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애심은 처음 시즌2 대본을 접했을 당시 "재미있어서 잘될 거라는 답이 딱 나왔다"며 "이 작품 안에 내가 있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영락없이 엄마 느낌이다. 유쾌하고 해맑기도 하다.
배우 강애심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촬영하면서 극 중 용궁 선녀로 나온 채국희와 아들 박용식으로 나온 양동근과의 일화를 전했다.
"숙소에서 간단히 먹고 나왔는데 진눈깨비가 막 내리는 거예요. 그것도 너무 좋았는데 앞에 마침 성탄 트리도 있었어요. 그걸 보고 양동근 배우가 '진눈깨비 피하려나 성.탄.트.리.'라고 랩을 해 서로 따라 하며 춤추고 그랬죠."
강애심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채국희 배우와 둘이 화음 맞춰서 노래하면 양동근 배우는 랩을 했다"고 웃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채국희 배우와 굉장히 친해졌다"며 "서로 위로할 부분이 있으면 위로도 해주고 둘이 또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맞았다"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용궁 선녀 역으로 나온 배우 채국희. 넷플릭스 제공그러면서 채국희의 노력과 태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애심은 "정말 노력파다. 열심히 연습하고 한치도 어긋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는 연습벌레"라며 "여러 가지 디테일하게 생각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강애심은 시즌2에서 박용식 엄마인 장금자로 분했다. 그는 아들의 상습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엄마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장금자는 오징어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6.25도 살아서 버텼는디 이깟 애들 놀음 하다가 죽을 수는 없지"라는 대사로 깨알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동근의 오랜 팬…그때 괴물 같다고 생각했어요"
양동근은 평소 강애심에게 '엄마, 엄마, 아 선배 어머 누나'라며 매번 반복한다고 한다. 넷플릭스 제공강애심이 시즌2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연극 무대에서 선보인 한 독백 장면 덕분이었다. 마침 황동혁 감독이 그 영상을 보고 섭외를 제안한 것이다.
그는 "꽤 긴 독백이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고 '이 배역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뢰감을 느꼈다' 그러셨던 것 같다"며 "이후 가대본을 보내주시더니 영상 하나 찍어달라고 하셔서 직접 찍어 보냈다"고 떠올렸다.
장금자 역에 대해선 낯설지 않았다. 실제 아들 하나 둔 엄마이기도 하고, 무대에서 정감 있는 엄마, 할머니 역할을 여러 차례 해왔던 만큼 특별히 연구하지 않았다.
강애심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대작에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하면 겁나고 긴장되고 그럴 텐데 그렇지 않고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촬영 내내 옆에서 함께한 양동근과의 호흡을 떠올렸다. 그는 "제가 도움을 줬다고 하는데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다"며 "카메라가 뒤에 있어 본인은 뒷모습만 보이는데도 진심으로 해주더라. 저도 감정이 쭉 올라왔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촬영 현장. 넷플릭스 제공사실 강애심은 양동근의 오랜 팬이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2002)에 나오는 양동근을 보고 팬카페에도 가입할 정도로 관심이 있었다고.
그는 "당시 양동근을 보고 물줄기가 너무 다양해 보였다"며 "이렇게 갈 수도 있고 저렇게 갈 수도 있고, 그렇다고 또박또박 말하는 목소리가 아닌데도 대사는 다 들렸다. 호흡으로 치는데도 생각으로 느껴지고 이 친구는 괴물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첫 리딩하러 간다고 하니 너무 행복했다"며 "먼저 와서 사무실에 앉아 있었는데, 밖에서 문을 딱 열더니 그야말로 '까꿍' 이러면서 들어오는데 얼마나 귀여웠는지 아느냐"고 웃었다.
"박성훈 보고 키 큰 미어캣 떠올라…웃음터졌죠"
배우 강애심은 황동혁 감독에 대해 "서로 소통하다 보면 오해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더라"며 "저랑 호흡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다른 동료들과의 호흡도 전했다. 특히 극 중 성소수자이자 특전사 출신 조현주 역을 맡은 박성훈과 함께한 장면에서 여러 차례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어찌나 웃었던지 황동혁 감독도 감정 추스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해당 장면은 조현주가 양손을 가슴에 모으고 짝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다.
