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박종민 기자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선고유예' 전력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당시 기소한 검사와 재판을 담당한 판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20년이 지난 사건으로 기억에 한계가 있다"는 해명이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사실상 처벌을 면하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도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점이 대표적이다. 당시 공판을 담당한 사람은 박기동 검사(사법연수원 30기)로,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며 최근 검찰 인사에서 서울 중앙지검 3차장에 임명된 인물이다.
박 후보자가 음주운전에 적발됐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도 선고 유예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에 박 후보자 측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연합뉴스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01년 박 후보자의 음주운전 적발 건에 대한 정식 재판을 담당한 판사는 이성구 법무법인 시그니처 변호사(사법연수원 21기), 공판을 담당한 검사는 박기동 서울 중앙지검 3차장이다.
이 변호사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판사, 박 3차장은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초임 검사였다. 양 측은 모두 당시 사건과 재판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0년 가까이 됐고 교통 재판은 엄청 많아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며 "판결문에 지금은 양형 이유를 자세히 적는데 그 시절까지는 살인, 무기징역 등이 아니면 양형 이유를 잘 안 썼다"라고 밝혔다.
이어 "교통, 음주 등 70%가 그런 재판이고 선고했던 것이고 박 후보자 건은 주요 사건도 아니었다"며 "1년에 1500건씩 선고하는데 아주 특수한 사건이 아니면 기억을 못한다. 선고유예를 왜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시 공판 검사를 보니까, 쌍방이 항소를 안 해서 끝났다"며 "그쪽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동 3차장 역시 통화에서 "초임검사 시절인데 솔직히 아무런 기억이 없다"며 "그때는 공판 검사로서 재판부를 3개 정도 담당했을 것인데 사건이 엄청 많았고, 이 건이 보도 되고 나서도 내가 담당 검사인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측으로 그때와 지금은 법 적용이 많이 다르다"며 "지금은 윤창호법 등 때문에 형량이 강화됐지만 당시에는 아마 인식이 달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또 추측컨대 그때는 검사들이 기소유예도 많이 했었다. 숙취 운전이나 후진 좀 하고 그런 것들"이라며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 지금 잣대로 보면 이상한 것은 맞다. 정말 기억이 안나 추측성으로 밖에 말씀을 못 드려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7일 여의도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당시 사건, 재판 담당자들이 재차 "기억이 안 난다"라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여러 의문점은 여전한 상태다. 무엇보다 선고유예라는 1심 판결을 받고도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점이다. 선고유예는 범행이 경미한 범인에 대해 일정한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실상 처벌을 면해주는 판결에도 검사가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는 건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취 상태인 박 후보자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0.251%)에도 선고유예가 됐다는 점 역시 미스터리다. 20년 전에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현재보다 관대했다 하더라도,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상황을 감안하면 선고유예 판결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박 후보자의 운전 거리가 상당하다면 선고유예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박 후보자 측은 음주운전 적발 당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청문회에서 말씀 드리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지난 2001년 12월 17일 오후 11시쯤 서울 중구 일대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251%로, 당시 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 2.5배 높은 수치였다.
검찰은 이듬해 2월 18일 박 후보자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박 후보자 측은 벌금형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같은 해 9월 12일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