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바람 타고 눈앞까지 오더라니깐." 산불로 자욱한 연기가 가득 찬 고창군 성내면 덕산리의 한 야산을 찾은 것은 25일 오후 5시쯤.
물바구니를 매단 수십 대의 헬기가 쉴 새 없이 야산에 물을 퍼부었다. 대원들은 가늠도 되지 않은 길이의 호스를 잔불에 쏘아댔다.
발화지점에서 직선거리 약 2km의 인근 마을 주민들은 정자에 앉아 "(이웃의)집이 싹 다 불탔다" "우리집은 창고만 탔다"고 말하는 등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후 2시 15분쯤 고창군 성내면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읍 금동마을 비롯해 인근 마을 5곳의 주민 35명이 인근 정읍 소성교회와 소성초등학교로 대피했다.
고창 산불로 불에 탄 정읍 금동마을의 한 주택. 심동훈 수습기자화재 발생 후 약 3시간이 지나 초진이 완료됐지만, 발화지점 인근엔 여전히 뿌연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또 집채만 한 시제(음력 2월과 5월 등에 지내는 제사) 건물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고창소방서 현장대응팀장 A씨는 "건조한 날씨 속에 강한 바람까지 있어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며 "바람을 타고 날아간 불씨가 인근 마을까지 번져 자칫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창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정읍 금동마을을 덮쳤다. 마을 주민들은 불길이 점차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다 군청 직원들의 안내로 초등학교 강당과 교회로 옮겨졌다.
정읍시 금동마을 주민 B(71)씨는 "뻘건 불이 논두렁을 지나 나까지 오는데 무서워서 다리가 떨렸다"며 "바람까지 몰아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짐도 챙겨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동마을 인근 상곡마을 주민 C(82)씨는 "군청 직원들 이야기를 듣고 나와보니 연기가 자욱하면서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며 "지금은 바람이 잦아들어서 다행인데 처음엔 무섭게 바람이 불어 우리 마을까지도 불길이 번질 것 같아 서둘러 짐을 챙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발화지점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된 공간 인근이다. 마을 사람들은 현재 제사를 자주 지내는 기간으로 향을 피우는 등 제사 행위로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고창군은 해당 산불을 전봇대 합선에 따른 화재로 추정하고 있는 가운데 산불을 유발할 수 있는 '쓰레기 소각 금지 마을 방송'을 하루 5차례 이상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 24분을 기준으로 소방 대응 1단계가 해제됐다. 다만 강한 바람으로 잔불이 쉽게 잡히지 않아 최초 대피가 이뤄진 금동마을의 경우 전소가 예상된다.
산불을 진화 중인 헬기 모습. 심동훈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