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미국이 관세 정책 여파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중동 위기가 경기 전망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상승 기류를 타고 3000 달성을 눈앞에 둔 코스피 역시 중동 위기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19% 오른 2977.74로 마감했다. 장초반 2996.04까지 오르며 4년 5개월 만에 3000고지 탈환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중동의 위기 상황을 주시하며 상승폭을 반납했다.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우려 확대가 투자 심리를 약화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연방준비제도는 18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결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며 "관세 효과의 규모를 확인하기 전까지 어떻게 대응할지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4%로 0.3%p 하향하는 동시에 물가 전망(PCE·개인소비지출)은 0.3%p 상향했다.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고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관세를 지목했다.
신한투자증권 하건형 연구원은 "불확실성 속에서 연준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탈을 바탕으로 '전략적 인내'를 선택했다"면서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고하고 경제가 안정적이기에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기보다 현재 정책 수준을 유지하면 대응할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상황을 악화할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중동 위기'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 확대로 긴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에너지 가격은 물가를 자극하는 요소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과거보다 중동 리스크가 금융시장과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했지만 유가 급등으로 촉발될 수 있는 리스크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공교롭게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를 가로막고 있는 관세 리스크는 물론 중동발 유가 리스크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있지만 궁극적으로 리스크가 해소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중동 위기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상승 랠리를 펼치는 코스피의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코스피는 상법 개정안 등 주주 친화 정책과 내수 부양 등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외국인이 4조 2567억원 순매수하면서 이달 들어 10% 넘게 상승했다. 지난 2021년 1월 이후 처음으로 3000 달성도 눈앞에 뒀다.
여기에 증시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이 3년 만에 65조원을 돌파해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연합뉴스하지만 중동 위기는 지난 17일부터 3거래일 연속 3000에 도전 중인 코스피 상승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있다. 또 중동 위기가 장기화하면 코스피의 변동성 확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다른 나라 증시에 없는 고유의 정책 모멘텀과 유동성이라는 재료를 확보하고 있더라도 이익 전망 정체 우려, 관세 및 지정학 불확실성 등 펀더멘탈과 대외 변수를 도외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100이상으로 오버슈팅(단기 급상승)이 나올 가능성도 있으며 해당 레벨 위에서는 변동성 관리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