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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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격돌하고 권영국 후보가 질타한 '노란봉투법',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번 후보들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두고 격돌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입장과 헌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 충돌한 것입니다.
지난 18일 경제 이슈를 주제로 진행된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어김없이 노란봉투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필요성을) 인정하는 법안"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도 다 인정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지난 1일 이 후보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교섭권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인한 고통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이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 다시금 재확인한 것입니다.
그러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노란봉투법은 사실 헌법에도 안 맞고, 민법에도 안 맞는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우리나라에서 과연 기업을 할 수 있겠냐"며 "쟁의 요구가 계속 벌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반드시 재고해야 하는 법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런 김 후보를 겨냥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노란봉투법이 말도 안 되는 악법이라고 하는데, 진짜 사장이랑 교섭을 하자는 게 악법인가. 자기가 행한 책임에 따라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법이 악법인가"라며 "과거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던 분이 헌법 33조에 보장하는 진짜 사장과 교섭하는 권리, 단체교섭권을 어떻게 악법이라고 말하나. 노동부 장관은 어디로 해 먹었냐"고 질타했습니다.
노조 파괴와 노동자 삶 파멸 막기 위한 '노란봉투법'
'노란봉투법'은 쌍용차 사태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3년 12월, 쌍용차 회사와 경찰이 노조 등에 청구한 손해배상에 대한 1심 선고에서 47억 원 배상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에 한 시민이 쌍용차 노동조합을 돕기 위해 아이 학원비를 내려던 4만 7천 원을 한 시사주간지에 보낸 것이 '노란봉투 캠페인'을 이어졌습니다. 가수 이효리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4만 7천 원'이 든 봉투를 쌍용차 노동자를 위해 보냈습니다.
앞서 2009년 쌍용차 파업 이후 보복성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노동자와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쌍용차 노동자뿐만이 아닙니다. 철도노조, 한진중공업,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등에 수십억,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과 가압류 판결로 고통받았습니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간주하며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로 인한 노조 파괴와 노동자 삶의 파멸을 막아보기 위해 나온 게 '노란봉투법'입니다. 노란봉투법은 과거 월급봉투의 색깔이 '노란색'이었던 데서 비롯했습니다. 손해배상의 어려움을 벗어나 다시금 월급을 받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란봉투법이라 이름 붙인 것입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8월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노조법 2·3조에 대한 동의 정도'를 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직장인 84.3%가 원청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노조법 2조 개정안에 대해 동의했습니다.
고용 형태(정규직 84.3%, 비정규직 84.3%)나 노동조합 유무(조합원 84%, 비조합원 86.6%)에 관계없이 동의 의견이 높았습니다.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3조 개정안에 대한 동의 의견도 7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조국혁신당 신장식, 진보당 윤종오 의원과 민주노총 양경수,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이 지난 2024년 6월 18일 국회에서 노조법 2,3조 야당 공동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토론회에서 나온 노란봉투법 내용, 사실일까?
노란봉투법은 21대와 22대 국회 문턱은 넘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하며 입법이 무산됐습니다.
경제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은 법리에 맞지 않고, 실질적으로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는 "노란봉투법이 헌법에도 안 맞고, 민법에도 안 맞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국민의힘)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국회입법조사처는 '22대 국회에 발의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헌법과 민법 등 다른 법률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국민의힘 질의에 대해 "노조법상 근로자·사용자 개념의 확대, 노조 가입자 제한요건의 삭제는 헌법상 노동3권의 확대로 볼 수 있으므로, 곧바로 헌법 적합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개정안이 노조법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개정을 통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가 손해발생에 영향을 미친 만큼만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을 두고도 입법조사처는 "배상의무자별로 손해배상 범위를 산정하도록 하는 개정안 내용은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노조 활동과 단체교섭 내지 쟁의행위는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동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의의가 있다"며 "이는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단체교섭·쟁의행위가 그 밖의 노조 활동과) 불가분의 영역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민법상 손해배상 체계와 충돌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필요성을) 인정하는 법안"이라며 "국제노동기구도 다 인정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먼저 ILO 홈페이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전문가위는 지난 2023년 11월 ILO 핵심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 이행에 관한 정부 보고서와 노사단체 의견서를 살핀 뒤 23개 항목에 대한 검토를 한국 정부에 직접 요청했습니다.
ILO는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87호와 단체교섭에 관한 98호를 바탕으로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가진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파업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21년 '결사의자유' 기본협약을 비준했습니다. 협약은 지난 4월 발효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전 세계 167개국과 1억 6100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노총(ITUC)도 2023년 11월 22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지지를 표한다"며 "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는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결사의 자유와 단체협약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무시해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이 후보의 말처럼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와 맞닿은 판결이 있습니다.
2010년 11월 15일부터 같은 해 12월 9일 사이에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참여해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했습니다. 이에 현대차는 이로 인해 공정이 278시간가량 중단돼 손해를 입었다며 파업 참여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2023년 6월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주도한 주체인 노조와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같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격돌하고 권영국 후보가 질타한 '노란봉투법',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세한 의견은 댓글로도 환영합니다.
※투표 참여는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