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 현대차 제공중고차 시장에서의 대기업 점유율 제한이 풀리면서 업계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대기업 완성차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기업 진출로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와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고차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중기부 제한 해제…현대차·기아, 인증 중고차 사업 확대할듯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부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중고차판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시장 참여가 제한돼 왔지만 2019년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기한이 지나면서 현대차·기아도 2022년 1월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 들었다.
다만 중기부는 영세 중고차 사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양사에 중고차 거래 대수 판매 제한을 했는데 이달부터 제한이 풀리는 것이다.
빗장이 풀리면서 현대차·기아는 인증 중고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앞서 양사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 사업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중고차 사업에 필요한 대규모 차량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온라인을 중심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운영했던 두 회사가 소비자가 실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며 중고차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업체들도 중고차 사업 확장에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5월부터 인증중고차 사업을 운영중이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업체 BYD도 국내 중고차 판매 법인을 신설하며 관련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기업들이 속속 중고차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최근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판매 중고차는 253만9874대로, 같은 기간 판매된 신차(164만5998대) 대비 1.54배나 많았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중고차는 약 58만대, 신차는 약 40만대 판매됐다.
"중고차 시장 신뢰도 상승" vs "가격 상승 야기할 수 있어"
'현대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에 아이오닉5 인증 중고차가 전시돼 있다. 현대차 제공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확대 움직임에 업계에선 '레몬마켓'으로 꼽혀온 중고차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향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저품질의 물건이 거래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접수된 중고차 구입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총 330건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기업 신뢰도와 보증 시스템이 확대될 경우 전체 중고차 시장 신뢰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의 경우 기존 보유 차량을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통해 매각한 뒤 신차를 구입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기아도 차량 출고부터 사후 관리까지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기업이 주는 신뢰도가 있기 때문에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대기업의 본격 진출이 중고차 가격을 밀어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기아 인증 중고차 홈페이지에 따르면 매물 가격은 신차의 90% 안팎 수준이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로 중고차 가격을 높게 형성해 신차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방어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향후 대기업 물량이 많아지면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대기업의 매물은 기존의 중고 매물의 가격보다는 높게 형성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 업체에 수요가 몰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업계에선 현대차·기아의 매입 기준이 양사의 중고차 시장 영향력 확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최초등록일 기준 8년, 총 주행거리 12만㎞ 미만의 무사고 차량만 매입하고, 기아는 5년, 10만㎞ 이내의 차량만 매입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양사 모두 많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판매 제한이 풀린 지 약 2주가 지났지만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관련 광고 물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 작업이 마무리된 뒤 본격적인 물량 확보나 기준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매입 기준을 기준 중고 매물 수준으로 완화한 후에 대기업 시장 진출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