 "사업이 실패한 것뿐 사기 의도 없어"

'간송 전형필' 선생의 장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이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그가 주최했던 전시회에 참여한 제작업체들에게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아서다. 정산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은 전 관장 측에 47억 원 규모의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쓰리헤드하트핸드 등 4개 제작업체는 지난 10월 전 관장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전씨가 주최한 전시회에 제작업체로 참여해 작업을 수행해지만, 정산금을 지급 받지 못해서다.

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이 연 미디어 아트 전시 포스터. 홈페이지 캡처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이 연 미디어 아트 전시 포스터. 홈페이지 캡처
문제의 전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던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구달바별)' 미디어아트 전시다. 간송문화재단과 한 언론사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등이 후원했다.

전 관장은 개인회사 '케이엠엠아트컨설팅'을 통해 해당 전시를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다. 간송미술관의 소장 문화재인 <훈민정음해례본>, <미인도> 등이 미디어 기술로 새롭게 해석돼 전시됐고, 전통 미술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좋은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흥행에는 철저히 실패했다. 전 관장 측에 따르면, 약 60억 원 정도가 투자됐지만, 40억 원 이상 적자가 났다. 결국 해당 전시의 콘텐츠를 만든 제작업체 4곳은 전시가 끝난 지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관장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총 계약금액은 약 16억 5천만 원인데, 이중 13억 5천만 원이 미지급 상태다. 전체의 약 80%에 달하는 금액이 정산되지 않은 셈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전시에 구조물과 영상 등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용역 계약을 전 관장과 맺었다. 전시에서 벌어들이는 티켓 수익을 지분율에 따라 매달 정산 받고 올해 5월 15일까지 남은 대금을 모두 정산받기로 했다. 쉽게 말해 티켓이 잘 팔릴수록 매달 지급받는 금액이 커지는 구조다. 당초 7월에 개관하기로 했던 전시가 전 관장 측의 내부 사정으로 3주 연기되면서 발생한 금액도 추가로 계약했고, 전시 흥행에 따라 흥행보수(러닝게런티)도 받기로 했다.

전씨를 고소한 제작업체 측은 전 관장이 정산 구조와 수익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기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전 관장은 전시대행사 '간송랩' 대표에게도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이 걸려 패소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시 티켓 수익금이 입금되는 사업 통장이 압류됐고 일부 수익금이 빠져나갔다. 업체들은 이같은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제작업체 측은 전 관장이 티켓 판매 구조도 은폐한 정황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전 관장은 전시 티켓판매대행사 '인터파크' 외 또다른 티켓 판매대행사들과도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제작업체 측은 "다른 업체에 티켓 판매금의 절반을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었는데, 이런 사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그제야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전 관장이 정산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전시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게 제작업체 측의 의심이다. 제작업체 측과 전 관장 측에 따르면, 전 관장은 해당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약 30억 원을 대출받고 전시투자사로부터도 20억 원가량을 투자받았다. 제작업체 측은 "이런 재무 상태를 알았다면 대금을 추후에 정산받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콘텐츠 제작 현장. 제작업체 측 제공전시 콘텐츠 제작 현장. 제작업체 측 제공
정산이 늦어지면서 제작업체는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한다. 쓰리헤드하트핸드 이상훈 대표는 "우리 업체는 직원 4~5명 규모의 영세한 콘텐츠 제작사인데, 현재 직원들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모두 프리랜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매년 2월 대기업과 영상제작 협력업체 연장 계약을 하는데, 연장 조건에는 신용도가 중요하다. 정산이 안 돼 이미 신용 등급이 강등된 상황인데, 계약에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이 크다"고 걱정했다.

이 대표는 "국가 문화유산의 가치를 현대적 방식으로 알리는 일이라 자부심을 가지고 참여했고, 4개월간 콘텐츠 제작에 전념했다"며 "수차례 정산 논의를 전 관장에게 요청했으나, 전 관장은 변제방법에 대해 회피하거나 답변을 미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정부로부터 공적 자금과 신뢰를 받아온 간송미술문화재단이라 믿고 계약했는데, 전 관장의 재정 상태는 뒤늦게 알았다"고 덧붙였다.
 
전 관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제작업체 4곳 외에도 전시투자사, 티켓판매대행·홍보업체 등도 모두 정산금을 지급 받지 못해 전 관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건 상태다. 합하면 소송 규모는 약 47억 원이다. 약 20억 원대의 소송을 제기한 전시투자사는 전 관장이 그 일가와 공동 소유하고 있는 유물 '청자상감운학문매병'에 가압류를 신청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제작업체 측은 지난 7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분쟁 조정 신청을 했고, 9월에는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현 상황을 담은 내용의 탄원서도 제출한 상태다.

전시 현장 모습. 제작업체 측 제공전시 현장 모습. 제작업체 측 제공
전 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시 사업이 잘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저도 실패할 줄 몰랐다. 개인적으로도 현재 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기의 의도는 정말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 관장은 "이번 전시가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러 지자체들과의 협력 사업, 해외 진출 사업 등도 계획하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이 잘 돼서 미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10월 해당 고소장을 접수하고 전 관장을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오는 11일 전 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전 관장이 운영하는 간송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으로,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가로서 우리나라 문화재를 수집해왔던 '간송 전형필' 선생이 1938년 간송미술관의 전신 '보화각'을 세웠다. 상당수의 국보급 문화재가 전형필 선생 일가 소유로 간송미술관에 보관돼 있다. 전 관장은 현재 간송미술관·대구간송미술관 관장,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 학교법인 동성학원 사무국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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