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신뢰 보내자 소음방송 멈췄다…안보도 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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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 주민들 환영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최선…상황에 휘둘리지 말아야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 호응해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춘 것으로 보이는 12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마을이 고요하다. 연합뉴스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 호응해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춘 것으로 보이는 12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마을이 고요하다. 연합뉴스
북한의 대남 소음방송이 12일 새벽부터 접경지 전역에서 멈췄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대남소음방송이 11일 밤까지 들려왔으나 12일부터는 청취된 지역이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11일 오후 2시를 기해 전면 중지됐는데 북한이 이에 화답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평소 아침부터 나오던 대남 방송이 지금은 안나오네요. (그동안 신경이 거슬렸죠?) 아유 그럼요. 웅~ 하는 소리, 지진 소리 같은 소음 때문에 신경이 크게 거슬렸어요."
 
인천 강화군 철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여)는 대남소음방송이 멈춰서자 모처럼 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대선이 한창이던 약 한 달 쯤전부터 확성기 음량이 좀 줄어들긴 했으나 이날부터 완전히 중단됐다고 한다.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 호응해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춘 것으로 보이는 12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주민들이 북한 개풍군 야산에 설치된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를 가르키고 있다. 연합뉴스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 호응해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춘 것으로 보이는 12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주민들이 북한 개풍군 야산에 설치된 북한 대남 방송 스피커를 가르키고 있다. 연합뉴스
북측이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항구적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전후 맥락상 우리측이 신뢰 회복의 메시지를 발신하자 북측이 소음방송 중단을 통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대선 유세 과정에서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를 약속했고, 실제로 취임 뒤인 지난 9일 통일부가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한데 이어 군은 선제적으로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지했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 당시 남북관계는 극한으로 치달았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대통령 취임일 바로 직전에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취임 후 사흘 째에는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하는 것으로 답했다. 정권 후반기엔 오물풍선과 확성기가 대결을 상징했다.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북측이 오물풍선으로 맞대응하자 남과 북이 심리전 차원에서 확성기와 소음방송을 맞교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인근 상공에서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관측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해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인근 상공에서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관측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문제는 안보 불안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는 점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오물풍선과 확성기 소음에 큰 불안과 고통을 겪었고, 주식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피해에 노출됐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취한 평화의 날개짓이 대화 분위기 조성과 남북관계 복원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확성기 중단 지시가 "남북관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이뤄졌으며,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는 안보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손자가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낫다"고 하지 않던가. 전쟁의 참상을 생각할 때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 정착이 최선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선서 뒤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비하되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소통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가 남북간 상호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를 기한으로 9.19 군사합의를 완전 효력정지를 결정했던 지난해 6월 당시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석열 정부가 남북간 상호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를 기한으로 9.19 군사합의를 완전 효력정지를 결정했던 지난해 6월 당시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평화는 진보-보수의 문제 아니다

7.4 남북공동성명, 1991년 12월 13일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보듯 평화의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불행하게도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당시 이룬 6.15, 10.4 선언의 성과는 이명박 정부 들어 금강산관광 전격 중단 등의 여파로 후퇴해 결국 개성공단 철수로까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때 서명한 9.19 남북군사합의는 북한의 오물풍선, GPS교란에 대응해 윤석열 정부가 효력정지 조치를 취하자 결국 파기됐다.
 
대통령의 가장 큰 헌법적 사명은 국가를 보위하고 평화와 자유를 수호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등을 대선공약으로 천명한 바 있다.
 
평화와 안전을 위해선 국방력도 필요할 것이고 외교력도 필요하겠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할 것이다.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알려진 이종석 전 장관을 국정원장에 지명한 것은 북한에 던진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군사대치를 완화하고 교류와 협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황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인내심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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