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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컬이 원하는 K팝을 들려주는, 동급 최강자 에이핑크[파고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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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2011년에 데뷔해 가요계에 다시금 '청순 걸그룹' 열풍을 일으킨 에이핑크(Apink). 여러 히트곡을 보유하며 사랑받아 온 에이핑크의 15주년을 맞아 CBS노컷뉴스가 15주년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편에서는 에이핑크라는 팀과 이들의 음악을 다룹니다.

[기획] 에이핑크 데뷔 15주년 ① - 에이핑크라는 팀

2011년 4월 19일 데뷔한 그룹 에이핑크가 15주년을 맞았다. 에이핑크 공식 트위터2011년 4월 19일 데뷔한 그룹 에이핑크가 15주년을 맞았다. 에이핑크 공식 트위터
"오랜 시간 공들여 독자적 정서를 구축한 그룹" (황선업)
"과거의 유산을 정직하게 지켜가는 팀" (박희아)
"다정함과 친밀함을 지속해 온 착실한 외유내강" (미묘)
"이제는 모두가 글로벌을 지향하는 K팝에서, 15년째 한국 로컬이 원하는 K팝을 만드는 걸그룹" (랜디 서)
"조용히 강한 동급 최강자" (김윤하)


2011년 4월 19일 발매된 에이핑크의 데뷔 앨범 '세븐 스프링스 오브 에이핑크'(Seven springs of Apink) 소개 글에는 "90년대 에스이에스(S.E.S.), 핑클(Fin.K.L)의 시대를 다시 재현하는 청순 요정 콘셉트의 소녀들" "부담스럽지 않고 꾸밈없는 담백한 비주얼로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이 소녀들"이라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청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른바 1세대 걸그룹의 발자취를 따르겠다는 방향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에이핑크는 '몰라요'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클래시컬한 멜로디로 시작하는 '몰라요'는 멤버들의 감성과 끼를 가장 에이핑크답게 풀어낸 곡이다.

겨울 감성이 물씬 풍겼던 '마이 마이'(My My), 지나치게 특정 레퍼런스가 떠오른다는 비판도 제기됐으나 발랄하면서도 펑키한 힐링 송으로 큰 사랑을 받은 '노노노'(NoNoNo), 에이핑크라는 이름을 선명히 새긴 대표곡이 된 '미스터 츄'(Mr. Chu), 이전과는 다르게 아련한 정서를 담아낸 '러브'(LUV) 등은 에이핑크의 초기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박희아 음악평론가는 "처음 등장했을 때 '청순한 여성'이라는 단순한 콘셉트를 음악과 무대로 구현하며 주목받았다. 굉장히 직관적으로 쉬운 형태의 음악과 스타일링, 안무로 자신들의 색깔을 정립했다. 어떤 부가적인 해석도 섞일 여지가 없었다. 매우 단순해서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사례다. 아이돌이 대중성을 어떻게 획득해야 하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에이핑크는 당초 7인조로 데뷔했으나 홍유경, 손나은이 탈퇴해 현재 5인조로 활동 중이다. 왼쪽부터 홍유경, 정은지, 윤보미, 손나은, 박초롱, 오하영, 김남주에이핑크는 당초 7인조로 데뷔했으나 홍유경, 손나은이 탈퇴해 현재 5인조로 활동 중이다. 왼쪽부터 홍유경, 정은지, 윤보미, 손나은, 박초롱, 오하영, 김남주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에이핑크를 △청순 아이돌 계보를 따르며 △한국적 가요 정취의 K팝을 하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이핑크의 등장에는 조금 앞서 데뷔한 소녀시대(Girls' Generation)의 '키싱 유'(Kissing You) 등 초기 청순 소녀 콘셉트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 마이'부터는 90년대 말 S.E.S.의 영향이 크게 느껴졌다. 단순한 청순돌이 아닌, '복고' 청순돌이었던 셈"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당시 S.E.S.가 하던 음악과는 차이가 있었다. 랜디 서 평론가는 "S.E.S.가 표방하던 8090 미국 알앤비(R&B) 팝 느낌보다는 당시의 K팝, 컴퓨터 안에서(in-the-box) 만들어진 '플라스틱 사운드'의 전자 댄스음악 사운드로 S.E.S와 같은 90년대 청순 걸그룹 음악을 재현하는 형태"라며 "특유의 팬시 제품 같은 키치함이 2026년 지금 들었을 때는 오히려 키치하게 느껴져서 그 나름의 복고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에이핑크의 성공은 2010년대 중반 러블리즈(LOVELYZ) 여자친구(GFRIEND) 오마이걸(OH MY GIRL) 에이프릴(April) 등 중소 기획사 출신 청순 걸그룹이 대거 등장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청순돌 계보에서는 90년대와 2000년대를 이어받으며, 2010년 중반의 청순돌 러시를 연결한 계보의 '허리' 같은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라고 부연했다.

