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쓰기연구소 제공 "퇴직이나 휴직이 아니라, 다시 학교로 가는 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어요."
21년차 초등교사가 쓴 '다시, 학교 가는 길'은 암 투병 이후 교실로 돌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병을 계기로 삶의 속도와 시선을 바꾸고, 다시 아이들과 마주한 하루하루를 기록한 산문집이다.
2023년 겨울, 건강검진에서 암을 발견한 저자는 수술과 회복을 거쳐 6개월 만에 학교로 복귀했다. 예전처럼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내려던 열정 대신, '기다림과 돌봄의 교사'로서 다시 서게 된 자신의 모습을 담담히 그린다.
저자는 "도움을 받는 일도 배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교사도 누군가의 배려가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암 투병 이후 달라진 감수성으로 바라본 다문화학교의 교실 풍경이 생생히 담겼다.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과의 첫 만남, 언어와 문화의 차이 속에서 생겨나는 작은 오해와 성장의 순간들이 세밀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저자는 "다문화 아이들이 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덕분에 학교가 더 다양하고 풍성해진다"고 말한다.
그가 속한 다문화학교는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공간이다. 저자는 "표준적인 교과서보다 서로의 이야기가 더 큰 배움이 된다"며 "교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지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를 향한 마음의 속도"라고 강조한다.
'다시, 학교 가는 길'은 교직 20년의 열정과, 병을 통해 새롭게 배운 '멈춤의 기술'을 동시에 담은 기록이다. 저자는 "암은 나를 멈춰 세웠지만, 그 덕분에 아이들과의 시간을 다시 사랑하게 됐다"고 말한다.
교실은 여전히 문제와 변수가 많은 공간이지만, 그 속에서 저자는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병이 남긴 흔적은 상처가 아니라, 천천히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 선물처럼.
유영미 지음 | 읽고쓰기연구소 |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