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아 오는 7, 8월 '전월세 대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과연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된다.
올해 여름이면 임대차 3법 시행 2년…'이 때 아니면 못 올린다' 전월세 대란?
임대차 3법은 크게 3가지 장치로 구성됐다. 우선 임차인이 원하면 기존에 맺은 임대차 계약을 추가로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이렇게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인상폭을 5% 이하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핵심 장치다.
또 이러한 임대차 계약 내용에 불법이 없도록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는 '전월세 신고제'까지 포함되는데, 이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먼저 시행됐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말이면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직전 임대차 계약을 맺었던 전월세 수요자 및 매물이 계약 기간이 만료돼 계약갱신청구권이 소진되면서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동안 전월세 상한제에 묶였던 임대인들이 이번에 계약을 맺으면 다시 2+2, 총 4년 동안 임대료를 크게 올리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미리 전월세 보증금을 대폭 높여 부르는 '전월세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원희룡 "6월부터 필요한 조치 취할 것"…"실체도 없는 위기 부추긴다" 비판도
발언하는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윤창원 기자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차 3법에 대한 개편 작업에 대해 당장 다음 달부터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개했다.
우선 정부가 취할 조치에 대해서는 "전월세 매물 물량 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를 심도있게 검토 중"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와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완화하거나, 거주용 오피스텔·원룸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거론했다.
보통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분양대금이 부족하면 우선 세입자를 들인 후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공공택지의 경우 최대 5년, 민간택지는 최대 3년까지 수분양자가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전세 매물이 감소해 전세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대출 받은 후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논리로 전세난을 부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더해 원 장관은 "세입자에게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상생임대인에게 보유세 등에서 유리하도록 유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6월 안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박종민 기자정부의 조치로 이른바 '전월세 대란'을 막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정부 조치가 충분한 수준이냐를 얘기하기 전에, 애초 '전월세 대란'의 실체가 불투명한 것부터 문제다.
원 장관도 '전월세 대란'에 대해 "불안요인이 상존하지만, 현재로서는 지나치게 과대평가될 필요가 없는 면도 있다"고 강조하며, 자신이 거론한 조치들에 대해 "지금 안정적이라도 하반기에는 수급 균형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가격이 안정화 되고 있고, 전세 시장도 안정을 찾고 있는데 일각에서 나서서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아직 7, 8월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큰일났다고 얘기하는 것 아니냐"며 "아직 오지도 않은 위기를 과장하고 문제를 부풀리는 '긁어 부스럼'이 딱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되는 전세 물량이 7, 8월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각 매물이 각자의 계약 시점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장에 풀리기 때문에 전세 가격이 일정 시점에 폭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에게 규제 대신 인센티브 줘야"…"시장서 작동할 수준 되려면 부작용도 클 것" 반박도
다만 큰 틀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에 따른 전세 가격 상승 요인이 시장 압력으로 계속 남아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어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 원 장관은 중장기 과제로서 관련 법 개정 방향에 대해 "2+2, 5% 상한으로 전국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시장을 경직시켜 부작용이 많다"며 "현재의 임대차 보호법 세 가지 장치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 공약으로 '임대차3법에 대해 폐지에 가까운 전면 개편을 강조했고, 원 장관도 장관 후보자 신분으로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폐지에 가까운 근본적인 개선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인 국회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임대차3법을 개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원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6월부터 전문가, 공급자, 수요자 의견을 받고 국회에서 공론화해 결론을 내면 좋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발언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대신 원 장관은 "중장기적으로 핵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로 접근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위에서 언급한 상생임대인의 보유세 감면 혜택 등의 조치를 법을 통해 확정 짓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임대차 3법의 효과는 임대료 상승을 법 유효 기간 동안 억제하는 것인데, 관건은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냐는 것"이라며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기본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합의에 의한 것이므로 계속 논쟁이 발생할 여지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임대차 3법에 대한 재논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유효기간, 즉 임대료의 변동을 억제하는 기간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서는 임대인에 대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참여연대 이강훈 부집행위원장은 "세입자119 센터장으로서 임차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면 지금 사는 집의 거주 기간을 연장해 안정되게 거주하는 것이 최소한의 소망"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놓고 법 제도를 개선한다면 환영하겠지만, 법을 폐지하다시피 하는 논의라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대인이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세 가격에 비해 임대료를 올리지 못해 손실을 봤다고 생각하는 금액 이상으로 줘야 인센티브가 작동할 것"이라며 "양도소득세 감면 등 상당한 인센티브를 줘야 시장에서 작동할텐데, 이러한 접근은 반드시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 소장은 법 개정 방향에 대해 "20대 국회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신규 임대차계약까지 임대차 3법처럼 규제하겠다고 공약했다"며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후 효력이 소멸된 임대주택과 신규 체결되는 계약 간의 혼란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임대료 규제만 거론되고, 정작 주거 품질에 대한 규제는 논의도 되지 않고 있다"며 '살 만한 집'에서 살 권리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