랜디 서 평론가는 "한국 가요로부터 멀어질수록 세련되다는 평을 듣기 좋으나, 한국에 뿌리 깊던 가요의 정취가 옅어질수록 대중성은 줄어든다"라며 "가요의 특징으로는 일단 4/4 박자의 단순한 리듬, 멜로디 위주의 음악, 가사가 잘 들린다는 점 등이 있을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2015년 1월 에이핑크 첫 단독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회견 당시 모습. 박종민 기자2015년 1월 에이핑크 첫 단독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회견 당시 모습. 박종민 기자
그러면서 "에이핑크는 3요소 중 가요에 많이 기대어, 좀 더 미국 같은 음악을 지향하던 당대 K팝에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청순한 소녀상을 표방하며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요 스타일의 K팝을 내놓는 그룹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가요적 음악은 은지라는 한국식 발라드형 보컬리스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미묘 음악평론가는 "다정하고 선량하며 크게 복잡할 것 없어 보이는 걸그룹이라 트렌드 속에서 소모되기 쉬워 보이기도 했지만 실은 뚝심과 주관이 뚜렷한 그룹"이라며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고 이를 꾸준히, 준수하게 수행해 내는 성실함도 돋보인다"라고 바라봤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긴 시간 동안 뚜렷한 활동 중단 없이 걸그룹이라는 포맷 안에서 보편적인 매력을 구축하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일종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라고 밝혔다.

황 평론가는 "특히 변신에 대한 강박 없이 자신들만의 정서를 섬세하게 다듬는 방식으로도 스테디셀러형 그룹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 각 멤버가 솔로 활동을 통해 확장한 역량을 다시 팀의 에너지로 환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전했다.

에이핑크는 지금까지 3장의 정규앨범과 2장의 스페셜 앨범을 비롯해 매해 쉬지 않고 신곡을 발표했다. 박종민 기자에이핑크는 지금까지 3장의 정규앨범과 2장의 스페셜 앨범을 비롯해 매해 쉬지 않고 신곡을 발표했다. 박종민 기자
반면 박 평론가는 "지금의 에이핑크는 거대한 도전을 하지 않는다. 이 팀이 정체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에이핑크는 음악이나 퍼포먼스적으로 보다 고난도이거나 트렌디한 스타일에 도전하는 대신 과거의 유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팀에 가깝고, 이제는 사실상 자신들의 과거를 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순' '섹시' 같은 키워드 한두 개로 설명되는 팀이 전혀 없는 K팝 시장에서 이런 선택은 이 팀의 뚝심을 보여줌과 동시에 명확한 한계로 다가온다"라고 바라봤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노노노' '러브' '미스터 츄' 같은 일명 청순한 곡들로 꾸준히 사랑받던 활동 초창기만 해도 에이핑크가 지금처럼 장수 그룹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선배가 그래왔듯 데뷔 초의 맑은 이미지가 사라지고 나면 그룹 수명도 자연스레 소진되리라 생각한 그때, '1도 없어'가 등장했다"라고 밝혔다.

