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KBS 탐사 보도프로그램 '추적60분'의 갑작스러운 불방 사태에 제작진들이 항의했지만 사측은 여전히 편성을 취소하겠단 입장이다.
'추적60분' 제작진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추적60분' 정상 방송을 촉구했다. 방송 당일인 이날 아침과 점심에는 사내에서 제작진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가 피케팅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방송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편성본부 내에서 '추적60분' 편성 삭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계엄의 기원 2부작의 마지막 편인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이 그 대상이었다. 제작진은 이번 방송을 위해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시위 현장에 나타나는 인물을 통해 가짜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가짜뉴스가 어떻게 펴졌는지를 세밀하게 취재했다. 이미 유튜브에 오늘(28일)로 방송 날짜가 고지된 상태였는데도 결국 편성은 갑작스럽게 삭제됐다.
제작진은 "처음 들었던 이유는 3월 1일 방영 예정이었던 '다큐온' 3·1절 특집 내용이 좋아 하루 일찍 방송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3·1절에 맞춰 준비됐던 그 방송은 당연히 원고의 시제가 3월 1일에 맞춰서 제작된 상태였다"라며 "편성 삭제의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3월 1일 광화문과 여의도에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추적60분' 방송이 극우단체를 자극해 그들이 KBS로 몰려와 난동을 부릴 것이 걱정된다는 설명이었다"라고 사측에서 밝힌 편성 삭제 이유를 전했다.
이어 "경영진은 뚜렷한 근거가 없는 예측, 즉 여의도에 몰린 시위 인파가 폭도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예상에 근거해 방송을 연기한 것"이라며 "공영방송인 KBS가 일부 폭력성향 단체들의 공격이 두려워,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 맞나. 마치 서부지법 사태를 예측한 판사들이, 난동을 피하고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결정을 미루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사측의 의견이 방송 하루 전 편성을 삭제할 정도로 긴급한 사유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도 "편성 삭제 논의 과정에서 국장·CP를 포함한 교양다큐센터의 제작진은 철저히 배제됐다. 아직도 제작진은 3·1절 다큐멘터리가 좋아서 방송을 하루 당겼다, 3월 1일 여의도에 모인 10만 시위대가 두려워 방송을 연기했다는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 납득할 수 없는 편성 삭제 결정을 되돌려 달라"라고 강조했다.
KBS PD 협회 역시 '추적60분'의 비상식적인 불방 조치를 규탄했다.
같은 날 KBS PD 협회는 "사측은 제작진과 그 어떤 상의도 없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편성 삭제를 통보했다. 특정 세력의 협박성 발언을 근거로 'KBS 전체가 물리적 위협을 당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생기면 방송에 대한 위협을 가하려는 세력을 막아야 하는 것이 회사의 역할 아닌가. 하지만 지금 회사는 막아서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다큐온' 제작진도 이 같은 편성 변경에 동의한 바 없다는 전언이다.
KBS PD 협회는 "제작진은 3·1절 특집 다큐멘터리를 3월 1일 당일에 방송할 예정으로 제작했다. 자막과 원고에 '오늘'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미 제작을 마친 상태였다. 방송 날짜를 하루 앞당겨야 한다는 연락에 담당 프로듀서는 원고 수정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라며 "편성 변경 연락 시각은 오후 4시, 프로그램 파일이 입고된 시각은 오후 7시이다. 담당 프로듀서가 보여준 적이 없는 3·1절 특집 '다큐온'을 도대체 어떻게, 어디서 확인했는지 묻고 싶다"라고 반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KBS본부는 '추적60분' 불방 사태에 박장범 사장 체제의 경영진이 깊게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본부는 "'파우치' 박장범 체제 사측이 다시금 내란 동조 세력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라며 김현기 멀티플랫폼센터장이 편성 삭제를 지시한 주체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 직전에 이처럼 무도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방송의 편성에 관여하는 행위가 과연 김현기 멀티플랫폼국장 한 명의 결정으로 가능한 일인지도 의심이 든다. 실제로 편성 삭제가 이뤄진 당일인 어제, 임원회의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라고 짚었다.
편성 삭제 이유로 '극우 세력의 폭력사태 가능성'을 운운한 것에 대해서도 "취재와 제작을 마다하지 않은 제작진을 지켜주고, 외부의 부당한 공격을 막아내야 할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라며 "이러니 국민들이 공영방송 KBS를 향해 '파우치 방송' '내란 동조 방송'이라 손가락질 하는 것이다. 이번 편성 삭제 건은 명백한 편성규약 위반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제작자율성 파괴행위"라고 일침했다.
이처럼 거센 내부 반발에도 KBS 사측은 '추적60분' 편성 취소를 번복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KBS 사측은 '추적60분' 편성 삭제 이유와 관련해 별다른 해명 없이 "내일 3·1절을 앞두고 오늘(28일) 밤 10시, '다큐온 3·1절 기획 - 잊혀진 독립운동가 태극기'를 편성했다"라며 "이에 따라 동시간에 편성된 '추적 60분'의 편성은 순연됐다"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