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그가 2016년 미국 대선에 나섰다. 샌더스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은 미국이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그동안 미국이 누려왔던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경고하며 자신이 제시하는 미국의 비전에 동참하라고 호소한다.
정치비평가 조너선 타시니는 이 책 <버니 샌더스,="" 새로운="" 미국을="" 약속하다="">(제: the Essential BERNIE SANDERS and His Vision for America)에서 샌더스가 왜 대선에 뛰어들었는지, 샌더스가 분석하는 미국의 문제는 무엇인지, 또 그가 약속하는 새로운 대안의 근거는 무엇인지 20개 주제로 나누어 조목조목 제시한다.
이 책은 샌더스의 연설문을 골격으로 삼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는 쉬운 표현으로 현안을 다룬다. 또 각 현안과 관련한 샌더스의 의정활동, 행적들을 각 장 말미에 제시해 샌더스의 발언이 그저 정치적인 수사나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 수십 년 정치 역정 속에 일관되게 유지해온 산물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샌더스의 발언들을 통해 미국은 현재 어떤 사회이며, 미국이 나아가려는 방향이 무엇인지 가늠하게 해준다.
추천사를 쓴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정해구 교수가 말하듯 경제위기, 부와 소득의 불평등 등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샌더스의 분석과 대안은 대선을 앞둔 한국사회에를 읽는 좋은 분석틀이 되어줄 것이다.
오늘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은 우리 대부분에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부의 대부분을 한 줌의 개인들이 소유하고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미국은 지구상 다른 어느 주요 국가보다 소득과 부가 불평등한 나라이며, 1920년대 이후 어떤 시대보다 빈부 격차가 큽니다. 부와 소득 불평등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도덕적인 문제이자, 우리 시대의 막중한 경제 이슈이며, 우리 시대의 심각한 이슈입니다. -버니 샌더스, 대선 출마 연설 중에서(22쪽)
교육, 기간시설, 무역, 조세… 20개 주제로 풀어낸 미국의 문제
그리고 샌더스가 제시하는 미국의 새로운 비전
조세부터 노동, 교육, 가족, 무역정책 등 20가지 주제로 나뉜 이 책에서 샌더스가 주장하는 각 영역을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가 있다. 바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다. 그가 자주 쓰는 표현처럼 이는 기괴한 지경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정유회사 엑손모빌은 2009년 190억 달러 이익을 내고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1억 5600만 달러를 되돌려받았다.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AIG를 긴급구제를 논의하는 연준 회의 자리에 골드만삭스 임원이 출석했다. 연준과 미국 재무성은 AIG에 182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고 AIG는 지원 받은 돈 가운에 130억 달러를 골드만삭스에 지급했다.
샌더스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조세 제도를 비롯한 각종 정책이 부자들을 위해 작동하기 때문이며, 의회를 비롯한 정치권에서 이를 억제하기는커녕 부자 감세를 지원하고 사회복지 축소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는 동안 미국의 가족제도, 노동, 교육 같은 여러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부와 소득 불평등이 문제의 핵심이기에 샌더스는 무엇보다 공정한 조세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빈곤과 교육, 노동 문제에는 대학 등록금이 비싸고 학자금 대출을 수십 년간 갚아야 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샌더스는 공립대학 교육을 무상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월스트리트의 금융 거래에 거래세를 부과하면 일반 국민들에게는 조세 부담을 올리지 않고 증세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또 미국의 상하수도 시설은 남북 전쟁 때 것을 그대로 사용할 만큼 낙후되었고 노후 시설 탓에 전력 낭비 또한 심각하다. 미국토목공학협회에서 D+ 성적을 받았다. 샌더스는 미국 기업들이 파나마 등에 조세회피처를 두어 빠져나가는 법인세를 제대로 확보하면 재원 1조 달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샌더스는 자신의 정책이 전무후무한 급진적인 정책이 아님을 강조한다. 세율이 높은 유산세는 테디 루스벨트 시절에 있었고, 공공대학의 무상 교육 정책도 1960년대까지 존재했다. 이런 제도가 있을 때 좋은 노동력을 양성해 미국 제조업 일자리에 투입하고, 이로써 중간계급을 형성하는 기틀이 형성된다고 믿는다. 또 월스트리트의 투기에 과세하고 조세회피처를 막는 방안은 부와 소득에 걸맞은 공정한 세금을 내라는 것임을 강조한다.
