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투표함 겹쳐서 사인'…사전투표 혼란 뒤엔 '황교안 측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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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측 참관인, '사전투표 감시 임무' 매뉴얼 지참
'투표함에 사인하라'며 표시해 둔 예시 사진까지
투표함 훼손 논란으로 이어져
공무원노조, 황교안·참관인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
"서울 투표소 여러 곳에서 黃측 참관인들의 방해 행위"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방배3동 사전투표소에서 황교안 전 대통령 선거 후보 측 참관인이 가지고 있던 '참관인 감시 임무' 매뉴얼. 독자 제공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방배3동 사전투표소에서 황교안 전 대통령 선거 후보 측 참관인이 가지고 있던 '참관인 감시 임무' 매뉴얼. 독자 제공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소 곳곳에서 황교안 전 대선 후보 측 참관인들을 중심으로 투표함 훼손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이 참관인들은 논란의 행위를 안내 내용으로 적시한 '매뉴얼'을 갖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방배3동 사전투표소에서 황 전 후보 측 참관인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참관인 감시 임무'라는 매뉴얼을 가지고 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 매뉴얼에는 오전·오후조가 투표 시작 전, 투표 중, 투표 종료 후 할 일이 안내돼 있었다.

특히 투표 종료 후 사전투표함 봉인지에 서명을 할 때 "투표함과 봉인지 모두 겹쳐서 싸인, 도장"이라고 빨간색 글씨로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내용 옆에는 예시 사진까지 제시됐다. 투표함과 봉인지에 유성 펜으로 간인을 하고, 유성 펜으로 덧칠한 도장을 간인할 위치를 표시해 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이 매뉴얼은 감시 임무에 필요한 준비물도 자세히 안내하는데, 이 중에는 '도장에 묻혀 잘 찍히는지 미리 확인한 유성 매직'도 포함됐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기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사전투표소의 투표함에 황 전 후보 측 참관인이 빨간색 펜으로 날인한 모습. 독자 제공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기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사전투표소의 투표함에 황 전 후보 측 참관인이 빨간색 펜으로 날인한 모습. 독자 제공
실제로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방배3동 사전투표소에서 황 후보 측 참관인 손모(40)씨가 투표함과 봉인지에 빨간색 유성 펜으로 간인을 했고, 다음날에도 서초구 방배본동·서초1동과 광진구 등에서 빨간색이나 노란색 펜으로 투표함과 봉인지에 걸쳐 사인을 해 투표함 훼손 논란이 일었다. 매뉴얼에 따른 결과 아니냐는 물음표가 나오는 대목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이날 황 전 후보와 손씨 등 참관인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 방배경찰서에 고발했다. 박중배 수석부위원장은 "황교안 (전) 후보자가 선정한 투표 참관인들은 부정 투표를 감시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목 아래 사전에 감시 임무를 정하고, 감시 임무를 조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투표함을 훼손하는 등 투표소 내에서 질서를 교란시켰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이종덕 서초구지부장은 "각 구 선관위에 확인한 투표함 훼손 건수는 관악구 2건, 용산구 5건, 광진구 17건, 서초구 13건, 동작구 4건 등 47건"이라며 "모두 황 전 후보가 지정한 참관인들이 훼손한 경우"라고 말했다. 박 수석부위원장도 "서울에서만 100개 이상의 투표소에서 이런 투표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박중배 수석부위원장이 서울 방배경찰서에 황교안 전 대통령 후보와 참관인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공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박중배 수석부위원장이 서울 방배경찰서에 황교안 전 대통령 후보와 참관인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매뉴얼과 투표함 간인 행위에 대해 "개별 사안마다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투표함에까지 서명을 하는 행위는 제지 대상인데,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위법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 선관위 내부에서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황 전 후보 측 참관인의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그 심각성이 더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형법 전문 변호사는 "(투표함 간인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243조(투표함 훼손)에, 이런 과정에서 물리적 접촉까지 있었다면 제244조(선거 관련 장비·서류 등 훼손)에 위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로스쿨 교수 역시 "투표함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며 어떤 외관도 손상돼서는 안 된다"며 "(이에 배치되는 매뉴얼이 있었다면) 개인의 우발적인 판단 착오로 인한 행동이라기보다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진 행동으로 볼 수 있기에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소하게 '사인 하나 했다', '도장 하나 찍었다' 수준으로 봐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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