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실 좋던 부부…어쩌다 두 아들 재워 진도바다로 돌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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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에게 수면제 타 먹일 음료를 부부 함께 구매
진도 바다로 빠지기 전 부부 대화 블랙박스에 포착되기도
피의자 "채무 증가·노동청 조사 등 겹쳐 범행했다" 자백
경찰, 아내 자살방조·두 아들 살인 혐의로 피의자 송치 예정

지난 4일 오전 11시 광주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향하는 40대 가장 A씨의 모습. A씨는 일가족이 탄 차량을 전남 진도의 바다에 추락시켜 아내와 두 아들을 숨지게 했다. 김한영 기자지난 4일 오전 11시 광주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향하는 40대 가장 A씨의 모습. A씨는 일가족이 탄 차량을 전남 진도의 바다에 추락시켜 아내와 두 아들을 숨지게 했다. 김한영 기자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전남 진도군 바다에 추락시킨 뒤 홀로 탈출해 가족 3명을 숨지게 한 40대 가장이 범행에 쓰일 음료를 아내와 함께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살인·자살방조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는 A(49)씨가 범행 전 아내 B(49)씨와 함께 범행을 계획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사망한 아내 B씨는 지난 28일 오전 정신과 진료를 받은 뒤 수면제와 우울증약을 처방받았다. 같은 날 오후 8시쯤에는 부부가 함께 약국에 방문해 수면제를 녹일 음료 두 병을 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지켜보는 앞에서 음료 두 병에 수면제 네 알을 내가 직접 쪼개 넣었고 아내가 수면제 섞인 음료를 두 아들에게 줬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침수된 블랙박스를 복원해 바다에 추락하기 전 5시간가량의 블랙박스 내용을 확인했는데 지난 1일 새벽 1시쯤 진도 바다로 돌진하기 전 10분의 대화 내용에서 부부가 함께 수면제를 복용한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피의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아내 B씨에 대한 살인 혐의를 부인했는데, 그에 대한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인근 해상으로 빠진 일가족 탑승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 제공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인근 해상으로 빠진 일가족 탑승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2억 가량의 빚·이자 연체·노동청 조사 등 압박감 심해 범행

A씨가 아내와 두 아들을 태운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하게 된 데에는 억대 채무와 노동 당국의 체불임금 조사 등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작업반장이기도 했던 A씨는 건설사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해 동료 노동자에게 3천만 원가량의 임금을 주지 못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2월 노동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지난 5월쯤 곧 검찰로 넘겨진다는 말에 압박감이 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게다가 부부 이름으로 된 2억 원 정도의 대출과 신용카드 이용 대금에 대한 이자 연체까지 겹치자 이들은 극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A씨는 어려워진 가계 사정에 대해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부모 없이 남겨질 두 아들을 우려해 온 가족이 함께 세상을 등져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A씨는 두 아들과 아내를 차에 태우고 지난 30일 오후 가족여행을 떠나 무안의 한 펜션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다음날인 지난 31일 오후 6시쯤 A씨 가족은 목포로 향했다. A씨는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와 인근 산책을 마치고 오후 11시쯤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A씨는 수면제 네 알을 쪼개 넣은 음료 두 병을 아내 B씨에게 건네줬고 B씨는 두 아들에게 이 음료를 '영양제'라며 먹였다.
 
무안 펜션을 도착지로 설정한 뒤 목포를 출발한 A씨는 두 아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진도로 차를 돌렸다. A씨 가족은 지난 1일 새벽 12시 49분쯤 진도항에 도착했다. A씨는 조수석에 탄 아내 B씨와 함께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약 20분 뒤인 새벽 1시 12분쯤 차량을 바다로 몰았다.
 
부부는 운전석과 조수석의 창문을 열어둔 채 바다에 돌진했고 차 안으로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공포를 느낀 A씨는 열려 있던 창문 틈으로 빠져나와 헤엄쳐 탈출했다고 진술했다.

차량 안전벨트는 아내 B씨가 타고 있던 조수석에만 결착되어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A씨 가족 명의 보험 가입 내역도 살펴봤으나 사망보험이 확인되지 않아 금전적 목적의 범행은 아니었던 것으로 봤다.
 
또한 A씨가 차를 진도에 빠트린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는 즉흥적인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통신·금융 정보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A씨에 또 다른 혐의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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