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단전·단수 지시에 소방청은 일사불란…7분만에 공문 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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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단수 지시 7분만에 소방서 전파…출동태세
포고령 공포 후 경찰 국회 봉쇄에도 직접 관여
이상민, 계엄 당일 김용현과 대화 후 만찬 취소
계엄 선포 이후 한덕수와 남아 '계엄문건' 협의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의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황진환 기자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의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황진환 기자
내란 특검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장에는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멀리서 봤을 뿐 지시는 없었다던 이 전 장관의 주장과는 상충하는 수사 결과가 담겼다. 공소장에는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당일 소방청에 하달한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지시가 일선 소방서에도 공문을 통해 전파됐다고 적시했다.
 
1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이 전 장관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 계획과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아 실제 이행한 과정이 시간대별로 담겼다.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일 밤 11시37분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24시경 경찰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 등 특정 언론사 5곳에 투입될 예정인데, 경찰로부터 단전·단수 요청이 오면 소방청에서 조치를 해줘라"라고 지시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12월 3일 자정 경찰이 언론사 건물 5곳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해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특검에 따르면 이러한 지시는 서울소방재난본부를 통해 일선 소방서로 전파됐다. 허 청장은 당시 상황판단회의에 참석해 있던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장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언론사 몇 군데를 말하면서 경찰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오면 협력하라고 한다"고 말하며 이 전 장관의 지시사항을 일선에 내려 보냈다.
 
이에 이 차장은 밤 11시40분쯤 황기석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해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 달라"고 지시했고, 황 전 본부장은 곧바로 서울소방재난본부 당직관에게 연락해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당직관은 밤 11시44분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할 소방서에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출동대비태세 철저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하는 등 경찰의 단전·단수 관련 요청에 즉각 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특검팀은 파악했다. 이 전 장관이 허 청장에게 전화로 단전·단수 협조 지시를 한 후 일선 소방서에 관련 공문이 내려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7분이었다.
 
이 전 장관이 포고령 공포 이후인 밤 11시34분쯤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통제 상황과 주요 기관에 대한 시간대별 봉쇄 계획 진행 상황을 확인한 사실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조 청장은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친 직후인 밤 11시 36분쯤 김봉식 당시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계엄군을 제외한 국회의원의 진입도 금지하는 '2차 국회 통제' 조치를 지시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윤창원 기자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윤창원 기자
공소장에는 또 이 전 장관이 계엄 당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대화를 나눈 뒤 예정돼 있던 지방 만찬 일정을 취소한 사실도 적혔다. 12월 3일 오전 10시쯤부터 30분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후였다.
 
애초 이 전 장관은 오후 2시30분쯤부터 울산에서 열린 행안부 주최 김장 행사와 오후 4시20분쯤 울산시청 중앙지방정책협의회 회의에 참석하고, 오후 5시50분부터 오후 7시 20분까지 예정된 저녁 만찬을 마친 뒤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계획된 일정과 다르게 중앙지방정책협의회 회의 도중 회의장을 떠나 오후 5시43분쯤 서울행 KTX에 탑승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KTX열차 안에서 오후 6시12분쯤 김 전 장관으로부터 개인 휴대전화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통화했다. 약 2분 뒤 이 전 장관이 김 전 장관의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었고 저녁 8시 무렵 서울에 도착할 예정임을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오후 8시 3분쯤 서울역에 도착한 이 전 장관은 관용차량을 타고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이 전 장관은 대접견실에 들르지 않고 곧장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함께 있던 집무실로 향했다. 이 시점에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담긴 문건을 전달받았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 등 봉쇄 계획 및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시를 받고 그 내용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협의하고, 이를 수용해 이행하기로 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이후 오후 10시 54분부터 오후 11시 5분까지 약 11분 동안 대접견실에서 다른 국무위원들이 모두 대접견실에서 퇴실한 뒤 한 전 총리와 단둘이 남았다.
 
이때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관련 문건 3장을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꺼내 읽다가 그중 1장을 들어 테이블 맞은편에 있던 한 전 총리에게 두 차례에 걸쳐 보여줬다. 다른 1장을 건네 읽어 보게 한 다음 다시 돌려받아 앞서 보여줬던 문건 1장과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문건 내용을 한 전 총리와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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