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뒤덮은 시험부정, 민주주의가 뿌리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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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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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4일 치러질 예정이던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이 취소되었다. 유학을 준비하던 응시생들은 갈팡질팡 혼란에 빠졌다. 이미 우리나라는 2007년 SAT 문제 유출로 한국 수험생 900여명의 점수가 취소되는 사건을 치렀다.

2010년에는 태국에서 시험을 치르고 미국으로 시험지를 빼돌리려던 조직적인 시험부정 행위가 들통나기도 했다. 토플 시험도 계속되는 부정행위로 2000년 이후 시험방식이 2번이나 바뀌었다. 2002년에는 GRE 문제 유출 사건이 터져 한국은 시험 기회를 줄인다는 벌칙도 받았다.

대학입학과 관련된 모든 국제 자격시험에서 한국은 감시를 받아야하는 불량국가이다. 이제 SAT나 토익.토플 등은 아예 외국으로 나가 시험을 치러야 하고, 시험 기간 항공편 예약마저 경쟁이 치열해 지는 그런 날이 오는 건 아닐까?

문제가 된 시험들은 외국 대학입학과 관련된 시험이니 문제의 뿌리는 명문대 입학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서열화에 길들여진 우리의 학벌 풍토, 자녀의 외국 명문대 입학을 갈구하는 부모와 수험생의 비뚤어진 교육열, 그걸 이용해 돈을 버는 학원과 브로커, 그걸 바로 잡지 못한 교육시스템과 정책까지 모두의 책임이다.

◇ 민주주의의 뿌리는 양심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시험 부정은 유학 준비에 국한된 것이 결코 아니다. 부끄럽지만 너무도 흔한 일이다. 인터넷 검색 창에 ''''대리시험 부탁''''이라는 검색어를 넣어보면 ''''대리시험 봐 주실 분 구합니다'''', ''''대리시험 봐 드립니다'''', ''''토플 점수 급하게 올리려 합니다'''', ''''토플 점수 바로 올려 드리겠습니다'''' .... 시험 부정을 부탁하는 광고, 주문에 응하는 광고가 잔뜩 올라 있다. 각종 경험담까지 즐비하다.

시험 부정은 학교를 넘어 사회 전체로 번져 있다. 교도관이 교도소에 복역 중인 재소자에게 자신의 PC자격증 시험에 대리 응시토록 했다 적발된 사건, 의사협회 전문의 시험 문제를 의대 교수가 빼돌린 사건, 심지어는 충남도 교육청에서 장학사 선발시험문제가 유출됐다는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로 교육청 관계자가 5명이나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사건이다. 교육현장을 감독할 장학사가 시험문제 빼돌리기로 뽑히는 세상이면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이제는 TV 드라마에도 학생들이 시험문제 유출로 처벌 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우리는 어느덧 시험 잘 치르고 성적이 오르는 것, 그리고 합격하는 걸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됐다. 아이들은 이 목표를 위해서 어지간한 예외나 편법은 괜찮다고 인식하기에 이르러 있다. 그렇게 대학을 가니 대학에서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대리시험이 벌어진다. 시험을 대리로 치르려는 학생들이라면 리포트 작성이야 오죽할까?

대학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도 바뀌지 않는다. 직장 들어가는데도 대리시험을 치른다. 신분증 사진 보내고 시험 볼 장소.시간을 접수시키면 업체가 얼굴 비슷한 사람을 골라 대리시험자로 보내는 것도 사업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직장을 구하면서 졸업장이나 성적표를 위조해 제출하는 건 오래된 관행이 되어버렸다.

90년대에는 언론계에서 학력 조회 소동이 벌어졌고, 2000년대 들어서면 신정아 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쳐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할 교육 현장과 교육에 대한 평가가 거짓과 허위, 위선, 범죄로 파경에 이르고 있고, 사회 전반에도 번져나간다면 이는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시험 부정을 거부하고 신고하자는 사회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 교육기관마다 엄정히 조치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교육청이나 수사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시험부정행위 광고 카페나 사이트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해 삭제조치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다. 그러나 다수결은 허점이 있다. 그 결정이 늘 옳지만은 않아 종종 오류가 발생한다. 그 빈 곳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양심뿐이다. 그리고 그 양심의 발현은 부모에게 배워야 하고 학교에서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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