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지 않은 것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내란특검은 이날 이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헌법과 정부조직법 등에 명시된 행안부 장관의 법률상 책임을 다수 위반한 점 등을 담았다.
정부조직법 제34조는 행안부 장관의 관장 사무로 '국무회의 서무'를 명시하고 있다. 국무회의 서무는 국무회의록을 작성하고 국무위원에게 연락하는 등 전반적인 업무를 포함한다. 정부조직법 하위 법률인 국무회의 규정에서도 행안부 의정관을 국무회의 간사로 두고 회의록 작성을 맡기는 등 행안부 장관에서 뻗어나가는 여러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예정시각(밤 10시)을 2시간 앞두고 이 전 장관을 비롯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만 대통령실로 불러 비상계엄 계획을 알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특검 수사 결과 이들 사이에서 국무회의를 소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윤 전 대통령은 일부 국무위원만 선별해 소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까스로 국무회의 개의를 위한 정족수(11인)를 채우자 윤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열어 계엄 선포 계획을 알렸고, 안건에 대한 충분한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이처럼 하자 있는 국무회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데에 이 전 장관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장관이 국무위원 전원을 호출하거나 공식적으로 회의 안건을 상정하는 등의 책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윤 전 대통령의 위법한 계엄 선포를 도왔다는 취지다.
이 전 장관은 시간이 부족해 국무위원 전원 소집은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22시가 임박하자 (선포하러) 내려가겠다고 말씀하셨다. 국무위원 중 세종에 계신 분들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전원 다 부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국무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것도 이 전 장관의 책임일 수 있다고 보는 중이다. 당시 국무회의에는 행안부 의정관이 참석하지 않았는데, 김한수 행안부 의정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당일 연락 자체를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당시 김 의정관은 "(국무회의에) 의정관실이 참석하지 않은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내용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후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에게 '참석한 장관의 이름과 국무회의 시작·종료시각, 발언요지 등을 남겨놓아야 행안부에서 회의록을 작성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무회의록은 작성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회신한 바 있다.
한편 특검은 이 전 장관이 조지호 경찰청장과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차례로 전화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행안부 장관의 지위와 책임을 고려해 혐의를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전 장관부터 허 청장과 이영팔 소방청 차장, 황기석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 등 순차적으로 지시를 하달 받은 관계자들을 불러 이 전 장관의 혐의를 다졌다.
정부조직법은 행안부 장관이 치안과 소방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면서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과 소방청을 둔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이나 소방을 지휘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박지영 특검보는 "(직권남용 혐의) 미수죄로 처벌되지 않지만 미수라로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행위를 했기 때문에 법리적 부분은 충분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 전 청장이 앞서 국회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신문 과정 등에서 위증한 혐의도 구속영장청구서에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