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번째 단독 콘서트 '밸런스'를 연 아이린&슬기. 레드벨벳 공식 트위터그룹 레드벨벳(Red Velvet) 최초이자 유일한 유닛 레드벨벳-아이린&슬기가 15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밸런스'(BALANCE) 마지막 날 공연을 열었다. 아이린&슬기, 또 아이린과 슬기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펼친 장이었다. 레드벨벳 멤버 둘이 뭉친 레드벨벳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레드벨벳과는 '다른' 색채를 지녔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이린&슬기는 지난달 26일 나온 두 번째 미니앨범 '틸트'(TILT)의 동명 타이틀곡으로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왓츠 유어 프로블럼?'(What's Your Problem?)(Feat. 쥴리 of 키스오브라이프) '이리지스터블'(Irresistible) '걸 넥스트 도어'(Girl Next Door) '트램펄린'(Trampoline) '헤븐'(Heaven)까지 새 앨범에 실린 6곡 전 곡 무대를 빠짐없이 공개했다.
레드벨벳이라는 팀명에 걸맞은 강렬한 붉은 조명과 붉은 폭죽을 동원한 '틸트' 무대 다음으로는 미니 2집 수록곡 '필 굿'(Feel Good)을 들려줬다. 댄서들이 만드는 마름모꼴을 배경으로 가운데에서 추는 독무가 인상적이었던 '필 굿'은 곡의 성질을 분류하자면 '벨벳'에 가까운 곡이었다. 발매 5년이 지난 지금의 아이린&슬기에게 더 잘 어울리는 성숙함이 배어있었다. '점프 점프 점프 점프 온 잇'이라는 후렴이 중독적인 '트램펄린'은 서늘한 분위기의 곡이었다.
2020년 데뷔한 레드벨벳-아이린&슬기는 그해 첫 번째 미니앨범 '몬스터'를, 올해 5월 두 번째 미니앨범 '틸트'를 발매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중반부에 선보인 '이리지스터블'은 의자를 활용한 안무가 주된 관전 요소였다. 신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돋보였다. '왓츠 유어 프로블럼?'과 '헤븐'은 둘 다 레이저 활용이 눈에 띄었다. 전자는 양적으로 풍부한 느낌이었다면, '헤븐'은 아이린과 슬기가 각자 선 위치에 맞춰 삼각형 모양을 길게 늘어뜨린 연출은 선보였다. 스탠딩 마이크를 썼던 '걸 넥스트 도어'에선 "너만의 길을 뚜벅뚜벅 가"라는 가사가 귀에 꽂혔다.
아이린&슬기의 첫 번째 콘서트였기에, 최근 발매된 미니 2집뿐 아니라 5년 전에 나온 미니 1집 곡 무대도 팬들 앞에서 선보이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당시 데뷔곡 '몬스터'(Monster)와 후속곡 '놀이'(Naughty)로 활동했으나, 코로나 '거리 두기' 정책으로 관객석은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미니 1집 수록곡 역시 반가웠다. 공연 초반부 돌출 무대로 이동해 보여준 '다이아몬드'(Diamond)는 두 멤버의 음역과 잘 맞아서인지 확실히 '착 붙는' 느낌이 강했다. 누워서 춤추는 댄서들의 움직임, 무대 가장자리를 바라보는 아이린&슬기의 시선 처리에 호응이 뒤따랐다.
아이린&슬기 단독 콘서트 '밸런스'의 첫 곡은 '틸트'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손동작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텃팅 댄스를 전면에 내세운 '놀이'도 기다리던 무대였다. 왜 여러 수록곡 중에서도 '선택'받아 활동했는지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팔을 움직이면서도 때로는 정확한 각을 맞추는 것에, 때로는 흐르는 듯한 유려함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며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후반부 외에는 두 사람만이 무대를 꽉 채운 것도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의 시작을 알린 '몬스터'도 기대만큼 좋았다. 상대방의 꿈속에 들어가 노는 불멸의 몬스터 이야기를 다룬 이 곡은 강렬한 덥스텝 사운드가 백미였다. 강한 카리스마가 묻어나는 보컬, 댄서들과 한 몸이 된 듯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완성하는 퍼포먼스를 즐겁게 감상했다.
듀오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대칭되는 안무를 하거나, 둘을 같이 봐야 완전해지는 안무 비중이 높았다. '비 내추럴'(Be Natural)이 대표적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공개 연습생 제도인 '루키즈' 출신인 아이린과 슬기는 2014년 7월 유튜브를 통해 '비 내추럴' 퍼포먼스를 공개한 바 있다.
아이린&슬기는 11년 전 루키즈 시절 퍼포먼스 영상으로 공개한 '비 내추럴' 무대를 콘서트에서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11년 전에 최초로 보여줬던 무대를 아이린&슬기 두 사람의 이름을 건 단독 콘서트 무대에 올리는 것이었기에, 팬들의 함성이 유난히 컸다. 노래는 차분하지만 고난도의 동작이 다수 포함된 파워풀한 안무 덕분에 S.E.S. 원곡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 '비 내추럴'을, 2025년의 아이린&슬기는 여유롭게 소화했다.
