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김건희 특검(왼쪽), 조은석 내란 특검. 연합뉴스기절초풍할 일이 너무 많은 세상이라 그 어떤 강력한 단어도 세상을 담지 못한다. 특검 수사 중 나온 서희건설과 반클리프 목걸이는 기절초풍 사건에서 압권중의 압권이라 해야겠다. 그 목걸이의 가격이 무엇이든, 무속인과 야합한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상납과 그 상납 대상인 영부인의 결탁은 충격이다.
이 회장의 다른 직책은 어떠랴. 그는 한국 기독교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시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국가조찬기도회장'이다. 단순히 그를 '개인 성도'로 치부할 수 없는 배경이다. 그는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기도했을까, 아니면 그의 사업 번창을 위해 기도했을까. 이 회장의 개인적 신앙심을 폄훼할 의사는 결코 없다. 허나 그는 타락한 성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3개 특검의 수사 기간이 두달을 넘겼다. 그 가운데 16개 수사 제목을 가진 김건희 특검은 아직 반환점도 돌지 못할만큼 첩첩산중이다.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특별히 관저 이전 특혜 의혹 사건이 그중 하나다. 특검은 2주전에 의혹의 핵심인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등을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관저 사건의 핵심은 3가지다. 1번은 21그램을 누가 선정했는지, 2번은 21그램이 적격성을 갖췄는지, 마지막으로 관저 공사를 불법.날림으로 하도록 의사결정의 진정한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이런 말이 있다. 다른 모든 진술보다 앞서는 것이 DNA감정이라는 것이다. DNA가 나오면 모든 물적 증거보다 앞선다. CBS가 처음으로 확보한 2024년 5월 10일자 감사원의 전원회의록을 보면 관저 공사에서 의사결정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나온다. 국회 법사위의 공개의결을 통보 받고도 감사원은 전원회의록 공개를 한사코 거부했다. 5월 10일 회의록만 봐도 그 이유를 짐작하고 남는다.(*2024년 8월 29일 전원회의록이 또 있음)
현재 내란특검을 지휘하고 있는 조은석 전 감사위원은 그날 전원회의록에서 관저특혜 공사의 결정 주체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임을 선명한 기록으로 남겼다. 조 특검은 언젠가 이 기록이 공개될 것을 염두한 듯 관저사건에서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풀어 놓았다. 이날 회의에서 전원회의 의장인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 사무처의 부실감사를 놓고 자꾸 축소하려고 온갖 애를 쓰를 모는 모양이 역력하다. 그때 조 위원은 그들만 알고 있는 내용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여기서 제일 위험한 것이 뭐냐하면 (행안부)청사관리본부는 문서를 모두 냈어요, 극단적으로 (문서는) 이런 말을 합니다. "대통령과 영부인의 요구사항 때문에 증축 범위를 축소하지 못한다. 그것을 요구하니까 비용절감."이런 말도 나와요,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도 모두 나와요. 총무비서관과 관리비서관이 논의한 것이 거기에 나와요. 제출된 문서에 다 나와요"
"대통령과 영부인의 요구사항 때문에 증축 범위를 축소하지 못한다"는 청사관리본부의 문서는 관저 사건에서 주체가 누구인지 결정적인 증거다. 불법.날림으로 점철된 관저공사를 주도한 이가 대통령과 여사라는 사실이다. 감사원의 최종 조사결과에는 이런 결정적 내용이 빠졌다. 그 최종보고서는 김오진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이 총체적으로 공사 실무를 주도했는데 그에게 누가 지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다.
김오진은 국회 청문회에서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주절거렸다. 관저공사를 끝내고 국토부 차관을 거쳐 한국공항공사 사장 물망에 오르는 은전을 입었으니, 그는 기어코 기억을 소실시켜야만하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윤석열과 김건희, 두 사람이 관저공사 의사결정을 주도했다는 사실과 심지어 정진석 당시 비서실장이 그 대책회의를 주재한 사실, 그리고 곳간지기 총무비서관도 관여된 사실은 감사원 전원회의록에서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
김건희 특검은 조은석 내란특검을 반드시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해야 한다. 조 특검은 당시 전원회의를 열기 전 관저감사에 대한 사무처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20여페이지에 걸쳐 관저공사의 문제점을 한땀한땀 짚어내며 보고서를 만들었다. 감사위원들은 그 보고서를 다 열람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보고서를 볼 수 없다. 관저감사에서 조 특검은 주도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고서를 만들었으며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또 관저 감사를 축소하려는 최재해 원장과 사무처의 술책에 맞서 '진실 추적'의 중요성을 고집하는 모습이 강력히 다가온다.
조 특검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중요한 것은 관저 특혜에만 해당되는 않는다. 조 특검을 조사하면 국민감사의 중추요, 헌법적 독립기관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하부조직인양 운영한 최 원장과 감사원 사무처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의혹도 파헤칠 수 있다.
관저 특혜의혹 사건은 정권과 감사원이 결탁한 총체적 국가 난맥상이다. 누구를 처벌하는 것은 수사의 궁극적 목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상위에 놓인 가치도 있다. 그것은 '국가기관을 사유화시켜 권력자에게 헌납하는 관료들의 못된 행태'를 일벌백계하는 것이다. '감사원의 아이히만'들을 김건희 특검은 외면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