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박종민 기자정부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개편을 위한 공론화에 나서면서 시행 5년 만에 제도 변화가 도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거나, 개편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국토부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임대차 2법은 지난 2020년 7월 도입됐다. 전월세 계약을 '2+2년'으로 연장해 최대 4년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제도 시행 2년 뒤 출범한 현 정부는 임대차 2법이 전월세 가격을 단기에 급등시키는 부작용 등을 이유로 '폐지'를 추진했지만, 탄핵 국면과 맞물려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지난 26일 세종 국토연구원에서 임대차 2법 개편 논의를 위해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2+2 대신 2+1+1"…"5% 대신 10%"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행 5%인 전월세상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임차인의 일방적 계약해지권을 제한하는 등의 보완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송경호 연구위원이 제시한 전월세상한제 유연 적용 방안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임대료 상승분의 50%로 정하는 방법으로 시군구 단위로 구분해 시장임대료가 30% 상승하면 전월세상한을 15%로 두는 방식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세입자에게 옵션의 역할을 하도록 세입자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계약갱신청구권 대신 2년 또는 3년, 4년 계약 중에 세입자와 집주인이 협상해 정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쪽이 위약금을 지급하는 방식 등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토연구원 박진백 부연구위원도 상한요율이나 정책대상 범위를 재설정하는 쪽으로 수정·보완하자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다만 시장이 급변할 경우 이중가격 문제가 남아 있고 상한요율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려운 점은 단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전세계약 기간을 '2+1+1년'으로 쪼개는 등 거주기간 선택권을 다양화하고 갱신 시 5% 상한을 유지해 갱신 2년 동안 10% 상한을 허용하는 단점 보완 방안도 소개했다.
그는 임대차 2법을 폐지하고 제도 도입 이전으로 복귀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소개했지만, 이 경우 이중가격 문제를 해소하거나 계약갱신에 따른 갈등을 줄일 수 있겠지만, 계약 임차인의 신규 임대 노출 빈도가 증가하는 등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어 대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앙대 이승협 경영학부 교수는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 "주거안정성 보장 측면에서 선택 가능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 포함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 거래의 효용이 증가할 수 있으나, 주거안정성이 중요한 임차인 위치가 약화돼 현재보다 현저하게 높은 보험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보증금 인상률 상한을 5%에서 다소 상향 조정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5년 만에 완화? 시기상조"…시장혼란 우려
류영주 기자정부의 임대차 2법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더 큰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가지는 전세 제도의 특징 때문에 가격이 급상승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여러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당분간 이 제도를 크게 흔들어서 시장에 유익한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개편 작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 위원은 "이중가격 문제도 계약기간에 하나의 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계약이 있는 동안에는 당연히 같은 주택에 대해서도 여러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라며 "체결 시점의 경기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고 있어 그것이 꼭 문제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갱신요구권에 대해서도 "4년치 오를 인상분을 한 번에 반영하느라 임대료를 올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가격이 내려갈 때도 그렇게 움직이냐라고 생각했을 때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현행 기본 틀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장도 "임대차 2법 평가가 엇갈리지만, 시행 이후 시장에서 자리 잡은 측면이 있다"면서 "불과 5년 만에 바꾸자고 하면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제도가 어떤 성과를 냈고 어떤 부작용이 있었는지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걸 완화하는 것은 너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특히 정 팀장은 "임대차 2법 손질보다는 전세사기와 관련한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