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A(24)씨가 몰았던 경차가 인도에 반쯤 걸쳐 있다. 이준석 기자"사람들이 '칼부림이다'라고 소리치면서 도망가고 있었어요. 쓰러져 있는 여성분은 바지 절반이 다 젖을 정도로 피를 흘리고 있었고요."
3일 오후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 플라자 백화점 근처를 지나던 음모(19)군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오후 8시쯤 백화점 앞 버스 정류장에는 흉기 난동을 벌인 A(24)씨가 몰았던 진주색 모닝 차량이 인도에 반쯤 걸쳐 있었다.
A씨는 이 차량을 타고 쇼핑몰 인근으로 접근한 뒤, 인도로 돌진해 지나가던 시민들을 그대로 덮쳤다. 바람이 빠져 있는 운전석 바퀴와 떨어져 나간 사이드 미러의 흔적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사이드 미러. 이준석 기자차량이 있는 곳에서 100m가량 떨어진 상점가 반대편 도로에는 사이드 미러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당시 A씨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곳을 지나던 여성의 다리 부분을 흉기로 찔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큰 소리가 났는데, 처음에는 술 마신 운전자가 사고를 낸 줄 알았다"며 "근데 보니까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여자 다리에 피가 솓구치고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진 지 10여일 만에 또다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공포에 빠졌다.
주민 강모(54·여)씨는 "아침, 저녁마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인데, 설마 여기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며 "멀쩡히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해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임모(46)씨도 "이런 일이 또 반복되니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길도 다니기도 무섭다"며 "건장한 남성인 나도 이렇게 무서운데 여성이나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울지 더 걱정이다"고 했다.
차량으로 사람 덮치고, 흉기 휘두르고…CCTV에 담긴 범행
경찰이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분당구 서현동 AK 플라자 백화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준석 기자사건 발생장소인 서현역 AK플라자 분당점 내부 폐쇄회로(CC)TV에는A씨의 범행 장면이 담겼다.
CCTV 영상을 보면 이날 오후 5시 56분쯤 검은 후드티에 흰색 모자 차림의 A씨는 겁에 질려 도망치는 시민들을 쫓아간다. 그는 앞서가는 한 시민을 따라잡자 등 부분을 흉기로 한 차례 찔렀다.
A씨는 CCTV 시야각을 벗어나기 전까지도 시민들을 쫓아가며 흉기를 휘둘렀다.
또다른 현장 영상에는 A씨가 흉기를 든 채 쇼핑몰 1층 로비를 지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왼손에 흉기를 든 채 좌우로 주변을 살피며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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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A씨는 쇼핑몰 2층과 연결되는 외부 육교부터 건물 1층 로비까지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중인 피해자는 14명으로 차량에 치인 시민이 5명, 흉기에 찔린 시민이 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5분쯤 현장에서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A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망상 등을 호소하면서 진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해 마약 간이 검사를 실시했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음주 상태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현재 배달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