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할 바엔 일을 안 할게"…마크 그 자체인 '더 퍼스트프루트'[노컷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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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첫 솔로 정규앨범 '더 퍼스트프루트'를 낸 NCT 마크. NCT 공식 트위터지난 7일 첫 솔로 정규앨범 '더 퍼스트프루트'를 낸 NCT 마크. NCT 공식 트위터
"This is Mark, complete and whole."

영국 음악 매체 'NME'는 지난 7일 발매된 엔시티(NCT) 마크의 첫 솔로 앨범 '더 퍼스트프루트'(The Firstfruit)에 별 5개 만점에 4점을 주며 이렇게 평가했다. 데뷔 9년 만에 내놓은, 마크 스스로 '가장 귀한 첫 열매'란 의미를 부여한 이번 앨범을 '온전하게 완성된 마크 그 자체'로 바라봤다.

직접 가사와 곡을 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K팝 아이돌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미 세상에 나온 여러 가지 사례가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흐름일 것이다. '더 퍼스트프루트' 또한 그룹 시절부터 작사·작곡에 꾸준히 참여한 마크가 약 1년 동안 자기 자신을 꼼꼼하게 담아낸 앨범이다.

단독 작사한 '레인쿠버'(Raincouver) '+팔이 프레신'(+82 Pressin)을 비롯해 13곡 전 곡 작사에 참여했고, 타이틀곡 '1999'(일구구구), '라이처스'(Righteous) '프락치'(Fraktsiya) (Feat. 이영지) '루저'(Loser) '왓칭 티브이'(Watching TV), '200'(이백) '저니 머시스'(Journey Mercies) '투 머치'(Too Much) 등 8곡의 공동 작곡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 앨범은 토론토, 뉴욕, 밴쿠버, 서울 등 4개 도시를 테마로 해 총 13곡이 실렸다. NCT 공식 트위터이번 앨범은 토론토, 뉴욕, 밴쿠버, 서울 등 4개 도시를 테마로 해 총 13곡이 실렸다. NCT 공식 트위터
마크 발매 당일 소속사를 통해 전한 일문일답에서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정말 모든 걸 쏟아부은 앨범"이라며 "마크라는 사람, 아티스트로서의 저를 더 알고 싶다면" 꼭 이번 앨범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앨범은 마크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해외에서 태어나 다양한 도시를 돌아다닌 경험을 토대로, 마크는 태어난 곳 토론토, 첫 이주지 뉴욕, 학창 시절을 보낸 밴쿠버, 아티스트로서의 꿈을 이룬 서울까지 4개 도시를 테마로 삼아 곡을 배치했다. '토론토스 윈도'와 '1999'가 토론토, '플라이트 투 뉴욕시티'(Flight To NYC), '라이처스' '프락치'가 뉴욕, '레인쿠버' '루저' '왓칭 티브이'가 밴쿠버, '+팔이 프레신' '200' '저니 머시스' '맘스 인털루드'(Mom's Interlude) '투 머치'가 서울 섹션으로 각각 묶였다.

연주자가 실제로 연주한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휘파람 등 다채로운 사운드를 쓴 타이틀곡 '1999'는 솔로 앨범이라는 첫 열매를 맺는 지금 이 순간이 마치 자기가 태어난 1999년도를 다시 맞은 것처럼 기쁘다는 내용의 곡이다. "세기 마지막에 태어난 애"로서 "이 시대의 마지막"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고, "99'" "1999" 등의 가사를 반복함으로써 제목과 주제를 선명하게 되새긴다. 뮤직비디오에도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마크와 관련된 다양한 상징이 즐비하다.

마크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은 '1999'다. NCT 공식 트위터마크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은 '1999'다. NCT 공식 트위터
"곡의 캐릭터와 색깔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사라고 생각"한다는 마크는 이번 앨범 작업 과정에서 '가사'에 제일 신경 썼다고 밝힌 바 있다. '1999' 속 가사인 "10년째 키운 내 드림(Dream) 소박할 리 없지" "10년 동안 나 같은 놈은 못 봤네"에서는 마크가 데뷔한 지 10년 차라는 점을 보여주며, "원 헌드레드(One hundred) 못할 바엔 일을 안 할게"에서는 '일'을 대할 때 엄격한 기준을 대는 성향을 엿볼 수 있다.

