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와라" 계엄 전 국무회의 재촉…해제 회의는 지연한 한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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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 공소장 "한덕수, 박정희·전두환 비상계엄 경험…위헌·위법성 인지"
계엄 전 국무회의 송미령에 "더 빨리 올 수 없나" 재촉
계엄 문건 관련 이상민과 16분간 지시사항 논의

덕수 전 국무총리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덕수 전 국무총리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지난해 12·3 비상계엄을 앞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처럼 외관을 꾸미고, 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은 지연하려 했던 구체적 정황이 추가로 알려졌다.

1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조은석 내란 특검팀의 한 전 총리 공소장에는 이같은 내용이 적시됐다.

우선 특검팀은 한 전 총리의 공직 경력을 거론하면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한 전 총리가 1970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 1972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979년 10월 박 전 대통령 시해 이후 비상계엄 선포, 1980년 5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12월 상황이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경우 국회 기능 정지 등 위헌적인 조치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판단이다.

특검팀은 또 비상계엄 선포 전후 한 전 총리의 행적과 혐의를 분 단위로 치밀하게 재구성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오른쪽)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윤석열 전 대통령(오른쪽)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3일 저녁 8시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한 전 총리는 40분 뒤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해 대접견실에 먼저 와 있던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에게 "대통령께서 계엄을 선포하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대통령 집무실에는 윤 전 대통령,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미 모여 있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저녁 8시 56분쯤 도착하고,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관련 조치 사항이 적힌 문건을 조 전 장관에게 건넸다고 한다. 한 전 총리 역시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 '계엄사령부 포고령', '비상계엄 관련 지시사항 문건'을 건네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 장악,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등을 사전에 알게 됐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열어야 한다. 지금 있는 국무위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무위원을 더 불러서 정족수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은 밤 10시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던 계획을 바꿨다고 한다.

한 전 총리는 밤 9시 37분 추가로 호출한 국무위원이 아무도 도착하지 않자, 송미령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연락해 "빨리 오세요"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를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조속히 채우려는 의도로 판단했다.

밤 10시 12분에는 김 전 장관이 한 전 총리 등에게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1명의 국무위원만 더 오면 된다는 취지로 손가락 1개를 들어 보였다. 당시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읽거나 다른 국무위원과 돌려보고 있었다. 4분 뒤 오영주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도착했고 국무회의 최소 의사정족수인 11명이 채워졌다. 윤 전 대통령은 2분짜리 국무회의를 마치고 밤 10시 27분 생중계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한 전 총리는 국무위원들에게 국무회의 문건에 서명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은 반대했고 결국 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한 전 총리는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비상계엄 지시사항 문건을 꺼내 내용을 확인하고, 다른 국무위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태에서 이상민 전 장관과 여러 문건을 보며 협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조태열 전 장관이 수령을 거부하며 두고 간 대통령 지시사항을 대신 챙겨 들고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 연합뉴스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 연합뉴스
한 전 총리는 밤 11시 11분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7분 넘는 통화에서 한 전 총리는 "추 대표,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는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국회 등 주요 기관에 대한 봉쇄 계획 상황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안을 의결하기 직전에는 국무조정실장과 국무1차장에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에 통고 되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4일 새벽 1시 2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한 전 총리는 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국무조정실장에게 "기다려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1시간 가량이 지난 새벽 2시쯤 추가적인 건의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돕기 위해 지시사항을 확인하고 여당 원내대표를 통해 국회 상황을 파악해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고 보고 있다. 또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보고 있다.

계엄 이후에도 한 전 총리는 합법적인 형식을 만들려고 사후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공소장에 담았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한 전 총리는 강의구 전 부속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하면서 문건의 폐기를 요청했다. 이에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사무실에 보관돼있던 문건을 세단기에 넣어 파쇄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한 전 총리를 내란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앞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달 27일 "법적 평가는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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