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여하는 성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다. 넷플릭스 제공실제 대본에 있었다. 애드리브가 아니었다고 억울(?)해했다. 배우 이병헌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촬영 당시 황동혁 감독에게 재차 확인했다.
"감독님, 이게 진짜 웃길 거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물어봤었어요."이병헌이 언급한 내용은 극 중 오영일이 5인 6각 게임 뒤, 살아남은 동료들과 통성명하는 장면이다. 이 과정에서 오영일은 성기훈의 이름을 듣더니 '성이 성이네요'라고 혼자서 웃는다. 누가 봐도 멋쩍게 만드는 장면이지만, 황 감독은 그게 포인트라고 답했다고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병헌은 "감독님이 썰렁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썰렁함이 웃기는지 다시 물어봤다"며 "대본에는 아재 개그 해놓고 나만 혼자 웃는다고 적혀있었다 (감독님이) 주변 분들이 잘 해줘야죠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그는 "그런데 '둥글게 둥글게' 게임에서 5명이 서있는데 6명으로 부르면 김준희(조유리) 뱃속에 아기가 있으니까 다 오케이 아닌가라고 하는 또 썰렁한 농담을 했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 넷플릭스 제공이병헌은 이번 시즌2에서 프론트맨, 황인호, 오영일 1인 3역을 맡았다. 이 때문에 감정 표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그는 "3부 대본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프론트맨이 1번으로 참가한다는 걸 알았을때 저도 깜짝 놀랐다"며 "그다음 4부 대본을 읽으면서 '야 이거 진짜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황인호는 와이프하고 아기를 살리지 못한 상태로 오징어 게임에 들어가 더 참혹한 인간의 밑바닥 본성을 본 인물"이라며 "당초 (황인호의 내면이) 어두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함께 게임을 통해 서로 환호한다고 하니 그걸 깨기가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5인 6각 게임을 통해 오영일은 동료들과 함께 응원하고 부둥켜안으며 크게 웃는다.
이병헌은 "이 인물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 게 가장 고민이 됐던 부분이었다"며 "감독님이 황인호도 어느 순간에 저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즐기고 있지 않겠냐고 말해주시더라. 그것도 말이 됐다. 어쩌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성기훈의 열등감도…신념 무너지는 걸 바라봐"
배우 이병헌은 오영일이라는 이름에 대해 "황동혁 감독님에게 번호표와 이름이 똑같으면 장난 같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감독님은 오히려 재미있을거 같다고 하시더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오징어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오영일은 성기훈 옆에 있으면서 뜻을 함께한다. 급기야 성기훈과 함께 총을 들고 위로 올라가 핑크가드와 전면전을 펼치기도 한다.
이같은 심리에 대해 이병헌은 "프론트맨의 목적은 성기훈을 죽이는 것도, 성기훈을 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프론트맨은 성기훈의 믿음이 무너질 거라며 깨닫길 바라지만, 끝까지 신념을 지키는 성기훈을 보면서 어찌 보면 약간의 열등감이었던 거 같아요."그는 "여전히 지키려고 하는 그 모습에서 자기가 하지 못했던 걸 하는 느낌도 받았다고 본다"며 "사람의 감정이 복합적이다 보니 한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기억나는 신으로 오영일이 성기훈에게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잖은 건가'라고 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성기훈의 신념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드디어 너도 무너지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그런 눈빛으로 기훈을 바라보는 그 장면이 되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영웅 놀이는 재미있었나'라는 대사도 생각난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둥글게 둥글게' 게임 세트장 또한 기억에 남는 장소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공간이었다"며 "200명 이상이 판 위에 다 올라가 있더라, 거기서 CG가 없다"고 감탄했다.
