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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5차 최고가격 오늘 발표…기름값 올릴까 동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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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8일 0시부터 적용될 5차 최고가격 발표 예정

두 달째 이어진 최고가격제에 정유사 손실 보전 부담 확대
폐지 땐 기름값 급등 우려…파키스탄선 종료 후 66% 폭등
재정 부담 고려하면 인상 필요하지만 물가 자극도 부담

4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 날인 지난달 24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2,000.1원으로 전날보다 0.2원 올랐다. 경윳값이 2천원을 넘어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고유가가 이어졌던 지난 2022년 7월 27일(2천6.7원)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휘발유 가격 역시 0.4원 상승해 2,006.2원으로 집계됐다. 황진환 기자4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 날인 지난달 24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2,000.1원으로 전날보다 0.2원 올랐다. 경윳값이 2천원을 넘어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고유가가 이어졌던 지난 2022년 7월 27일(2천6.7원)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휘발유 가격 역시 0.4원 상승해 2,006.2원으로 집계됐다. 황진환 기자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 중인 가운데, 정부가 7일 5차 최고가격을 발표한다. 재정 적자 심화로 폐지를 위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전쟁 장기화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가격 산정을 두고 정부는 고심하는 분위기다. 국제유가와의 격차로 정유사 손실 보전액이 불어나 최고가격을 인상할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최근 물가 상승 흐름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폐지설에도…중동 상황 고려해 5차 최고가격 발표 가능성


산업통상부는 8일 0시부터 적용되는 5차 석유 제품 최고가격을 이날 오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최고가격제 폐지 목소리도 나오지만, 최근 중동 사태가 심화하면서 당분간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고가격제는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고강도 정책으로 단기 대책의 성격이 짙다. 국제유가와 최고가격의 차이만큼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 주는 구조인 만큼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부담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전쟁이 종료되거나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최고가격제를 종료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 부담이다.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지 두 달이 돼가면서 정유사 손실 보전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3조 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정부는 4조2천억 원 규모의 목적예비비를 편성한 상태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보전액이 조만간 정부 예산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이 때문에 정책 폐지를 위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갑자기 최고가격제를 폐지할 경우 석유 제품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할 수 있다. 그동안 억눌렸던 가격이 한꺼번에 시장에 반영될 경우 소비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정부 고시가격으로 동결했다가 정책 종료 이후 휘발유 가격이 66% 급등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중동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최고가격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민간 선박의 통항 지원을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중단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이어지고 있다. 종전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가격 방파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최고가격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동 전쟁 상황이 얼마나 빨리 달라질 것인지다"라며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가는 상황인데, 만약 유가가 계속 이 수준이라면 정부는 여러 정책을 종합해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책 유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또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와의 면담 결과를 언급하며 "IMF 부총재가 한국이 굉장히 모범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이렇게 (석유 제품 가격 안정을) 잘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고가격제로 기름값이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평가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재정 부담 고려하면 가격 올려야…올리면 물가 상승 우려


다만 가격을 올릴지 동결할지를 두고는 정부의 고민이 깊다.

정부 재정 부담을 고려하면 최고가격을 인상해 국제유가와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 최근 국제유가는 휴전 기대감으로 일시 하락했다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한국 해운사 HMM이 운용하는 화물선 '나무호'에서 폭발이 발생하는 등 호르무즈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유가가 반등하는 흐름이다.

특히 이번 달부터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5월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4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쟁 이후 두 달 동안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등으로 국제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은 없었지만, 향후 재고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충재 연구원은 "5월부터는 정유 설비 가동 차질보다 원유 재고 감소에 따른 공급 차질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잉여 설비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17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보고서는 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7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전망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도 최고가격을 인상해 재정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최고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최고가격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가데이터처가 전날 발표한 '2026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로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여기에는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1.9% 급등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재정경제부 이형일 1차관은 "최고가격제 시행과 유류세 인하 영향으로 4월 물가상승률이 1.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치가 없었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에 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정부가 두 차례 최고가격을 동결한 것도 이런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종합적인 사항을 고려해 최고가격제를 두고 심사숙고하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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