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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옆 아닌 위로 향해야"…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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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여하는 성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다. 넷플릭스 제공'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여하는 성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다. 넷플릭스 제공
돈키호테. 돌아가는 풍차를 괴물로 착각해 창을 들고 달려드는 인물이다. 헛되고 무모한 싸움을 일컫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시즌2의 성기훈(이정재) 모습을 돈키호테로 바라봤다.

"게임에 다시 참여한 성기훈이 처음에는 제도 안에서 OX투표를 통해 사람들을 탈출시키려 노력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좌절하잖아요. 결국 남아 있는 카드는 무모한 반란인데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일을 성기훈이 한다고 생각했어요."

황 감독은 "그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패배를 겪으면서 조금씩 의도를 잃어버리는 인물로 봤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평범한 서민이었던 성기훈은 시즌1 게임을 통해 경쟁 사회에 낙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우리의 게으름과 무능 탓만이 아니라, 이 시스템 자체가 잘못 설계됐음을 깨닫는다"며 "그 게임을 끝내기 위해 시스템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혁명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즌2에서부터는 성기훈의 선한 의도와 신념이 어떻게 좌절되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 상대로 시스템을 대표하는 인물인 프론트맨을 등장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즌2에서 프론트맨이자 황인호, 오영일을 맡은 배우 이병헌. 넷플릭스 제공시즌2에서 프론트맨이자 황인호, 오영일을 맡은 배우 이병헌. 넷플릭스 제공
여기서 프론트맨의 역할은 성기훈을 점차 무너뜨리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황 감독은 "성기훈이 일으킨 반란이 처참하게 실패한 뒤 시즌3에서는 그가 겪는 원망과 자책, 죄책감 속에서 변해가는 과정을 다룬다"며 "성기훈이라는 인물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사회를 바꾸고 체제를 바꾸고자 했던 사람들이 겪는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이 시스템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도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시작되지만, 어려움들이 닥치면서 선한 의도가 흔들리는 일들을 겪게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주의 혁명도 모두를 잘 살게 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국 그 안에서 많은 희생을 낳았다"고 전했다.

이어 "변화의 지점이 중요했다. 그 안에서 (성기훈과) 동조하며 가담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손해 볼 행동을 하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작품 메시지에 대해 "분노를 위로 향하는 성기훈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이렇게 힘들어진 이유는 이 시스템을 만들고 권력을 누려온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세상은 분노가 위로 향하지 않고, 옆 또는 아래로 향한다고 봤어요. 이 분노를 위로 돌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공유, 총구 입에 넣는 건 대본에 없었다…빵과 복권 의미는"

황 감독은 "공유 배우가 총구를 입안으로 넣은 건 대본에 없었다"며 연기를 극찬했다. 넷플릭스 제공황 감독은 "공유 배우가 총구를 입안으로 넣은 건 대본에 없었다"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넷플릭스 제공
황 감독은 시즌2를 기획하면서 딱지남(공유)의 서사를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시즌1에서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준 데 이어 미스터리만 남기고 사라진 인물이어서다.

그는 "시즌2에서 성기훈이 복수를 한다면 가장 먼저 찾는 게 딱지남일 것으로 생각했다"며 "딱지남의 일화를 좀 할애해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빵과 복권이 나왔다. 그는 해당 의미에 대해 "지금 누구도 빵 하나에 만족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황 감독은 "과거에 비해 누구나 빵 한 덩이 정도는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더 많은 것을 가진 이들로 인해 절대 만족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불행을 느끼고 자꾸만 일확천금을 쫓게 만드는 게 지금 이 세상이고 자본주의의 모습"이라며 "더 가져야 행복하다는 것을, 광고 등을 통해 서로의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빵을 받는 사람이 한 명 나오는데 그런 사람이 되게 극소수가 돼 버린 걸 알리고 싶었다"며 "나머지는 모두 복권을 택하는 어떤 세태에 대한 풍자로 그 장면을 넣어봤다"고 강조했다.

시즌1에서 조상우(박해수) 대사와 시즌2 성기훈 대사가 겹치는 건 의도된 연출이었다. 조상우와 성기훈은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게임은 중단된다. 맞습니까"라고 똑같이 말한다 오일남의 대사를 오영일(이병헌)이 그대로 읊는 장면도 나온다.

황 감독은 "한 대사를 여러 캐릭터가 반복하면서 조금 다르게 변주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제가 사실 상우라는 인물을 좋아해 꿈속에서라도 등장시키고 싶었는데, 그게 안 돼 대사라도 쓰게 된 것"이라고 웃었다.

'둥글게 둥글게' 게임. 넷플릭스 제공'둥글게 둥글게' 게임. 넷플릭스 제공
그러면서 시즌1과 시즌2의 게임 차별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황 감독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오징어 게임'의 시그니처이고 기훈의 활약이 있기에 꼭 들어가야 했다"며 "두 번째 게임부터 그룹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하나의 게임만 스테이지를 구성하기에는 어렵더라. 한국 전통 놀이들을 많이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5인 6각 경기를 통해 보여 주면 재미있을 거 같더라"고 떠올렸다.

그는 "세 번째 게임 '둥글게 둥글게' 짝짓기는 유치원 때부터 했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보면 참 묘한 게임이더라"며 "서로 막 뭉쳐서 유대관계가 생기는 느낌을 주다가도 적은 숫자가 나오면 누군가를 떼내고 잔인하게 배제해 탈락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잔인한 생존 법칙을 가르쳐 주는, 따뜻한 면과 잔인한 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함께하다가도 누군가를 배제시켜야 되는 순간이 올 때 어떤 결정들을 할까라는 도덕적 질문들을 던질 수 있는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매번 감정의 롤러코스터 타…영화 다시 해야죠"

시즌2에선 유독 tvN 드라마 '미생' 인물들의 모습이 보여 눈길을 끌었다. 임시완, 강하늘, 전석호, 최귀하 등을 본 누리꾼들은 대기업을 그만두고 오징어 게임에 참여했다며 장난 섞인 반응을 보였다. 황 감독은 "의도치 않게 캐스팅 됐다"며 "시즌1에서 사람을 많이 죽여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시즌2에선 유독 tvN 드라마 '미생' 인물들의 모습이 보여 눈길을 끌었다. 임시완, 강하늘, 전석호, 최귀하 등을 본 누리꾼들은 대기업을 그만두고 오징어 게임에 참여했다며 장난 섞인 반응을 보였다. 황 감독은 "의도치 않게 캐스팅 됐다"며 "시즌1에서 사람을 많이 죽여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지난달 26일 공개된 시즌2는 연신 흥행 기록을 쓰며 △오징어 게임 시즌1 △웬즈데이에 이어 넷플릭스 역대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올랐다.

여기에 시즌1까지 역주행을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황 감독도 공개되기 전까지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었죠. 편집하면서도 때로는 잘 될 거 같았다가 때로는 망할 거 같았다가 그런 감정이 오고갔어요."

그는 "그래도 이건 재밌어 이거보다 재밌는 게 어딨어 막 이러고 혼자 막 중얼중얼하기도 했다"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최종 목표와 차기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 최종 꿈은 욕 안 먹는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물론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 어렵겠죠. 그래도 그런 작품을 한 번 꼭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는 "영화를 쭉 해오다가 '오징어 게임'을 하게 됐는데 시리즈물은 혼자 하는 게 힘들더라"며 "다시 영화를 하고 싶다. 저는 영화라는 매체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다시 해서 영화 산업에도 도움도 되고 좋은 영화를 남겨서 아직 영화가 살아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다음 작품은 어떻게든 무조건 뭘 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영화를 꼭 해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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