'라이처스'에서 마크는 '국내/내수용'(domestic)이라는 말에 사실 지금 지구 반대편이라며 어떤 트릭도 없이 '땅을 흔드는' 게 바로 나라고 강조한다. '프락치' 가사 중 "스케줄이 몇 개지 하루에 / 내 마일리지론 우주로 신혼여행도 가능하지 / SM은 기다려야 한다 / 폰은 또 울리네"는 마크의 바쁜 일정을 표현하며, "팀 세 개를 하면서 동시에 끝내주는 솔로 앨범을, 쉴 시간도 없이 만들어 내는 사람 이름 대 봐"에선 마크의 현재 상태와 자신감 두 가지를 모두 나타낸다.

해찬이 피처링한 '+82 프레신'은 공개 연습생 제도인 에스엠 루키즈(SM Rookies)로 시작해 엔시티 127(NCT 127)과 엔시티 드림(NCT DREAM)까지 마크와 두 개의 팀을 함께하는 해찬과의 서사를 안다면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가사 중 "스트롱 듀오"(Strong Duo)는 팬들이 마크와 해찬에게 붙여준 별명이며, "솔직히 진짜 약간"은 마크의 말버릇에서 가져왔다.

왼쪽부터 해찬, 마크. 두 사람은 '+82 프레신'을 함께 불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왼쪽부터 해찬, 마크. 두 사람은 '+82 프레신'을 함께 불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레인쿠버' 가사로는 순수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크의 모습을 그렸다. "중학생 때 걸어 다녔지" "중학교 쌤 내게 말했지, 잘될 거라고"의 가사로 과거를 회상하다가, "중학교 때 돌아간다면 하늘 보면서 빗방울에 입 맞출 거야"라고 노래한다.

신께 '가장 귀한 것'인 '첫 열매'를 드린다는 데서 착안한 앨범명을 포함해 신실한 기독교인인 마크의 면모가 묻어나는 것도 이번 앨범의 특징이다. 마크 어머니가 직접 피아노로 연주한 멜로디가 흐르는 '맘스 인털루드'에서 마크는 직접 말한다. '더 퍼스트프루트'가 "신앙적인 것"을 담은 앨범이라고. 앨범 땡스투 마지막을 장식한 말은 "하나님 아버지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였다.

그룹 활동에서 랩 포지션을 주로 맡은 마크에게 대중이 기대하는 분위기의 곡이 아닐까 싶은 역동적인 힙합 트랙 '라이처스'. 오직 한 분의 하나님만을 섬기고(I serve only one God hol up), 내가 하나님의 사람(man of God)이라는 하나만은 확실하다며 신앙을 드러낸다. '프락치'에서도 마크는 '신은 나의 힘'(God is my power)이라고 외친다.

타이틀곡 '1999'는 경쾌하고 펑키한 팝 트랙으로, 댄서들과 꾸미는 뮤지컬 같은 퍼포먼스가 특징이다. NCT 공식 트위터타이틀곡 '1999'는 경쾌하고 펑키한 팝 트랙으로, 댄서들과 꾸미는 뮤지컬 같은 퍼포먼스가 특징이다. NCT 공식 트위터
정직하게 '본인'을 파고든 앨범이라면, 해당 아티스트가 그만큼 흥미롭고 매력적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주목받을 테다. 이런 부분이 '팬'이 아닌 청자에게는 다소 높은 진입장벽이 될 염려를 모르지 않았겠지만, 마크는 아티스트로서 '작가주의적' 면모를 펼치는 데 적극적이었다. 물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K팝 아이돌' 정체성 역시 고스란히 담았다.

