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상상하기 싫은 상상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 때 이랬다면…?'을 질문하면 그 일이 지닌 속성과 경중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윤석열 내란우두머리 1심 선고를 앞둔 지금도 그 중 하나다.
"12·3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윤석열과 내란세력이 꿈꿨던 그림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12·3 비상계엄 선포문과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참고가 된다. 윤석열은 우리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취급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눈에 힘을 줬다. "비상계엄을 통해 대한민국을 재건하겠다"고도 했다. 계엄사령부는 포고령 제1호에서 일체의 정치활동과 허위선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도록 했다.
내란이 성공했다면 과거보다 혹독한 독재가 등장했을지 모른다. 시민들의 민주의식이 커진 만큼 누르는 힘도 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국가세력 처단이라는 미명 아래 주요 정치인과 양심세력에 대한 체포·구금·테러가 자행됐을 것이다. 저들의 부정선거음모론과 선관위 침탈을 떠올린다면 대한민국 재건을 기치로 국회와 선거제도 등 민주주의 기본 원리를 붕괴시키려는 폭거도 자행됐을 것이다. 저항하는 시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회혼란과 분열이 극에 달해 경제 파탄과 대외 신인도 추락도 충분히 예견된다.
언론에는 재갈을 물렸을 것이다. 공포정치에 따른 언론의 자기검열도 횡행했을지 모른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를 취했을 때에는 이른바 '언론계 정화계획'에 따라 언론통폐합 조치가 단행됐고, 이로 인해 CBS는 7년간 보도기능이 박탈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방송사 관계자들이 보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판결이 1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형사 대법정에서 내려진다.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피고인을 풀어주는가 하면 추상같아야 할 재판부의 전형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재판 스타일에 국민들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내란 수괴의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 뿐인 것은 헌정질서의 안정성 확보 때문이다. 특히 친위쿠데타라는 점과 반성하지 않는 태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극우세력을 선동하는 행태 등을 볼 때 1심 선고는 사형으로 더욱 무겁게 단죄돼야 마땅하다.
사법의 효용성은 재발방지에 있다. 더욱이 국헌을 어지럽힌 범죄자라면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상상이 현실화되는 것 자체가 국가의 비극이란 점을 되새긴다면 제2의 윤석열이 유사한 사례를 꿈꾸거나 감행하지 못하도록 단죄하는 건 사법부가 짊어진 의무에 해당한다.
이번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때 벌어진 일들이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하는 지 여부인데,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을 뒷받침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한덕수 전 총리 재판부와 이상민 전 장관 재판부는 각각 조지호 전 경찰청장,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을 받아들여 국회를 장악하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윤석열의 지시를 인정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문 앞에 경찰 버스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면 대국민 반역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위로부터의 내란'을 더욱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친위 쿠데타의 성공 가능성과 위험성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12·3 내란 이전까지 전세계에서 벌어진 45건의 친위쿠데타 중 42건이 성공했다고 한다.
사법부의 심판은 내란세력과 군·공무원·국민, 나아가 전세계에 보내는 시그널이다. 재발방지 의지와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사형 선고를 기대한다. 엄정하게 단죄해야만 형사사법 시스템이라는 정상적 틀을 통해 헌정질서를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반성도 없이 계몽령을 되풀이하는 내란주도세력을 준엄하게 심판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윤석열'에 길을 터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때의 '윤석열2'는 12·3 실패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 치밀하고 더 잔혹한 방법으로 내란을 준비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