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아파트. 박종민 기자서울 아파트값이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금융당국도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6% 상승했다. 지난주 집값이 0.26% 오르며 올해 최대 상승률을 보였지만 일주일 만에 수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주택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은 박충현 은행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은행권을 긴급 소집해 가계대출이 불어나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주문했다.
금감원이 자리에서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넘겨 가계대출을 취급하거나 공격적인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나선 은행들에 주의를 당부했다고 한다. 또 가계대출이 급증한 은행들을 상대로 현장 점검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대출 문턱을 높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어 19일에는 상호금융권 중앙회 여신담당 부서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은행권 대출 조이기에 따른 '풍선효과'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조치다. 금감원은 각 중앙회가 자체 관리계획을 미리 점검하고, 개별 조합 단위에서도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면밀히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금융당국 경고에 은행권도 움직임을 보였다. 우선 SC제일은행은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기존 최장 50년에서 최장 30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짧아지면서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결국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NH농협도 오는 24일부터 다른 은행의 대면·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취급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등 대출 문턱을 끌어올렸다. 다른 은행에서 넘어오는 주택담보대출 물량을 차단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조와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맞물리며 집 값 상승 전망이 여전히 힘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인식에, 저금리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매수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도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규제적용 전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수요가 늘면서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들어 12일까지 약 2조 원 가까이 증가해 총 750조792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대출 규제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세자금대출과 정책모기지론 등을 DSR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전세자금과 정책모기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DSR 적용에서 빠졌다. 다만 이같은 규제 방안에 대해 금융위 측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출 규제 조치에 맞물려 공급으로 확대로 집값 안정을 꾀하려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수도권 등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새 정부의 부동산 공약 이행 방안을 보고했다. 한국은행 총재 역시 수도권 집값 상승 대책을 두고 "구체적인 수도권 부동산 공급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과 함께 보유세·거래세 등 세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종대학교 임재만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차원에서 다주택자와 실소유자 사이 재고 주택 거래를 좀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지만, 세금 없이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부동산의 과도한 자금 쏠림을 막고 투기 행위를 교정하자는 측면에서 (세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수요를 어떻게 분산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접근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