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화하는 국민의당 천정배, 안철수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왼쪽부터) (사진=윤창원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올해도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물병세례 등 지난해와 같은 불상사는 없었지만 일부 추모객들은 거친 욕설과 야유를 퍼붓는 등 여전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한 20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23일 오후 1시 30분쯤 행사 참석을 위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았다.
안 대표가 차에서 내려 추도식장으로 향하자 일부 추모객들은 "무슨 염치로 여기에 왔냐" "전라도로 가라 XX야" 등 욕설과 비난을 쏟아냈다. 일부는 "지역주의 선동하는 안철수는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안 대표는 그러나 험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추도식 행사장까지 이동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굳은 표정으로 뒤를 따랐고 천정배 공동대표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추도식이 진행되면서 야유는 잦아들었지만 안 대표는 행사 내내 웃음기 없는 표정이었다. 왼편에 앉은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와도 단 한마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봉하마을 입구 한켠에 걸린 '안철수 대표의 봉하마을 방문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 친노일동'이라는 현수막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오후 2시55분쯤 추모행사가 끝나고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기 위해 이동할 때는 경호원들이 우산 5~6개를 펴들고 안 대표를 근접 경호하기도 했다.
그나마 물병과 달걀 등은 날아들지 않았다. 그러나 "니가 여기 왜 왔냐?" "대권 욕심에 눈 먼 안철수 물러나라" 등 일부 추모객들의 거친 언사가는 다시 되풀이됐다.
추모객들 사이에서는 "참배하러온 손님이니까 이제 그만하자"며 말리는 이도 있었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는 추모객들로부터 "힘내라"는 응원을 받았다.
안 대표 뒤를 이어 묘역 참배에 나선 문 전 대표에게 추모객들은 "문재인 대통령" "야당의 힘을 보여주세요"라고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고인의 '마지막 비서관'인 더민주 김경수 당선인이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적인 언행에 대해 불만이 있는 분이 오더라도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줄 것을 당부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