"아주 키가 크잖아요. 아주 늘씬하고 긴 사람이 이렇게 얌전하게 있는데, 어머, 머릿속으로 갑자기 미어캣 생각이 나는 거예요. 키 큰 미어캣이다. 웃음이 엄청났어요. 정말 계속 웃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 촬영 현장. 넷플릭스 제공강애심은 이정재와 이병헌과 호흡을 전하며 "월드스타 다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정재에 대해 "본인 대사가 없는데도 그 자리에서 다른 배우들을 기다려준다거나 대사를 주고받으며 극에 몰입하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지더라"며 "자기가 이 모든 사람들을 리드해야 되고 이끌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 이병헌에 대해선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말도 못 하고 누워만 있어서 이 대배우가 나를 위해서 기저귀도 갈아주고 미음도 떠먹여 줘 그냥 행복했는데, 오징어 게임에서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서로 대사를 해보니 아 이 사람은 내면에서 마음을 움직여 (감정을) 표출한다는 걸 느꼈다"고 찬사를 보냈다.
웅장한 촬영 세트장에 대해서도 거듭 감탄했다. 강애심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할 때는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며 "5인 6각 게임 운동장은 예쁘게 꾸며놨더라. 잘 보면 떠든 사람 황동혁 이라는 낙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둥글게 둥글게 게임할 때는 커다란 턴테이블 위에 수많은 사람이 탄 거 같았다"고 전했다.
"늘 대사부터 챙겼어요…시즌2 배역 맡아 행복"
배우 강애심은 "시즌2에서 멋진 배우들의 결말이 흐지부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 아프셨을 텐데 시즌3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기대 이상으로 펼쳐질 거라 예상한다. 기대해 주시라"고 자신했다. 넷플릭스 제공앞서 강애심은 시즌2 공개되기 전 홍보차 미국 등을 방문했다. 그는 "다들 표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우리를 본다는 거에 진짜 행복해하더라"며 "진짜 적응이 안돼서 속으로 '나도 그냥 인간이야 이 분위기의 휩쓸리지 말자'라고 노력했다"고 겸손했다.
이어 "(홍보 행사에 참석하면서) 남미 쪽 게임이었던 거 같은데 우리가 게임하기 바란다고 도구를 가져왔는데 해보려고 했는데 결국 못했다"며 "다들 똑같은 질문으로 소감을 많이 물어봐서 얼굴로 표현한 적도 있었다"고 웃었다.
강애심은 다시 한 번 연극 '다윈의 거북' 무대를 서보고 싶다고 한다. 작품은 인간의 폭력과 전쟁을 경험한 거북이가 스스로 진화한 뒤, 한 역사학자를 찾아가 내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그는 "대사량이 엄청나지만, 더 나이들고 힘이 빠지기 전에 다시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 작품도 워낙 좋았다"며 "함께했던 연출이 세상을 떴는데 그 분하고 지냈던 시간도 되새겨 보고 싶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배우 강애심이 지난 12월 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어느덧 43년 차 배우가 된 강애심. 그는 연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좋았어요. 제가 아주 계획없는 인간형인데 가장 우선인 건 연극이었어요. 머리가 좋지 않아 암기력이 좀 떨어지지만, 그냥 계속 대사 외우고 쓰고 최선을 다해요. 그러면 어떤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끝으로 시즌2에 대해 "이렇게 전 세계적인 프로그램 안에 내가 들어와 있다니 진짜 믿을 수가 없었다"며 "여기에 한 획을 담당하는 배역을 맡아 행복했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느냐. 영광이었다"고 돌아봤다.
한편, 지난달 26일 공개된 시즌2는 연신 흥행 기록을 쓰며 △오징어 게임 시즌1 △웬즈데이에 이어 넷플릭스 역대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올랐다. 여기에 시즌1까지 역주행을 불러일으키며 큰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