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오는 2028년까지 3년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 1만 호를 분양가의 반값에 사들이기로 했다. 2008년에 도입해 2013년까지 대한주택보증(HUG 전신)이 운영한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사업 제도가 12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정부는 미분양 적체 등 건설 경기 악화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던 건설사들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취지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준공 전 미분양 주택 1만 호 반값에 사들인 뒤 '환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HUG를 통해 공정률 50% 이상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 1만 호를 사들이는 '미분양 안심환매' 정책을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새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을 대상으로 HUG가 환매 조건부로 매입을 한 다음에 준공 후 사업 주체가 다시 사들이는(환매) 방식이다.
매입 대상은 공정률 50% 이상의 지방에 있는 아파트로 서울과 수도권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토부는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한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이 지방에 더 효과적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매입 가격은 분양 가격의 50%로 책정하고 환매기간은 준공 후 1년 이내다.
매입 규모는 3년간 1만 호로 최대 2조4천억 원 중 3천억 원을 정부의 재정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2조1천억 원은 HUG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다. 재정은 주택도시기금에 투입된 후 이를 HUG에 출자하는 방식을 통해 투입된다.
유동성 공급·분양보증 사고 예방·자구노력 효과 기대
연합뉴스국토부는 환매 조건부 매입을 통해 미분양으로 경색된 시공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HUG도 분양보증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택 분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설사는 자금 융통이 안 돼 기존에 받았던 대출 상환도 할 수 없고 공사비에 쓸 돈도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때 HUG가 분양가의 50%에 사들이는 것이다.
분양가 4억 원인 주택이라면 HUG가 2억 원에 사들이고 건설사는 그 돈으로 PF를 상환하거나 공사비로 쓸 수 있게 되는 구조다. 또한 준공 후 1년까지 2억 원보다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제도는) 매입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환매조건부로 분양가의 50%라는 유동성을 건설사에 주고 이후 건설사의 자구 노력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설명에도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실효성' 엇갈린 반응…"반값은 무리" vs "건설사 감수해야"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가 과거 경기가 안 좋을 때도 할인 분양을 했지만, 50% 할인 분양을 한 적은 없다"며 " HUG가 사들인 50% 비용으로 운영자금을 쓴다고 해도 지금 건설경기 분위기로는 해당 건설사가 분양에 성공해 다시 사들일 만큼 자금력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설 경기 자체가 너무 좋지 않아 환매 기간 내 자구 노력이 통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50%는 무리 같다"며 "결국 회사가 어려워 빚잔치하다 마지막에 접을 때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자동차 등 다른 산업에서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공공이 대신 사들이며 떠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할인 분양을 강제한다는 목소리도 있겠지만, 50% 할인은 건설사 측에서 어느 정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절반 가격으로 미분양 주택을 HUG가 사들여 유동성 부족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건설산업을 경기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경우에는 집값 상승과 세금 낭비 등 막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 도입한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사업은 2013년까지 진행돼 총 1만8933호를 매입했다. 당시 준공 전 미분양 물량의 99% 이상 환매가 이뤄졌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매입 자금은 총 3조3412억 원이 투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