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적절한 표정을 채팅 창에서 쓸 수 있다면 그깟 돈 2천원이 대수랴. 돈을 내고 이모티콘을 사는 요즘이다.
피처폰(2G폰) 시절에는 '^-^', '@_@'와 같이 자판 부호를 이용한 표정의 이모티콘이 전부였으나, 스마트폰 시대에는 캐릭터 모양의 이모티콘이 대세로 떠올랐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에도 세대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에서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 세대 간 차이가 발견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빈도로 따지면 20대가 장년층(44∼54세)보다 이모티콘을 5배 많이 사용하며,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맥락도 20대(상황묘사)와 장년층(단순 의사전달)이 달랐다.
2일 한양대 디자인학과 영상디자인전공 박사과정의 이혜경 씨가 한국브랜드디자인학연구에 게재한 논문 '인스턴트 메신저 이모티콘 사용에 있어 20대와 장년층의 특성비교연구'를 보면 이러한 결과가 소개됐다.
이 씨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평균 21.0세의 남성 5명과 여성 5명 등 20대 10명과 평균 51.2세의 남성 5명과 여성 5명 등 장년층 1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하루에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인원수는 20대가 9.9명, 장년층이 12.4명으로 장년층이 많았지만, 이모티콘 사용횟수는 20대가 눈에 띄게 많았다.
20대는 이모티콘을 하루 평균 24.5번 사용했으며, 장년층은 5분의 1 수준인 5.1번 이모티콘을 썼다.
일주일에 2회 이상 사용된 이모티콘 개수도 20대가 203개, 장년층은 19개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상황적 맥락에도 세대 간 차이가 있었다.
20대는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려는 감정이 풍부하고, 다양했다. 아울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한 이모티콘의 사용이 잦았다.
예를 들어 20대는 상대방을 째려보는 캐릭터 이모티콘을 ▲ 눈치를 볼 때 ▲ 삐쳤을 때 ▲ 의심할 때 ▲ 미심쩍을 때 등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했다.
20대가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은 배고픔, 피곤함, 공부 중 등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는 특징도 있었다.
즉, 굳이 글로 설명하지 않고 이모티콘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반면 장년층은 상황을 묘사하기보다는 대화 중 동의, 격려, 칭찬 등 자신의 뜻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썼다.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하는 20대와 달리 누가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너무 가볍거나 장난스럽거나 하는 이모티콘은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잘 사용하지 않지. 이모티콘에 글자가 들어 있으면 전달이 확실해서 좋다"고 인터뷰에 응한 한 장년층은 말했다.
장년층에서는 화, 슬픔,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은 쓰이지 않았다 점도 눈에 띈다고 이씨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