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인천시장 선거 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 정의당 이정미 후보,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 연합뉴스인천시장직을 놓고 경쟁하는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와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 정의당 이정미 후보는 25일 열린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의 발언과 공약의 결점을 들춰내는 데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다.
인천시 선거방송 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TV토론회에서 세 후보는 서로의 시정 성과와 이번 6·1지선 출마 공약을 두고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박남춘 "한중해저터널 건설 공약 왜 거둬들였나…유정복 사과하라"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 연합뉴스
박남춘 후보는 국민의힘 내부 후보 경선 때까지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에는 공약에서 제외한 유정복 후보의 '한중해저터널 건설' 공약을 비판했다. 이 공약은 인천과 중국 웨이하이 사이의 바닷 속에 341㎞ 길이의 터널을 건설해 두 도시는 물론 유라시아철도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유 후보는 출마 선언 초기 이 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본선거 공약집에서는 제외했다.
박 후보는 이어 "공약 제시는 여러 가지 외교적, 경제적 문제 그리고 세금과 내국인의 수용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시민을 현혹하는 공약은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 후보는 "한중 해저터널 공약은 시장이 돼도 장기적인 플랜으로 정부 차원에서 해야할 일로 지금 공약집에는 없다"며 "하지도 않은 공약을 갖고 지원 계획이 뭐냐 물어보면 어떻게 하느냐. 적어도 내용을 좀 파악하고 토론회에 나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유 후보는 "한중해저터널 문제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는 사업으로 평택에서도 하려고 하는 사업"이라며 "이 문제를 위해 중국에도 8년 전에 다녀왔고 많은 연구가 돼 있으니 잘 모르면서 이렇게 얘기하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한중해저터널 공약은 같은 국민의힘 후보들도 '허경영식 공약'이라고 비판했다"며 "경선에서 했던 공약을 왜 거둬들였는지 (시민들에게) 알리고 사과해야 책임 있는 정치인의 도리"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유 후보는 "미단시티와 스마트시티 모두 박 후보가 이어서 제대로 했으면 됐는데 안 해놓고 제 탓을 한다"며 "수도권매립지 문제도 같다. 다 해결해 놨는데 안 하니까 문제"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유 후보의 '뉴홍콩시티' 공약을 언급하면서 "유 후보는 '시티'가 들어가는 계획을 기가 막히게 들고 나온다. 청라 K시티, 강화 메디시티, 송도 엑스포시티 그리고 계약 변경된 미단시티, 검단 스마트시티 등이 있다"며 "이 중 하나라도 된 게 있느냐. 그러니 공약평가에서 C등급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정복 "박남춘, 공약이행률 1등 아닌 꼴찌에서 2등"
국민의힘 유정복 후보. 연합뉴스박 후보의 비난에 유 후보는 "무능, 무책임 후보가 (내) 공약을 거론하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무능할 수는 있어도 거짓말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박 후보야 말로) SA등급을 받았다고 자랑하는데, SA등급은 많은 지자체들이 받고 있다"며 "평가 대상 17개 단체 중 6~8곳이 SA등급을 받는데 마치 1등이나 한 것처럼 얘기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박 후보는 올 3월 매니페스토 공약이행률 꼴찌에서 2등을 하고도 거짓말 하고 있다"며
"법률소비자연맹에서 발표한 공약이행 평가 점수로는 유정복 70.1 송영길 63.8 박남춘 60.1이다"고 했다.
유 후보의 주장에 박 후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정미 "뉴홍콩시티 공약, 빈부격차 심화 우려"
정의당 이정미 후보. 이정미 후보 캠프 제공정의당 이정미 후보는 유 후보의 뉴홍콩시티 공약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홍콩은 지니계수가 0.5가 넘을 정도로 소득불균형이 심하고 집값도 비싸고 상속세 등 각종 세금도 없는 도시"라며 "소득불균형을 없애겠다면서 인천을 뉴홍콩시티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상충되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분배율의 불공정성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0에 가까울 수록 소득 분배가 공평하고, 1에 가까울 수록 빈부격차가 심하다. 홍콩은 2016년 기준 0.539로 세계 최대 수준이고,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0.331이다.
이에 대해 유 후보는 "뉴홍콩시티는 홍콩을 떠나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인천이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 하겠단 계획"이라며 "일자리가 많아지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지면 복지도 좋아져 저소득층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홍콩시티는 이미 실패했고 각종 기업 특혜로 오히려 세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며 "기업중심의 도시는 인천시민들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홍콩이 실패했단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는 건 우리에겐 기회일 수 있다"며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뉴홍콩시티 조성사업은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이를 벗어나려는 다국적기업과 국제기구, 금융기관 등을 유치해 인천을 제2의 홍콩으로 조성하겠다는 사업이다.
박남춘 후보도 지난 1차 TV토론회 이후 논평을 통해 수십만 홍콩 주민을 수용할 물리적 공간의 문제, 중국과 벌어질 수 있는 외교적 문제, 부동산 폭등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