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금천구 가산동에서 70대 작업자 2명이 질식해 쓰러진 맨홀의 모습. 송선교 기자지난달 서울 금천구 맨홀 사고 당시 맨홀 아래에서 쓰러진 70대 작업자를 구하려 몸을 던졌던 굴착기 기사도 끝내 숨진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이로써 올해 맨홀 아래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모두 8명이 됐다.
사고는 지난달 27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맨홀에서 발생했다. 당시 서류상 원청업체 H사 소속이었던 70대 배관공 A씨가 맨홀에 들어갔다가 숨졌다. 그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쓰러졌던 70대 굴착기 기사 B씨도 열흘 뒤인 지난 5일 끝내 숨졌다.
경찰은 해당 상수도 누수 긴급 복구공사를 사실상 하청업체가 진행한 것으로 보고,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29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A씨는 당시 서울시 아리수본부 산하 남부수도사업소가 발주한 상수도 누수 긴급 복구공사 사업을 낙찰한 원청업체 H사가 아닌, H사와 장비 임대차 계약을 맺고 공사에 참여해 왔던 S건설에서 지속적으로 급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치 A씨의 통장 내역을 보면, 그는 사고 직전까지도 원청 H사가 아닌 'S산업' 명의로 급여를 받았다. 같은 기간 하청 S건설 대표 이모씨로부터도 아홉 차례 돈이 입금됐다.
S산업은 하청업체 S건설 대표 이씨가 운영하는 또 다른 상하수도 설비업체다. 사실상 S건설과 S산업 모두 이씨의 영향력 아래 있는 회사들인 셈이다. 결국 A씨는 서류상으로만 H사와 일용직 계약을 맺었을 뿐, 실제 임금과 업무 지시는 모두 이씨 측으로부터 받으며 일한 것이다. 숨진 굴착기 기사 B씨 역시 S건설 소속이었다.
A씨가 H사와 일용직 계약을 맺고 작업에 투입된 시점은 지난 6월.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S건설과 이씨가 4차례 급여를 입금했으며, 입금 내역에 H사 측이 돈을 보낸 기록은 없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H사와 S건설이 사고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5일 남부수도사업소에 '하도급 사전 승인 요청서'를 제출한 사실을 보도했다. 업체 간 임대차 계약만을 맺어놓고 사실상 하도급 형태로 운영하다가 뒤늦게 적법 절차를 밟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결국 A씨가 H사와 맺은 일용직 계약은 사실상 '위장 계약'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같은 구조 속에서 노동자 2명이 숨진 것이다.
숨진 노동자의 실질적 소속 업체로 의심되는 S건설 사무실을 찾았으나 문이 굳게 닫혀있다. 송선교 기자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금천경찰서도 이번 사건의 책임이 실질적으로 공사를 진행한 하청업체 측에 있다고 보고, 해당 업체 관계자 4명과 당시 사고 현장 관리 감독자였던 감리자 1명 등 총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도 A씨의 실질적 고용주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실질적 고용주가 가려져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피의자가 정해진다"며 "형식적인 계약보다 임금 지급·업무 지시·종속 관계를 종합해 A씨가 결국 누구 밑에서 일했는지 등을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