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수지 유튜브 영상 캡처개그맨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가 배우 한가인을 향한 조롱 등 논란을 촉발시켰지만 여전히 당사자는 침묵을 지키며 2편 영상을 올려 혐오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이수지는 지난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학원 라이딩(학원 순회) 등 강남 엄마들의 하루를 실감나게 묘사한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엄마라는 이름으로'(이하 '대치맘' 패러디) 2편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은 하루 만에 2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1편처럼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날 배우 한가인은 자신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를 비공개했다.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 1편 영상을 본 일부 누리꾼이 한가인의 영상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그와 자녀들을 향해 각종 조롱과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다. 한가인은 자녀들이 받을 상처를 우려해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영상 속 자녀 이름 등 유사성을 짚으며 이수지가 한가인의 영상을 참고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수지가 무엇을 의도했든, 패러디 영상 여파로 직접적인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 그러나 이수지 측은 "개인 유튜브 계정이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 이후로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더욱이 이수지는 아무 대응 없이 후속 영상을 올려, 한가인이 받은 피해나 각종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만약 이수지가 이를 염두에 뒀다면 패러디 영상들에 달린 한가인 관련 댓글 관리나 자제 당부라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과열된 사교육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때문에 개그계에서 이를 두고 나온 풍자도 많다. 이수지 역시 조기 사교육에만 치우친 사회 현상을 풍자하는 과정에서 강남 학부모, 그 중에서 자녀 양육 중심에 있어 직관적으로 모사하기 쉬운 '강남 엄마들'을 주인공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양육 중심이 아닌 '강남 아빠들'은 모사 집단이 되기 적절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모든 창작물이 본래 의도대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받아들이는 여론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가 변질되기도 한다. '대치맘' 패러디 이후 '사교육 폐해'보다 '강남 엄마들'에 초점이 모였다. 이들이 공유하는 외적 특징, 이를테면 고가 브랜드 패션 아이템, 말투, 행동 등이 일일이 타자화·희화화되면서 혐오·조롱 정서가 확산됐다.
실제 패러디 영상 아래에는 '남편 재력으로 편하게 사는 아내'라며 이들에게 성적 모욕을 일삼는 댓글들이 난무했다. 일각에서 '대치맘' 패러디가 결국 '된장녀' '맘충' 등과 다르지 않게 여성 대상의 새로운 혐오·왜곡 프레임을 낳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속사의 답변에 따르면 '대치맘' 패러디는 온전히 이수지 '개인'의 책임에 따른 콘텐츠다. 그렇기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논란은 뒤로 하고 화제성만 누리긴 어렵다. 한편으로는 막대한 파급력이 있었기에 이 같은 논란도 뒤따르는 셈이다.
그럴 의도가 없었더라도 직접적인 피해와 의혹이 발생했다면 이제는 회피가 아니라 책임을 다할 시점이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그가 고심했을 '대치맘' 패러디는 혐오 정서 확산에 이용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