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당내에서 검찰의 대장동 일당 1심 판결 항소 포기 국면을 주도하면서다. 그가 특정 이슈에 천착한 '저격수' 수준을 넘어 당 안팎의 세력을 규합하고 대권 주자로서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항소 포기' 이후 SNS 100여 건
애초 이 이슈에 불을 당긴 것도 한동훈 전 대표였다. 한 전 대표는 대장동 일당 항소 기한인 7일 자정을 1시간여 남겼을 때 관련 보도를 인용하며 검찰에 '즉시 항소'를 압박했다. 포기할 경우 담당 검사는 물론 검찰 수뇌부까지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받을 거라고 경고하면서다.
항소 불발 직후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습니다"라는 글로 여론전을 본격화했고, 이후 친한계 박정훈 의원이 '국정조사'를 처음 언급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 전 대표는 이후에도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국정조사에 '항명 검사'를 포함하자고 하자 "대장동 일당과 공범임을 자백한 것"이라고 받아쳤으며 법무장관 출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에게 토론을 제안했다.
이렇게 한 전 대표가 항소포기를 쟁점화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은 100개가 훌쩍 넘는다. 사태가 벌어진 다음 날 오후에야 SNS로 입장문을 낸 장동혁 대표나 송언석 원내대표 등의 '시간차' 대응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도부 메시지는 좀 더 무게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한 전 대표에 비해 시기나 타격감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한동훈 "우리가 확실한 명분 갖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한 전 대표 주변에서는 항소 포기 이슈가
국민의힘 입장에서 그나마 싸워볼 만한 주제라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전 대표가 당 핵심 지지층과 거리감이 커지고 있던 터라, 그들과 입장을 같이 할 이슈가 필요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중앙지검 3차장 등을 지낸 대표적 특수통 검사였고, 전임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당내 어떤 인사보다 이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한 전 대표는 16일 KBS 인터뷰에서 "대장동 일당에게 7천억 몰아준 추징 포기를 대충 넘어가면 민주당 정권은 이재명과 관련된 모든 사건 공소를 취소해 버리고 대법원을 갈아엎을 것"이라며
"우리가 소수의 야당이지만 확실한 명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밀리면 다음 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수논객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는 최근 "한동훈 한 사람이 국힘당 의원 107명분(分)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가 여론 주도권을 잡았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옭아매고 있는 '내란당' 프레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다.
지도부 內서도 "국힘, 더 치열해져야" 쓴소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왼쪽)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물론 당내에서는 한 전 대표가 항소포기 이슈 '원 툴'로 세력 확대를 꾀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다.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높아진 반한(反한동훈) 정서를 상쇄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취지다.
다만, 한 전 대표가 '스피커'로 부상하는 동안
당 지도부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던 점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는 자성도 제기된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국민의힘은 치열하지 못하다. 당협위원장, 국회의원 할 것 없이 다 1인시위 피켓이라도 들고 거리로 나가야겠다"며 "더 치열해야 국민들께서 (야당이 주장하는 바를) 알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