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늘봄·그룹홈까지 번진 '리박 커넥션'…'스타 강사'도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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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박스쿨,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 미끼로 댓글 공작 의혹
과거 그룹홈 교육도 도마…참여대상으로는 '애국시민'
프로그램 목적에 '애국교육', '미래유권자 아동육성' 명시
자격증 교육-이념 교육으로 연결된 '리박스쿨 구조'
'늘봄 프로그램 주관사'와 '강사 자격증 수여 기관' 동일 대표
' 스타 강사' 출신이자 尹탄핵 반대 활동해온 인사
경찰 수사·교육부 조사 속…서울교대도 "협약 해지"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김조휘 기자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김조휘 기자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이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늘봄학교) 자격증 발급을 미끼로 댓글 공작 참여자를 모으고, 실제 발급으로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단체에서 소규모 아동 복지시설(그룹홈) 운영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프로그램 홍보물에는 자유우파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수호 신앙애국교육'과 '미래 유권자 아동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며 '사회복지사 2급 자격 취득을 위한 지원'이 수료생 특전으로 적시됐다. 자격증을 고리 삼은 대목은 최근 불거진 의혹 내용과도 유사하다.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을 모은 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리박스쿨이 주도한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 발급 기관과 교육 프로그램 공동 주관사가 스타강사 출신 인사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면서 교육으로 포장된 극우 활동이 치밀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리박스쿨, 늘봄에 앞서 그룹홈?…'자격증 고리로 이념교육'

3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리박스쿨은 2020년 '구국의 띠잇기 교육 국민함께 복지학교'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소규모 아동복지시설 '그룹홈' 운영자 양성 과정을 진행했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나 청소년이 공동생활을 하며 보호와 돌봄을 받는 복지시설로, 정부 예산이 지원된다.

해당 프로그램 홍보물에선 '사회복지사 2급 자격 취득을 위한 지원'이 수료생 특전으로 제시됐다. 참여 대상으로는 앞서 해당 프로그램을 수강한 이력이 있는 사람, 사회복지사 1·2급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 '애국시민'이 명시됐다.

리박스쿨은 홍보물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목적에 대해 '자유우파 생존전략, 정부예산 활용한 한미일'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한미일'은 △한국수호 신앙애국교육 △미래유권자 아동육성 △일자리창출 생태계 조성 운동의 각 앞글자를 딴 명칭이다. 또한 '주민 밀착 자립형 활동가 100명 양성'이라는 항목도 명시돼, 복지사업 명목 아래 극우 정치 교육이 병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김조휘 기자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김조휘 기자
리박스쿨 손모 대표는 프로그램 목적에 '자유우파 생존전략', '한국수호 신앙애국교육', '미래유권자 아동육성' 등이 언급된 이유를 묻자 CBS노컷뉴스에 "너무 오래전 일이라 생각이 안 난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공직 생활을 정년퇴직한 여성으로서 좌파우파 용어도 모르던 사람"이라며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에 변고가 생겼다는 생각에 거리로 뛰쳐 나온 연약한 애국 시민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당시 리박스쿨 교육국장을 맡았던 B씨 역시 "오래된 얘기라 기억도 나질 않는다"고 했다.

리박스쿨이 이번 대선 댓글 조작팀을 모집·운영하면서 자격증 수여를 미끼로 내세웠다는 점은 최근 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리박스쿨이 초등학교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유인책 삼아 사람을 모은 뒤, 댓글 공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실제로 강사 지망생 단체 채팅방에서는 댓글 지시가 있었고, 연수 과정에선 극우 성향의 한국사 교육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논란의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업체 대표는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프로그램 공동 주관사 대표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인물이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활동에 참여한 정황도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늘봄교육연합회에서 운영하는 '늘봄행복이교실'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교육부 인가 '창의체험활동지도사자격증'을 주는 구조인데, 이 자격증은 C씨가 대표로 있는 'B연구원'에서 수여했다고 한다. C씨가 이끄는 컨설팅 업체 A교육그룹은 늘봄행복이교실 프로그램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C씨는 최근까지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 참가하고, 부정선거론 관련 글을 개인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유하는 등 정치 성향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을 '스타 강사'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A교육업체에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댓글 조작 의혹' 리박스쿨 사무실엔 적막감만…경찰 "신속·철저 수사할 것"

전날 서울 종로구 리박스쿨 사무실 내부는 비어있었고, 전화는 받는 사람 없이 계속 울렸다. 사무실 우편함에는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보수 성향 단체에서 온 우편물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같은 건물에 입주한 한 관계자는 "사무실에 예전에 태극기·성조기 들고 다니는 노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며 "리박스쿨에서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눌러 여론 흐름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강의를 하더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주 수요일마다 사무실에서 애국가를 불러 관리 사무소에 소음 문제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리박스쿨과 연결된 늘봄학교 논란과 관련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경찰도 리박스쿨에 제기된 대선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며 "계속해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공직선거법상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리박스쿨 대표 손모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경찰청은 고발장이 제출된 지 하루 뒤인 전날 사건을 사이버수사2대에 배당하고 고발인 조사까지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인 측 참고인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자료는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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