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세스' 시민들. 엑스 캡처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체포를 주장하며 체포적부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16일 기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남은 조사를 받게 됐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오늘 중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12·3 내란사태'가 촉발한 지 44일 만이다.
공교롭게도 탄핵 정국과 맞물려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정치적 현실과의 유사성으로 주목받았다.
이 작품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앞선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불행하고 화가 난다"며 "현실과 '오징어 게임'이 닮았다"고 비판했다.
tvN '알쓸신잡'에 출연한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도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국가의 운명을 걸고 더 끔찍한 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외신 역시 "오징어 게임 현실판"이라며 탄핵 정국을 조명했다.
넷플릭스 제공이처럼 드라마와 현실이 맞닿아 있는 가운데 시즌2는 지금의 상황을 반영한 장면들을 담아냈다.
관리자 역할인 프론트맨(이병헌)은 오징어 게임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한 표를 행사하며 게임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게임을 원치 않은 참가자들까지 휘말리게 되면서 목숨을 잃는다.
이는 '12·3 내란사태'의 모습과 닮아 있다. 한밤 비상계엄 버튼이 눌리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생방송으로 비상계엄이 국민에게 전파된 사건은 모두가 강제로 참여하게 된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갑작스러운 '12·3 내란사태'로 민생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환율은 꾸준히 올라 1500원대를 넘보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달 4일부터 27일까지 한국 국채 선물을 17조 원 이상 팔아치웠다.
연말 분위기를 기대하던 국민들까지 거리로 나오게 했다.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K팝 응원봉을 들고 '12·3 내란사태'를 규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은박지를 덮고 밤새 내리는 눈을 온몸으로 맞은 시위대의 모습은 '키세스 시위대'라는 별칭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반면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탄핵 절차를 문제 삼으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었다.
이처럼 양극화된 모습은 '오징어 게임'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매 게임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OX투표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대립하고 결국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다. 프론트맨의 한 표가 참가자들 사이 목숨 건 싸움을 초래한 것이다.
현실에서는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체포영장이 발부된 윤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지킨 지지자들을 향해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본다"며 독려하는 편지를 전해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백골단'을 자칭한 청년 단체가 국회에 들어와 기자회견을 해 국민의힘이 사과하는 사태까지 나왔다.
백골단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시위 진압을 담당한 사복경찰관 집단으로 명칭은 이승만 정부 당시 자유당이 조직했던 정치깡패 집단에서 비롯됐다.
'지옥'에서 나온 화살촉 세력. 넷플릭스 제공이는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의 모습도 연상케 한다.
'지옥' 시즌2에서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혼란에 빠진 세상에서 부활한 정진수 의장(김성철), 박정자(김신록)를 둘러싼 새진리회와 화살촉 세력간 충돌을 그렸다. 화살촉 세력은 정진수 의장의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자신들을 희생하며 모바일 방송을 통해 여론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1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화적인 상징들이 사회와 동떨어져 일어나는 게 아니"라며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합리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으며, 이를 이해하려는 문화적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포퓰리즘은 사람들의 뜻을 따라가는 의미고 민주주의의 역시 사람이 주인이라는 뜻"이라며 "오징어 게임 투표 장면들이 반복되면서 강조하는 건 포퓰리즘으로 갈리치기를 통해 심리적 지배를 받게 되는데 그게 민주주의라고 하는 현실을 놀랍도록 풍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지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현실이 지옥인 서민들에게 지옥 같은 현실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죽는 날을 알게 된 사람들이 존엄성을 찾으려 가는 과정에서 이를 죄로 매도하는 권력의 흐름을 작품이 보여준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김 평론가는 집회에서 사용되는 상징물에도 주목했다. 그는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오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사랑하고 이를 드러내면서 인간다운 대접을 요구하는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연대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광봉을 든 이들은 권력을 탐하며 그 일부를 사용해 쾌감을 느끼는 존재들로 이는 화살촉 세력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영화 '전,란'을 언급하며 "선조 시대라는 역사적 사실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지배 계급 구도였던 기득권자들의 갈라치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환상에 사로잡혀 있던 한 사람의 투쟁기를 다룬 작품"이라며 "내란 상황을 상징적으로 예언한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