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생각하는 기계 'AI의 진격'…인간이 설 자리가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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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반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옵티머스'.  SNS 캡처인공지능(AI) 기반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옵티머스'. SNS 캡처
인간의 노동은 인간이 창조한 기계에 의해 끊임없이 대체돼 오고 있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 기계의 발달과 함께 노동현장의 모습도 끝없이 변모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변모하는 노동현장의 풍경이 곧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다.
 
AI 인공지능과 로봇제작기술이 고도화 한 오늘날 기계노동이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인간이 담당하던 일자리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인간노동력이 일자리로부터 격리되는 현상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일상에서 가장 손쉽게 접하게 되는 노동수단의 교체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노동이 기계노동에 의해 밀려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 어느 곳에서나 접할 수 있는 콜센터 전화상담은 AI상담원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제품 단순검사와 품질확인은 AI비전검사로 교체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판매점. 연합뉴스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판매점. 연합뉴스
LG디스플레이는 사람이 1~2주 걸려 수행하는 생산공정 오류파악 업무를 AI를 도입해 한 두시간안에 처리하고 있다. 물론 해당인력은 AI로 대체됐다. AI서비스를 판매하며 AI시프트를 선도하는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이고 국내 거의 모든 기업들이 AI도입을 서두르고 정부도 AI대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생산성 향상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AI와 산업의 결합은 광속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세계 3대 AI강국 도약을 통해 기술주도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 아래 AI데이터센터 건설과 경량.저전력 AI 개발, 이를위한 GPU 5만개 확보 등을 추진중이다. 내년 예산에 AI분야가 대폭 증액됐다. 집권기간 내 150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고 민간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중국 내 공장 로봇 설치 현장. SCMP 캡처중국 내 공장 로봇 설치 현장. SCMP 캡처
미국 빅테크나 중국 IT기업을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기술의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인간의 일자리 소외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IMF가 지난해 펴낸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일자리 중 약 40%가 AI에 노출돼 있다. 이 만큼의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될 운명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IMF는 선진국 일자리 가운데 60%가 AI의 영향권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산업현장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AI의 탁월한 역량이 커다란 도움이 되지만 일자리를 찾고 삶을 영위해야 하는 구직자들에게는 AI가 발등의 불일 뿐이다. 좁아진 구직문이 조금이라도 넓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AI만 인간의 노동소외를 가속화시키는 게 아니다. 발전하는 로봇제작기술 때문에 감소할 일자리 숫자도 급증할 조짐이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란 이름으로 빠르게 진행되던 로봇의 산업현장 투입은 노동현장의 그림을 완전히 바꿔놓을 태세다.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전경. 연합뉴스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전경. 연합뉴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완성품 제조공정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테슬라 기가펙토리에 2대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Optimus)'를 배치 가동에 들어갔다. 옵티머스는 사람의 외형과 동일한 로봇에 AI두뇌가 탑재돼 기존의 완성차 조립공정에서 일하던 그나마 일부의 인간노동 마저 생산공정 밖으로 몰아낼 기세다.
 
이 회사의 CEO 일론머스크는 "프리몬트 공장 내 파일럿 생산 라인이 가동 중이며, 올해 말까지 수천 대 수준의 Optimus 로봇이 공장 내부에서 작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월 1000천대에서 시작해 10만대까지 단계적으로 배치를 늘리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표 완성차기업 현대자동차는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파일럿 배치단계에 있으며 올해 중 시범운영을 거쳐 수만대 수준의 휴머노이드를 생산공정에 투입할 계획을 추진중이다. AI두뇌로 무장한 휴먼봇이 기가펙토리 전체를 장악할 날이 언제인 지는 알기 어렵지만 세계 유수의 자동차기업 생산라인이 AI로 채워질 날이 먼 미래는 아닐 것이다.
 
사진은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제작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자동차·기아 제공사진은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제작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기업들이 추진중인 AI시프트가 진행될수록 일자리로부터 짐을 싸야할 노동자 수는 늘어날 것이고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 구직자의 고충은 증가할 것이다. 이는 지구상에서 AI로의 이동을 강력하게 추진중인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에 해당하는 일이다.
 
물론 반대의 측면도 있긴 하다. AI로 인해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 말이다. AI엔지니어나 디지털 크리에이터, 맞춤형 헬스케어, 디지털 금융서비스 기획, 로봇제어,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는 AI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한정된 산업분야가 전체 산업에 걸쳐 발생한 이른바 AI발 실업자를 모두 흡수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특히, 'AI+산업'의 초기단계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대부분은 단순 숙련직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에게서 AI발 직업군이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20일 서울 종각역 태양의정원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20일 서울 종각역 태양의정원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한국의 사정은 더욱 암담하다.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하면서 0%대 성장시대에 접어든 이후 일자리 기근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올 상반기 500대 기업의 신입사원 공개채용 계획을 조사해 보니 계획이 확정된 곳은 38.9%, 채용계획이 불투명한 곳이 61%였으며 대기업의 신입공채비율은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 데이터에는 AI 등 기술적 요인과 기술외적인 요인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지난 6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4회 스마트테크코리아에서 한 업체 부스에서 휴머노이드가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지난 6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4회 스마트테크코리아에서 한 업체 부스에서 휴머노이드가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AI가 빠른 속도로 인간을 대체하더라도 그 만큼 일자리를 만들어 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기업들이 줄어든 일자리를 다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공공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전세계 기업들이 AI를 기업내부의 생산.지원시스템으로 본격 받아들이기 시작한 비교적 초기단계여서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전 산업분야에 걸친 일자리 재편은 고용불균형과 빈부격차 이로인한 사회 불안정성을 증대시킨다.

AI를 통한 성장보다 더 큰 그림자가 사회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다. AI 3대 강국의 성과가 모든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이 정교하게 다듬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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