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의 '세월오월', 시민들 의견 반영해 그린 것
- 1980년 5월 이후, 35년간의 한국사회상을 담은 그림
-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그려 큐레이터가 수정 요구
- 결국 요구대로 다시 그렸는데 왜 전시 안됐나?
- 토론회로 결정? 그림도 안 보고 무슨 토론인가
홍성담 화백의 작품 '세월오월'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다. 이외에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 등의 모습도 담겨 있다. (사진=광주CBS 조기선 기자)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8월 14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영창 (재독 작가)
◇ 정관용>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전시 예정이었던 홍성담 화백의 걸개그림 ‘세월오월’. 그런데 그림 일부, 정치성 가졌다는 이유로 전시되지 않아서 논란이 되고 있죠. 급기야 다른 참여 작가들도 16일까지 홍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지 않으면 다른 작가들 작품 다 철거하겠다고 그래서 지금 논란이 커지고 있네요. 재독 화가이십니다. 정영창 작가를 연결합니다. 정 화백님, 나와 계시죠?
◆ 정영창> 네, 안녕하세요? 정영창입니다.
◇ 정관용> 이게 지금 광주비엔날레 본전이라기보다는 20주년 기념 프로젝트 특별전이죠?
◆ 정영창>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 특별전 제목이 ‘달콤한 이슬-1980 그 후’. 이 제목이 뭘 의미하는 겁니까?
◆ 정영창> 그 ‘달콤한 이슬’은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광주를 비롯해서 세계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극복하는 내용이고요. ‘80년 그 후’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점으로 지난 30년의 시대정신에 대한 새로운 조명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꼭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국가폭력에 희생된 분들을 함께 기리는 그런 의미도 갖고 있다, 이런 겁니까?
◆ 정영창>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홍성담 화백 그림이 이게 혼자 그리신 게 아니라면서요?
◆ 정영창>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이번 ‘세월오월’ 그림을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열린 구조’ 속에서 그려진 그림이거든요.
◇ 정관용> ‘열린 구조’라면 어떤 뜻이에요?
◆ 정영창> 그것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그렸기 때문입니다.
◇ 정관용> 아! 이 그림에는 이런 게 들어갔으면 좋겠다, 이런 게 들어갔으면 좋겠다?
◆ 정영창> 네. 저희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시민들과 함께 토론회장을 열었었거든요. 그때에 시민들에게 이 ‘세월오월’ 걸개그림에 어떤 내용을 담았으면 좋겠냐고 물어서 그 시민들께서 의견을 내 주셔서 저희들이 그 의견을 바탕으로 해서 그려낸 것이죠.
◇ 정관용> 그렇군요. 직접 그림에 참여하신 것도 홍성담 화백뿐이 아니라 우리 정영창 화백도 직접 참여하셨다고요?
◆ 정영창> 네, 그렇습니다. 저도 참여하였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이 그림에서 어떤 어떤 것들이 들어가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하는 겁니까? 우선 제목도 ‘세월오월’은 무슨 뜻이고요?
◆ 정영창> ‘세월오월’은 그러니까 35년간의 그 한국사회상을 담은 그림입니다. 그래서 저 뭐야 ‘세월오월’은...
◇ 정관용> 그러니까 1980년 5월 그때로부터 2014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회상 말이죠?
◆ 정영창> 네.
◇ 정관용> 세월호 사태까지.
◆ 정영창> 네.
◇ 정관용> 그래서 주로 어떤 것들이...
◆ 정영창> 그리고 그 그림 안에는 80년 광주의 시민군과 주먹밥 아주머니가 세월호를 들어 올려서 시민과 학생들을 구출한다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아! 시민군과 아주머니가 세월호를 건져서 학생을 구출한다.
◆ 정영창> 네.
◇ 정관용> 굉장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내용이네요, 그렇죠?
◆ 정영창> 네,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뭐가 문제가 됐던 겁니까?
◆ 정영창> 이 그림에 문제가 된 거는 박근혜 대통령인데요.
◇ 정관용> 네.
◆ 정영창> 대통령을 그린 부분인데. 그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하더군요.
◇ 정관용> 어떻게 표현을 했는데요?
◆ 정영창> 그러니까 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저희들이 그렸거든요.
◇ 정관용> 아...
◆ 정영창> 그런데 그 허수아비로 그린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그 비엔날레 측과 큐레이터가 수정을 요구했었죠.
◇ 정관용> 수정 요구?
◆ 정영창> 네.
◇ 정관용> 그래서 수정도 하셨다면서요?
◆ 정영창> 네, 수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 저희가 그 수정을 해달라고 해서 이거는 작가들한테 수정을 해달라라는 부탁은 있어서는 안 되는 얘기인데, 그쪽에서 수정을 해달라고 그래서 저희가 그러면 거기에 이제 물어봤죠. 그러면 두 가지 안을 냈는데 박근혜 대통령 부분을 하얗게 칠을 하거나 또 닭으로 이렇게 회화적으로 포현하면 어떻겠느냐 두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달라 이렇게 제안을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닭으로 그리는 게 좋겠다. 그렇게 그려달라고 해서 저희가 닭으로 그렸었죠.
◇ 정관용> 그러니까 허수아비 대신이 꼬꼬댁하는 닭으로.
◆ 정영창> 네.
◇ 정관용> 하얗게 칠한 것보다는 그게 낫다?
◆ 정영창> 네, 그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쪽에서 그렇게 해달라고 해서 수정하셨던 것 아니에요?
◆ 정영창> 네,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왜 또 전시가 안 됩니까?
◆ 정영창> 그거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거를 안 된다고 결정이 됐는지.