김 평론가는 "활동 8년 차,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한 '마의 7년' 징크스가 아직 기세등등하던 시기였다. 노래의 인기로 전성기 커리어를 가볍게 회복한 이들은 15주년을 여는 올해 초 발표한 '리 : 러브'(RE : LOVE)까지 K팝 장수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신뢰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유난할 것 없이 성실한, 이런 방식으로 활동하는 15년 차 그룹도 드물다"라고 평했다.  

2011년 데뷔 때부터 15주년을 맞은 2026년 현재까지, 에이핑크의 음악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져 왔다는 시각도 있었다.


에이핑크는 지난 1월 열한 번째 미니앨범 '리 : 러브'를 발매했다. 위드어스엔터테인먼트 제공에이핑크는 지난 1월 열한 번째 미니앨범 '리 : 러브'를 발매했다. 위드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랜디 서 평론가는 "'몰라요'부터 '미스터 츄'(2011~2013)까지는 귀염성 있는 청순한 이미지의 화자가 지금 당장 느끼는 사랑과 설렘을 노래했다면, '러브'부터 '파이브'(Five)를 내놓은 2014~2017년에는 조금 더 성숙해진 청순한 화자가 애수와 추억에서 오는 낭만을 노래했다. 추억을 말하기엔 조숙하게 느껴졌던 나이여서 그룹 수명의 후반기인가 했는데 이후 화려한 피보팅(pivoting, 방향을 바꾸다)에 성공하며 롱런하는 팀이 됐다"라고 말했다.

'1도 없어'의 존재감은 다시 한번 언급됐다. 랜디 서 평론가는 "'1도 없어'와 '딜레마'(Dilemma) 사이의 2018~2022년에는 한국식 나이트 라이프 속 여성상 이미지를 가지고 통속적인 연애 감정을 주요 소재로 했다. 이른바 '소주'와 '포차'(포장마차) 감성을 아이돌 팝으로 이식해 댄스 음악으로 보여준 점이 특기할 만하다. 초롱 등 청순한 음색의 멤버들이 무겁지 않게 소화하기에, 통속성을 노래해도 그리 구성지게 들리지는 않는다"라고 짚었다.

2023년 발표한 '디엔디'(D N D)부터 올해 1월 발매한 최근작 '러브 미 모어'(Love Me More)와 관련해서는 "초기의 청순함으로 회귀하는 듯하면서도 그때보다 여유 있는 이미지의 화자가 위로를 건네는 여유를 담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에이핑크는 매해 팬 송을 발매하며 팬들과의 유대감을 쌓아온 팀이기도 하다. 15주년 기념일인 오늘(19일) 저녁 6시에는 '피프틴스 시즌'(15th Season) 음원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묘 평론가는 "해마다 팬 송을 발매하는 정성이 애틋하다"라고 말했다.
 
에이핑크는 올해 2월부터 여덟 번째 단독 콘서트 아시아 투어를 진행 중이다. 위드어스엔터테인먼트 제공에이핑크는 올해 2월부터 여덟 번째 단독 콘서트 아시아 투어를 진행 중이다. 위드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황 평론가는 "빠르게 이미지를 소비한 뒤 동력을 잃는 다수의 걸그룹과 달리, 에이핑크는 지속적인 성장과 팬과의 동행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왔다. 그 결과, '에이핑크'라는 이름이 하나의 특정한 감정으로 인식되는 수준의 브랜딩을 구축하는데 이르렀으며, 이 지점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덟 번째 단독 콘서트 '디 오리진 : 에이핑크'(The Origin : APINK)는 15주년을 아우르는 풍성한 세트 리스트, 밴드 연주 아래 선사한 완성도 높은 탄탄한 라이브, 웃음을 위해 크게 무리한 VCR 등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미묘 평론가는 "팬덤형 걸그룹이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콘서트에 방점이 찍히는 걸그룹으로 확실하게 안착했다. 2016년에 벌써 북미 투어를 진행했을 정도"라며 "안정적인 퍼포먼스, 가족 친화적인 건강한 콘텐츠, 모든 걸 쏟아내며 실로 가공할 친밀감을 형성하는 콘서트는 음반과 방송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에이핑크의 진짜 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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