경제와 교육, 건강보험 같은 미국 사회의 핵심이 되는 정책부터 제대군인 정책, 농업 정책, 대외무역 정책 등 산재한 문제들에 그간 샌더스가 보여온 관심과 활동들이 이 책 곳곳에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인물 자체의 화제를 넘어 샌더스가 추구하는 정책의 핵심, 대안의 근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본문 중에서1920년대 이후 어떤 시기보다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심각한 지금, 월스트리트와 대기업들은 전무후무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지금, 나는 이 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공정한 몫으로 지불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부채를 줄이는 일일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투자할 충분한 수입을 끌어와 우리가 간절하게 원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입니다.도덕적 관점으로나 경제적 관점으로나 우리는 노인, 어린이, 환자, 노동자 가족, 최빈층에게 수지균형을 맞춘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38쪽
이 나라는 끔찍한 의료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시스템을 손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저런 것들을 다루는 2천 페이지짜리 의안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구상 다른 모든 나라가 실질적으로 하는 것, 즉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의료를 제공하면서 효과적으로 운용해 정부나 개인을 파산시키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면, 진정으로 우리가 그런 시스템을 이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민간 보험회사들에게 아주 분명하게 이렇게 말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이 필요 없습니다.” 59쪽
많은 사람이 우리 나라 공립 고등교육의 최고봉으로 간주하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시스템은 1980년대까지 수업료를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1965년 4년제 공립대학의 평균 수업료는 243달러에 불과했고 뉴욕시립대학 같은 많은 최고 대학은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한 푼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이런 투자는 대학 학위를 가진 청년의 비율을 한때 세계 최고로 만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오늘날은 12위에 불과합니다. 66쪽
어느 금융기관도 그 한 곳이 도산하면 수백만 미국인이나 미국 경제의 안녕에 파국적인 위험을 부를 만큼 커서는 안 됩니다.어느 금융기관도 그 한 곳이 도산하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을 만큼 다방면으로 방대하게 자회사를 거느려서는 안 됩니다. 만약 어느 한 기관이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존재해서는 안 될 만큼 너무 큰 것입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98쪽
기본적인 고용 안정과 가족 혜택에 관한 한 전 세계 주요한 산업화된 국가의 노동자들이 미국 노동자들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습니다. 잘못된 것입니다. 졸렬한 짓입니다. 바꿔야 합니다. 가장 낮은 곳은 미국을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가족의 가치를 말로만 떠드는 나라여서는 안 됩니다. (…) 우리 나라 수백만 여성들이 아이를 낳은 후 갓난아이와 함께 집에 머물 만한 수입이 없어서 일자리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은 인권 유린입니다. 119쪽
우리들의 나라에는 이 나라를 지키려다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은 열아홉 살 먹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전쟁터에서 사망한 노동자 계급의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부 억만장자는 그들에게 주어진 공정한 납세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망가고 싶어 합니다. 134쪽
1940년대, 1950년대, 1960년대, 미국에 제조업 기반이 있었을 때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은 독립해 공장에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매력적인 일자리였습니까? 아니었습니다. 고된 일자리였습니까? 그렇습니다. 더러운 일자리였습니까? 어떤 경우에는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제조업에서, 특히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 일했다면 중간계급에 이를 만한 임금을 벌 수 있었고, 괜찮은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었고, 강력한 연금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그런 일자리는 다 어디로 갔습니까? 부시 정권 동안에만 제조업 일자리가 1900만 개에서 1200만 개로 줄었습니다. 211쪽
베어스턴스와 AIG에 긴급구제 자금을 지급하고, 연준은 캘리포니아, 네바다, 플로리다가 부채로 파산하는 데 투자한 신용부도스와프CDS를 가졌습니다. 연준은 이 거대한 주들이 파산하면 돈을 법니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플로리다 출신 상원의원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기일 겁니다. 출신 지역이 파산하면 연준이 돈을 번다니 말입니다. 234쪽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