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은 수학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사랑 이야기다. 언제나 예측불가하며 우리로 하여금 수시로 설렘과 분노라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드는 사랑. 영국의 젊은 여성 수학자 해나 프라이는 사랑과 가장 동떨어져 보이는 수학이라는 필터를 통해 현대 사랑의 풍속도를 조목조목 들여다본다.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등록할 프로필 사진을 고르는 방식부터 상대와 나의 '케미'를 알아보는 법, 결혼식 날 활용할 하객 배치도까지, ‘요즘’의 연애가 어떤 모습을 띠는지 수학자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성숙한 연애를 위한 유용한 조언을 건넨다.
나는 수학자로서 인간 행동의 패턴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수학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사랑처럼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대상까지도. _본문 7쪽
연애가 도저히 풀기 힘든 난제처럼 느껴지는 것은 모든 연애가 '처음'이자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테다. 소개팅으로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주말에 데이트하기로 약속해놓고 감감무소식이라면? 이 사람과 정말 결혼해도 되는 걸까? 저자는 사랑의 각 단계마다 떠오르는 고민들에 '수학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수학자만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내 나이 이제 삼십대에 접어들고 보니, 실제로 연애 시장에 남아 있는 아름답고 지적인 싱글 여성의 수와 잘생기고 괜찮은 싱글 남성의 수 사이에는 상당한 불균형이 있는 듯하다. 이 점을 깨달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며, "괜찮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라는 한탄은 이제 뉴욕뿐만 아니라 런던이나 상하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러나 이러한 불균형은 도저히 수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양쪽의 숫자가 같아야 하지 않을까? _본문 107쪽
저자는 '페르미 추정'(기초 지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수학의 한 방법)을 활용하여, 괜찮은 상대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가 역설적으로 결국 본인의 '눈높이'와 '기준'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 기준은 사회적 편견에 사로잡히는 바람에 엉뚱하게 생겨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확률상으로 볼 때,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연애의 기회는 많을수록 좋다. 그럼에도 온갖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세워 그런 기회를 스스로 내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만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럴 때 잠재적인 연애 상대의 수는 훨씬 많아진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 똑똑한 사랑법은 데이트 앱을 통한 만남처럼 새로운 사랑의 풍속에도 적용된다. 프로필 사진으로 어떤 걸 써야 할지 고민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자기 외모의 자신 없는 부분을 과감히 드러낸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연애에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덩치가 큰 사람은 전신사진을, 머리숱이 적은 사람은 과감히(!) 모자를 벗은 사진을 올리는 것이 실제 만남에서의 실패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설령 다수에게는 인기를 얻지 못할지라도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을 부각시킨다면, 그 단점마저 좋아해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외모만으로 당신을 판단해버리는 사람과는 아예 만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애정 어린 조언을 덧붙인다. 데이트 사이트의 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외모가 뛰어나다고 반드시 온라인에서 인기가 높은 것이 아니며, 외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개성 있는 외모일수록 온라인상에서 누군가의 메시지를 받을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여러분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모든 사람에게서 평범하게 귀엽다는 평가를 받기보다는 차라리 일부에게 못생겼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 훨씬 낫다. 물론 월등하게 뛰어난 외모를 지녀서 누구에게나 5점 만점을 받는 사람은 항상 좋은 성과를 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나머지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귀여운 남자나 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쪽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_본문 96~97쪽
지인들과의 술자리. 뒤늦게 도착한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너무 '들이대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 그러는 사이 모임이 끝나버리고, '썸'은커녕 대화도 못 나눈 채 흐지부지되어버린다. 싱글들의 흔한 착각 중 하나는 자신의 반쪽이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며, 별다른 노력 없이도 관계가 성사될 거라고 낙관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는 "가만히 앉아서 누가 말을 걸기만을 기다린다면 다가오는 사람 중 제일 덜 싫은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게일-섀플리 알고리즘'이 이를 뒷받침한다. 남녀에 상관없이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경우에는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 적어도 차선으로 호감을 느낀 상대와 맺어졌다. 수동적 태도로 일관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여기서 수학의 조언은 명료하다. 용기를 내어 원하는 상대에게 다가가라, 그리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라.
우리는 사랑의 설렘과 짜릿함 그리고 고통은 예측하기엔 너무나도 모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수학이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묘사할 수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수학은 '패턴'에 관한 학문이다. 연애 역시 인간의 행동 패턴 중 하나이며, 수학은 베일에 싸인 것으로 여겨지는 '감정'의 숨은 패턴과 연관 관계를 확률적으로 밝힐 수 있다. 그가 나의 평생 반려자일지 아닌지 가려내는 만능 공식은 만들어낼 수 없더라도, 예상치 못하게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현명하게 관계를 풀어나갈 지침을 제공할 수는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모든 사물을 보편화해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수학적 시선이 그러한 성숙한 사랑을 가꿔나가는 데 또하나의 좋은 길잡이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생의 동반자는 돈으로 소유할 수 있는 집이나 고용하여 마음대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비서와는 다르다. 비록 여기서 소개한 전략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더라도, 나는 이 명쾌하고 간단한 문제가 실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상황들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수학이 추구하는 바도 현실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이끌어냄으로써 ‘감정’과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에 가려져 있는 숨은 패턴과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니 말이다. _본문 158쪽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