◇ 정관용> 그러니까 두 가지 안을 내고 선택하라 했는데 선택한 것은 비엔날레 주최 측이라 이거죠
◆ 정영창> 네.
◇ 정관용> 하지만 그 후에 설명 없이 지금 계속 전시가 안 된다는 겁니까?
◆ 정영창> 네, 이건 그림이 정치적인 내용이고, 그런 부분에 관해서 안 된다라는 그런 결정이 내린 것 같아요.
◇ 정관용> 뚜렷하게 구체적으로 전시 안 되는 이유를 누가 설명하던가요?
◆ 정영창> 그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정영창> 네.
◇ 정관용> 1980년 5월부터 이번 세월호 사태까지 35년의 사회상을 그리셨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 정영창> 네.
◇ 정관용> 그리고 시민군도 등장을 하고 그 당시 주먹밥 아주머니도 등장하고 이것도 다 정치적인 것 아닙니까?
◆ 정영창> 그렇죠. 물론 우리가 모두 밥 먹고 똥 싸고 하는 것까지 다 정치적으로 해석이 되죠.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을 그린 게 그게 문제다, 이거로군요?
◆ 정영창> 네,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이번 특별전에는 이 ‘세월오월’ 작품, 그 중요도가 매우 크다면서요?
◆ 정영창> 네, 그렇죠.
◇ 정관용> 그 이유는요?
◆ 정영창> 그 ‘세월오월’ 작품들은 방금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시민들 의견을 모아서 그린 그림이거든요. 그리고 광주정신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굉장히 중요한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꽃이라 해야 되겠죠. 그리고 이번 ‘세월오월’은 전시장 로비에 전시도 되고.
◇ 정관용> 입구 딱 들어가는 데?
◆ 정영창> 네, 입구 들어가는 데에 전시가 되고. 그거를 원래 9배로 확대해서, 그러니까 프린팅을 다 해서 7m에서 30m 크기로 그걸 프린팅을 해서 미술관 건물 전면에 설치할 예정이었습니다.
◇ 정관용> 아, 외부에다 말이죠?
◆ 정영창> 네, 외부 벽면에. 그래서 뭐냐 하면 전시 오픈 날 아주 중요한 행사로써 퍼포먼스가 있을 예정이었는데 그 걸개그림이 걸리지 않음으로써 이런 모든 행사가 다 취소가 됐었죠.
◇ 정관용> 그래서 급기야 16일까지 이게 제대로 전시되지 않으면 다른 작가들 작품 다 빼겠다, 그런 거죠?
◆ 정영창> 네, 네.
◇ 정관용> 지금 참여하신 모든 작가가 모두 몇 분입니까?
◆ 정영창> 지금 거기 참여한 작가들은 제가 알고 있기로는 거의 한 49명의 작가가 참여를 하였고요. 그리고 국내 작가들은 19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전체 49, 국내 19?
◆ 정영창> 네.
◇ 정관용> 해외 작가가 한 30명이 되는군요?
◆ 정영창> 네.
◇ 정관용> 그런데 만약 안 되면 철거하겠다고 한 분들은 거의 국내 작가입니까, 아니면...
◆ 정영창> 그렇죠. 지금 현재 국내 작가들이 거의 대부분이고요. 그리고 오키나와에서 참여 작가가 있었는데 그분들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이번 사태를 생각하면서 사태가 어떻게 번지는 지를 살펴보고 차후 자신들의 얘기를 하겠다.
◇ 정관용> 결정하겠다?
◆ 정영창> 네, 결정하겠다. 그렇게 통보해 오셨습니다.
◇ 정관용> 우리 정 화백께서도 이 ‘세월오월’ 말고도 몇 점 더 출품하셨죠?
◆ 정영창> 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특별전에 저도 전시회에 참여를 하였고요.
◇ 정관용> 어떤 그림들을 내셨습니까?
◆ 정영창> 네. 거기에 저는 인물화, 대형 인물화를 4점 출품했습니다. 우리 시대에 살아있는 생존하는 인물들을 다루었고요. 거기에 서승 선생님 그리고 정대세 그 저번...
◇ 정관용> 재일교포 축구선수 말이죠?
◆ 정영창> 네, 축구선수요.
◇ 정관용> 그런 분들의 초상화를 내셨는데. 그럼 이제 16일까지 안 되면 이거 다 철거하실 건가요?
◆ 정영창> 저는 벌써 철거했습니다.
◇ 정관용> 이미 하셨어요?
◆ 정영창> 네, 네.
◇ 정관용> 광주 비엔날레 측에서 9월에 이 ‘세월오월’ 그림에 대한 대토론회를 열어서 한 번 해 보자라고 제안을 했다던데 그 제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영창> 그거는 제 생각으로는 말도 안 되는 결정입니다. 작품을 걸지도 않고 보여주지도 않고 수장고에 넣어져 있는데, 4주 이후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들을 모아서 토론회를 해서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 얘기입니까?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정 화백님은 독일에서 주로 활동하시죠?
◆ 정영창> 네,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독일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풍자, 이런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까?
◆ 정영창>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뭐, 지금 안겔라 메르켈 총리 같은 경우에도 히틀러로까지 표현을 하기도 하고.
◇ 정관용> (웃음) 그래요?
◆ 정영창> 네. 독일의 정치가들은 그런 것을 웃으면서 그냥 넘기죠. 이렇게 대처하지 않죠.
◇ 정관용> 언제까지 우리가 이런 얘기를 하고 있어야 될지 모르겠군요.
◆ 정영창> 네, 정말 답답합니다.
◇ 정관용> 고맙습니다.
◆ 정영창>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재독 작가 정영창 님의 말씀 들었고요. 참고로 광주비엔날레 재단 측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점 밝혀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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