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사 집단 행동 재발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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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년 전 녹내장 진단을 받은 A씨는 동네 안과 전문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왔다.
 
재작년 들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A씨는 담당 의사에게 이를 호소했지만 그는 '3개월 뒤에 보자'는 말만 반복했다.
 
상태는 악화되는데 진료는 소극적이라고 판단한 A씨는 해가 바뀌자 서울 시내 대형 대학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죄송한데 지금 안과와 이비인후과는 외래 진료 예약을 안받고 있어요. 전공의 파업 때문에요"
 
그럼 언제 예약을 재개하느냐는 물음에도 '알 수 없다. 예약이 재개돼도 올해 안에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결국 A씨는 또 다른 안과 전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곳도 전공의 파업으로 대학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몰리면서 예약 잡기가 쉽지 않았다.
 
4개월이 지난 뒤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A씨는 현재 생활의 적지않은 부분을 소리와 촉각에 의지하고 있다.
 
A씨는 전공의 파업이 없었다면 몸 상태가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8일 전공의 단체가 환자 단체를 찾아 장기 파업에 대해 사과를 했다.
 
파업 1년 5개월만의 사과다.

전공의들의 뒤늦은 사과를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도 꽤 있다.
 
정부와 병원 복귀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과는 그 수순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박한 평가도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협의회 사무실. 연합뉴스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협의회 사무실. 연합뉴스
지난 주 수업 복귀가 허용된 의대생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학년 단위 학칙을 학기 단위로 바꿔 유급 의대생들을 구제하고 의사국가시험도 추가 시행하는 등 사실상의 특혜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뒤늦은 사과와 '특혜'를 받으며 복귀하려는 의사 집단에 대해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언제든 이런 사태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제도에서 의사는 대체 불가능한 집단이다.
 
의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에 자신들의 문제가 나올 때마다 집단 행동을 해왔다.
 
의사와 약사, 의사와 한의사, 의사와 간호사 간의 대립을 보면 실력 행사가 빠지지 않는다.
 
정부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이번 의대 증원도 문재인 정부도 추진했지만 의사들의 반발에 밀려 곧바로 백지화됐고 윤석열 정부는 대책없이 밀어붙이기만 했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의사 배출이라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의대생 복귀를 전격 수용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에도 OECD 평균에 못미치는 인구당 의사 숫자로 인해 의대 증원 문제는 다시 거론될 것이다.
 
의사들은 OECD 국가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며 의료 전달 체계와 이용 체계, 건보 수가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들 문제도 손봐야 대목이 있다.
 
히지만 1년에 3천여명씩 배출되는 의사의 절대 숫자가 부족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부족한 의사들조차도 개업하기 상대적으로 유리한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으로. 수도권으로 몰려 필수 과목과 지역, 공공 의료 분야는 의사가 더욱 부족한게 현실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에 구성된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에서 의사 배출 규모가 정해지면 의대생과 의사들이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확약을 재차 받아두었으면 한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가 의료의 공공성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구체화해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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