이어 "그 규모에서 부감(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촬영)으로 딱 찍는데 사람 눈알처럼 보이더라"며 "그 장면 보면서 이거 대박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박성훈 권총 잡는 거 알려줘…조유리 눈빛 좋더라"
이병헌은 황동혁 감독을 두고 "진짜 천재"라고 감탄했다. 그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2022)를 촬영하고 있었을 당시 황 감독님이 오셔서 밥을 먹었다"며 "그때만 하더라도 시즌2에 대한 아무 구상이 없었는데 6개월 동안 대본을 만드셨더라. 13개 에피소드를 이렇게 짜임새 있게 짤지 몰랐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넷플릭스 제공동료들과의 호흡도 전했다. 이병헌은 극 중 성소수자이자 특전사 출신 조현주 역을 맡은 박성훈에게 권총 잡는 자세를 알려줬다.
그는 "(박성훈이) 특전사 출신으로 나오고 총에 관해서도 설명해야해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며 "권총을 든 모습을 보고 기본적인 것만 알려줬다"고 떠올렸다.
이어 "과거 영화 지아이조 촬영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배우들의 총기 액션 장면이 나오면 무조건 버스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사막산 같은 곳으로 가서 며칠 동안 훈련을 받았다"며 "동료들과 함께 몇 명이 진입할 때 어떤 순서로 들어가고, 총을 45도 각도로 특정 자세를 취하고 조준을 쉽게 하는 등 이런 걸 배웠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또 이번 작품으로 첫 호흡을 맞춘 조유리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사실은 아이돌 출신이었는지, 다른 데서 연기를 했었는지 전혀 몰라 이번 작품이 처음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함께 연기를 해보니 눈빛이 너무 좋더라"며 "저 배우 눈빛이 참 좋다고 이 작품을 통해 좋은 결과가 있을 거 같다고 감독님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이병헌은 강애심의 연기를 보며 '붉은 수수밭의 공리 같았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극 중 '둥글게 둥글게' 게임을 하다 아들 박용식(양동근)과 장금자(강애심)가 떨어져 장금자가 홀로 남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보고 이병헌이 극찬한 것이다.
이에 그는 "카메라 뒤쪽에서 카메라를 보고 있었는데 정말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면서 쳐다보더라"며 "그때 순간 생각이 나 얘기드렸다"고 웃었다.
"이정재 제기차기 통증? 골반이 안 좋은가 봐요"
이병헌은 시즌3에 대해 "사람들이 또 알게 되는 부분도 있다"며 "얘기가 더 스펙터클 할 거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제공 촬영하기 앞서 집에서 5종 게임을 해 본 이병헌은 이정재와 달리 제기차기만 유일하게 한 번에 통과했다고 한다. 앞서 이정재는 제기를 5개까지 차는 게 유독 어려워 골반까지 아팠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는 "팽이가 오랜만에 하니까 잘 안돼 힘들더라"며 "이정재는 골반이 원래 좋지 않은가 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병헌은 집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들과 팽이 돌리기를 했다. 오징어 게임이 19세 이상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아들 또래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학교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형들 또는 친구들이 짤 같은 걸 보고 얘기하나 보더라"며 "시즌2가 공개되고 나서 하루에 질문을 엄청 쏟아냈다"고 웃었다.
이어 "아들이 어디서 들었는데 프론트맨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준다며 아빠는 안 죽지라고 계속 물어봤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병헌은 △영화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매그니피센트 7 △지아이조 등 다양한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시리즈 만큼은 새삼 그 위상을 실감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뭘 해도 저를 알아보지 못하더라고요. 유명한 사람이야 뭐 이렇게 물어보는 경우는 있었어도 누군지는 잘 모르시더라고요. 이번에 시즌2가 공개되기 전에 미국에 갔는데 2천명 이상의 팬들이 와서 환호를 지르는데 한국 작품으로 한국 감독과 한국 동료들과 그런 자리에 서서 환호를 받고 성원을 받는다는 게 되게 묘했어요."
한편, 지난달 26일 공개된 시즌2는 연신 흥행 기록을 쓰며 △오징어 게임 시즌1 △웬즈데이에 이어 넷플릭스 역대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올랐다. 여기에 시즌1까지 역주행을 불러일으키며 큰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