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꺼짐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부산 사상~하단선 공사현장 일대 모습. 정혜린 기자부산지역에 장마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비가 내리면 땅 꺼짐이 잇따른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장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부산시 등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비책 시행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흡한 부분을 시급히 보완하고 지반 침하 징후도 수시로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오후 부산 사상구 새벽시장 앞.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지하철 공사에 열중하는 옆으로 도로가 철판으로 깔려 있다. 차량이 오갈 때마다 바닥은 서로 맞부딪치며 덜컹거리는 소리를 냈다.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가 진행 중인 이곳 일대에서는 지난해부터 땅 꺼짐 현상이 14차례나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장마철을 앞두고 또다시 땅 꺼짐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통신기기 판매점 직원 김모(61·여)씨는 "여기는 비가 한 번에 집중적으로 오면 항상 물이 빠지지 않아 넘치고, 빗물이 땅 밑으로 유입되면서 땅 꺼짐이 여러 번 발생해 불안하다"며 "뉴스에서도 곧 폭우가 올 수 있다고 하는데, 큰 버스도 다니는 곳인데 땅 꺼짐으로 대형 사고가 터질까 무섭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 공사장 인근에서 잇따른 땅 꺼짐 현상은 강한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 전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 7월 24일과 8월 7일, 20일과 21일에 땅 꺼짐이 잇따라 발생했고, 차량 2대가 빠진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지난해 9월 21일에는 시간당 50㎜에 달하는 강한 비가 내렸다. 가장 최근 대형 땅 꺼짐이 발생한 지난 4월 13일에도 비가 내리는 등 강수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 앞선 대형 땅 꺼짐 사고 조사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유입된 지하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21일 사상~하단선 공사현장에서 대형 땅꺼짐이 발생해 차량 2대가 빠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이런 상황에서 오는 20일부터터 부산지역이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장마에 돌입할 거라는 예보가 나오자 불안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에 부산시와 사상구는 땅 꺼짐 현상을 불러올 수 있는 침수와 하천 범람을 예방하기 위해 공사 현장 인근 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배수로와 우수박스를 신설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다만 우수박스가 새로 놓인 400m 구간은 최근 대형 땅 꺼짐이 발생한 동서고가로 하부 구역만 해당한다. 지난 2019년 사상구와 부산교통공사가 우수박스 설치 협약을 맺은 1공구 공사 구간 165m는 신설 대상에서 빠졌다. 이곳은 도시철도 공사가 모두 끝난 뒤 도로복구를 할 때 설치하기로 했기 때문에, 여전히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장마철 땅 꺼짐 우려를 줄이기 위해선 우수박스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도 보완해 물을 빨리 빠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땅 꺼짐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종철 부산대학교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공사 현장과 가까운 곳에 우수박스가 설치됐다면 물이 더 빨리 빠지는 효과가 있었을 수 있어 아쉬운 부분이다"라며 "깊은 곳까지 공동(빈공간) 여부를 확인하는 시추 보링이나 배수로에 균열이나 누수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원철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역시 "공사 현장 부근을 따라서 지속적으로 지반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깊이에 한계가 있는 GPR 탐사보다는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장비를 확보할 필요도 있다"며 "물이 빠질 때 흙을 같이 끌고 가는 특성을 고려해 비가 많이 내린 뒤 물이 빠질 때 지반조사를 다시 철저하게 하고, 작은 구멍이라도 나타나면 흙을 메우는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