'더 퍼스트프루트'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아티스트 마크와 자연인 마크를 깊이 알고 이해하는 사람일수록 더 풍부한 감상이 가능하나, 설령 팬이 아니더라도 '음악' 그 자체를 즐기게끔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앨범이 유기적이다. 4개 도시에 맞춰 수록곡을 배치했음에도, 첫 곡 '토론토스 윈도'부터 마지막 곡 '투 머치'에게 모두 알맞은 자리가 돌아갔다. 그 덕에 약 36분짜리 앨범을 무리 없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브라스 세션이 귀에 감기는 펑키하고 경쾌한 팝 장르의 '1999'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것부터 뻔하지 않다. 주로 보컬보다는 래핑을 더 자주, 많이 들려줬던 마크는 '1999'에서 '가성'을 원 없이 쓴다. 마크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룹 멤버들 역시 이 곡의 '의외성'에 놀란 것 같다며, 모두가 "'1999' 같은 곡을 예상하지 못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더 퍼스트프루트'는 발매 첫 주 판매량 54만 장을 기록, 하프 밀리언셀러가 됐다. NCT 공식 트위터'더 퍼스트프루트'는 발매 첫 주 판매량 54만 장을 기록, 하프 밀리언셀러가 됐다. NCT 공식 트위터
또렷한 발음으로 귀에 때려 박는 랩이 중심인 곡은 '프락치'와 '+팔이 프레신' 정도다. 깨끗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레인쿠버'엔 밝고 싱그러운 보컬이, 기타 두 대와 베이스만으로 구성된 미니멀한 사운드의 '루저'엔 짙은 쓸쓸함이 배인 보컬이 담겼다. 크러쉬의 감미로운 음색을 더한 '와칭 티브이'는 마크의 랩과 보컬은 물론 약간의 연기 톤이 들어간 내레이션이 고루 포함됐다.

'와칭 티브이'처럼 한 편의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춘 '저니 머시스'는 '모든 것'이 되어 주길 바랐던 연인을 실망시킨 스스로가 밉다고 고백하는 가사의 몰입도가 높다. 전부 영어로 쓰인 '투 머치'는 항상 '넘치는 사랑'을 주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노래로, '1999'처럼 마크의 가성이 킥이 돼 준다.

앨범의 1/4을 차지하는 인털루드도 저마다의 개성을 지녔다. '마크 : 1999, 토론토'(MARK : 1999, Toronto)라는 프로모션 영상으로 선공개된 '토론토스 윈도'는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가 작·편곡했다. "그저 충실히 해야 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을 뿐 "더 자세하게 꿈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첫 솔로 앨범을 내고 나니 비로소 "새로운 눈"으로 "내 인생"을 "훨씬 더 이해하게 됐다"라는 마크의 진솔한 고백이다.

타이틀곡 '1999' 뮤직비디오 캡처타이틀곡 '1999' 뮤직비디오 캡처
뉴욕에서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가 된 모임 '써클'을 언급하는 '플라이트 투 뉴욕시티'는 비행기 탑승 시 나오는 내레이션과 이륙 신호음, 배경으로 깔리는 비트가 은은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트랙이다. 마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인 어머니가 직접 친 피아노 멜로디와 일상적인 대화가 담긴 '맘스 인털루드'는 마크가 "실제로 앨범에 수록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현재 가장 좋아하는 곡"('할리우드 리포터' 인터뷰)이기도 하다.

프로모션 일정이 쓰인 티셔츠로 '더 퍼스트프루트'의 시작을 알린 마크는 '홈커밍 파티' '리스닝 세션'과 쇼케이스를 개최해 팬들을 만났다. 마크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앨범 발매 소식을 알렸는데, 그중에서도 유튜브 예능 '디바마을 퀸가비'에서 만든 '1999'의 '힙레'(힙합+발레) 버전 안무가 특히 화제를 모았다. 직관적이면서도 따라 하기 쉬운 안무여서 관련 챌린지가 쏟아지기도 했다.

"내 자식 같은 앨범"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달라고 당부한 '더 퍼스트프루트'는 발매 첫 주(초동) 판매량 54만 장을 넘겼고, '쇼! 챔피언'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까지 음악방송 3관왕을 기록했다. 스포티파이 '톱 앨범 데뷔 글로벌'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의 '다운로드' 및 '싱글 세일즈' 차트에도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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