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하우스 제공 법의인류학자 윌리엄 배스의 실화 논픽션 '부패의 언어'
들판에 놓인 시체, 불에 탄 시체, 트렁크 속 시체까지. 죽음의 현장을 과학의 언어로 바꾼 법의인류학자의 실화가 공개됐다.
윌리엄 배스·존 제퍼슨 공저의 '부패의 언어'는 세계 최초의 인체 부패 연구소, 일명 '시체농장(Body Farm)'을 설립한 법의인류학자 윌리엄 배스 박사의 50년 연구를 기록한 논픽션이다.
배스 박사는 1970년대 미국 테네시대학에서 시체가 어떻게 썩는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불에 탄 뼈, 물에 잠긴 시신, 시멘트 속에 묻힌 유해까지. 사망 후 인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체계적으로 기록해 세계 최초의 '사후 경과시간 데이터베이스'를 완성했다.
그 시작은 굴욕적인 실수였다. 도굴된 무덤에서 발견된 머리 없는 시신을 '사망 몇 달'로 추정했다가, 남북전쟁 시기인 113년 전 사망자로 밝혀진 것. 부패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그는 곧 '시체농장'의 설립을 결심했다.
농장에는 해마다 수십 구의 시신이 기증돼 야외 환경에서 부패한다. 곤충, 박테리아, 날씨, 토양의 변화가 모두 기록된다. 이 실험들은 경찰과 FBI가 살인사건의 사망 시점을 추정하고, 법정 증거로 채택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책은 시체농장에서 출발한 과학이 어떻게 살인사건의 진실을 복원하는 언어로 발전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어린 손녀를 살해한 의붓할아버지 사건처럼, 구더기 껍질 하나가 배심원의 판결을 바꾼 사례도 등장한다.
'부패의 언어'는 단순한 범죄 논픽션을 넘어 인간성과 정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진다. "살아서는 이름조차 잊힌 이들이 죽음 이후 과학의 영웅이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죽은 자의 몸은 법과 윤리,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증언한다.
윌리엄 배스·존 제퍼슨 지음 | 김성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420쪽
위즈덤하우스 제공국내 최고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시체는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
국내 최고 법의학자가 3천 건의 부검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을 늦추는 법'을 말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가 신간 '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1999년 첫 부검 이후 27년간 쌓아온 생생한 기록을 통해 한국인의 실제 사망 원인과 인간의 몸이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싸우다 멈추는지를 밝힌다.
책은 심장, 뇌, 폐, 혈관 등 주요 장기의 기능과 손상 과정을 실제 사례로 풀어낸다.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30대 택배기사, 뇌출혈로 생을 마감한 중학생, 샤워 중 익사한 대학생 등 부검대 위에서 만난 '죽음의 얼굴'이 하나하나 등장한다.
유 교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체는 언제나 정직하게 살아온 흔적을 기록한다"고 말한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의학 지식이 아니다. '어떻게 죽는가'의 이야기는 곧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대답이라는 것이다. 부검실에서 마주한 수많은 죽음은 결국 건강을 잃게 하는 습관과 방심의 결과였다.
심혈관 질환, 폐렴, 암, 알코올성 간질환, 스테로이드 남용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사망 원인이 법의학자의 눈으로 해부된다. 특히 그는 "부디 우리가 부검대에서 만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며, 일상 속 사소한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책은 유튜브 채널 '유성호의 데맨톡'에서 화제를 모았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명을 지키는 '법의학적 생존 교양서'로 완성됐다.'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죽음의 현장에서 얻은 냉철한 통찰로, 우리가 스스로의 몸을 이해하고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말한다.
유성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3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