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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에서 마파두부까지…'웍과 칼' 3천년 중화요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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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 제공 글항아리 제공 
짜장면, 탕수육, 마라탕. 한국인에게 중화요리는 너무 익숙하지만, 정작 그 본고장의 세계는 여전히 낯설다. 영국의 음식 저널리스트 퓨샤 던롭이 쓴 '웍과 칼'은 그 방대한 중화요리의 세계를 30년에 걸쳐 탐험한 결과물이다. 단순한 음식책이 아니라, 중국 음식문화의 역사와 철학, 조리기법과 문명사를 아우르는 '중화미식인류학'이다.

던롭은 1990년대 학생 신분으로 중국 쓰촨성 청두에 건너가 처음엔 공부보다 먹는 일에 몰두했다. 그러다 현지 요리학교에 등록한 최초의 외국인 학생이 되었고, 이후 중국 각지를 여행하며 지역별 요리의 뿌리와 변화를 기록했다. 그렇게 30여 년간 쌓아온 경험과 자료를 집대성한 책이 바로 '웍과 칼'이다.

그는 "중국요리는 최초의 진정한 세계적 요리였다"고 말한다. 중국은 22개 성과 660여 개 도시로 이뤄져 있으며, 그 지역마다 기후와 토양, 식재료가 다르다. 이 다양성이 각기 다른 맛의 세계를 만들어냈고, 불교·도교·유교·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면서 음식은 철학이 되었다. 던롭은 이런 요리의 변천을 한 편의 문화사처럼 따라간다.

책의 제목처럼 '웍(중식 냄비)'과 '칼(중식도)'은 중국 요리의 상징이다. 그는 "중국 요리는 왜 모든 재료를 잘게 썰어 볶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를 단순한 조리 습관이 아닌 문화적 선택으로 읽어낸다. 불 앞에서 재료를 잘게 썰고 순식간에 조리하는 행위는 공동식사 문화, 즉 '함께 먹는 식사'를 전제로 한다. 불의 세기와 칼의 리듬이 결합된 그 요리법 속에는 중국인의 생활철학이 녹아 있다.

'웍과 칼'은 마파두부, 동파육, 도삭면 등 고전적인 요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단순한 조리법 소개를 넘어 그 음식이 탄생한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의미를 풀어낸다. 공자의 시대 북부 지역의 주식은 쌀이 아닌 기장이었고, 귀족들이 즐기던 '겅(羹)'이라는 전분 스튜가 후대의 국물요리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소개된다.

간장은 원래 발효 실험 중 우연히 만들어진 부산물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요리의 핵심 조미료가 되었다. 던롭은 이런 세세한 변화를 통해 중국 음식이 단순한 '맛의 진화'가 아니라 '문명의 진화'임을 보여준다.

책은 또한 음식이 어떻게 다른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새롭게 진화해왔는지를 흥미롭게 조명한다. 역자들은 한국의 짜장면을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산둥식 조리법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며 서민 음식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짜장면은, 외래 문화가 토착화되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국의 탕수미트볼, 미국의 찹수이, 일본의 라멘도 마찬가지다.

던롭은 "모든 훌륭한 요리는 서로 다른 문화가 부딪히고 타협하며 포용한 결과물"이라며 "중화요리는 외부 문화를 흡수하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재창조해온 거대한 생명체"라고 말한다.

'웍과 칼'은 음식이라는 창을 통해 인간 문명을 탐구하는 본격 인문서다. 던롭은 요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음식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외부와의 접촉이 없고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문화는 정체되거나 퇴화한다"고 말한다. 중국 음식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요리 체계를 가진 이유는 바로 그 개방성과 포용성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퓨샤 던롭 지음 | 윤영수·박경환 옮김 | 글항아리 | 5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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