슬기는 "그것(2014년 버전)을 똑같이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라며 "대박인 건 여기(공연장에) 또 재원 오빠가 오셨다. 직접 영상을 찍어주신! 기분이 묘하실 것 같은데, 어떻게 보셨으려나"라고 말했다. 아이린은 11년 전 루키즈 아이린&슬기 '비 내추럴' 영상을 본 사람, 그때부터 좋아했던 사람이 있는지 물어 환호받았다.
두 장의 미니앨범을 낸 아이린&슬기는 마지막 트랙 '언커버'(Uncover)를 제외한 미니 1집 수록곡도 모두 무대로 펼쳤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각자 낸 솔로 앨범 수록곡 무대도 공개했다. '2집 가수'인 슬기는 '프레잉'(Praying) '데드 맨 러닝'(Dead Man Runnin') '롤린'(Rollin)(With My Homies) '베터 데이즈'(Better Dayz)를 선곡했다.
슬기가 솔로 구간에서 '데드 맨 러닝' 무대를 하는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슬기가 데뷔 후 처음으로 작사해 발표한 '데드 맨 러닝'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장르는 알앤비(R&B) 팝 댄스곡이었지만 붉은 조명을 배경으로 혼자서도 넘칠 듯이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록 스피릿'도 느껴졌다. 조명을 조절해 댄서들을 실루엣으로만 존재하는 듯한 연출도 이 곡의 매력이 잘 드러난 순간이었다.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롤린'은 환기가 돼서 신선했다.
지난해 첫 미니앨범을 낸 아이린도 솔로 무대를 꾸몄다. '스트로베리 실루엣'(Strawberry Silhouette) '콜링 미 백'(Calling Me Back) '카칭'(Ka-Ching) '스타트 라인'(Start Line) 순서였다. 앞 두 곡이 팝 알앤비 댄스곡이었다면, 뒤의 두 곡은 한층 밝은 팝 댄스곡과 팝 밴드 곡으로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생기발랄하고 상큼한 '카칭'을 듣고 나서는, 왜 아이린이 이 곡을 두고 팬들에게 "저보다 더 좋아하지 않나"라고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각자의 솔로 무대는 타이틀곡으로 마무리했다. 아이린은 '라이크 어 플라워'(Like A Flower)를, 슬기는 '베이비, 낫 베이비'(Baby, Not Baby)를 선곡했다. 경쾌한 아프로 리듬과 몽환적인 사운드가 어우러진 '라이크 어 플라워'와 펑크 베이스와 시원한 전자 기타 음을 중심에 둔 '베이비 낫 베이비'는 확실히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솔로' 아이린과 슬기의 추구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린이 솔로 무대를 하는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첫 콘서트 '밸런스'를, 아이린은 "여러분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드리는 정말 혜자 콘서트"라고 소개했다. 슬기가 "진짜 다 보여드린 것 같다. 아슬 곡 다 보여준 게 맞는 것 같다"라고 하자, 아이린은 "다 보여줬다. 탈탈 털었다"라고 거들었다.
슬기는 "저희가 해 보고 싶었던 것도 많았고 어떻게 하면 또 다른 느낌으로 차별화된 느낌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면서 무대를 만들어 갔다. 저희 연습할 때도 열정이 엄청났다. 차근차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재밌더라"라고 돌아봤다.
아이린은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 의견을 내고 실현하는 게 약간 재밌었고 좀 느낌이 뭐라고 해야 될까, 음… 더 열정도 생기고 음… 다음에는 이렇게 해 봐야겠다, 저렇게 해 봐야겠다 (하는) 아이디어가 생겨서 그런 게 좋았던 거 같다"라고 전했다.
팬들의 '미래' 떼창 이벤트 후, 앙코르 요청을 받고 다시 아이린&슬기가 등장해 '젤리'(Jelly)를 불렀다. 2층부터 플로어까지를 두루 돌며 더 가까이에서 팬들을 만났다. 마지막 구간은 '레드벨벳 메들리'로, '빨간 맛'(Red Flavor)과 '짐살라빔'(Zimzalabim)으로 흥겹게 마무리했다.
15일 열린 마지막 날 공연에서 팬들은 아이린&슬기를 위한 카드섹션 이벤트를 준비했다. 레드벨벳 공식 트위터앙코르 무대를 준비하면서 울컥했다는 아이린은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성취감이 있고, 보람이 있고… 이런 거 느껴본 적 있죠? 그런 감정을 받아서 잠깐 울컥했는데,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어서, 그리고 여러분들이 제 옆에 있어 주셔서 정말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린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슬기와 콘서트를 함께 준비한 모든 스태프, 자리를 빛낸 관객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제가 지금까지 사랑받으면서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너무 감사하고 여러분들한테 멤버들이 응원해 주는 것에 감사하다"라고 한 슬기는 "진짜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음에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 날 공연에는 레드벨벳 웬디, 조이가 응원 방문했다. 팬들은 떼창 이벤트와 카드섹션 이벤트, "아주 오래 슬며시 함께하자♥"라는 손팻말 이벤트 등으로 화답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아이린&슬기는 7월 4일 싱가포르, 7월 12일 마카오, 7월 19일 방콕, 8월 3일 타이베이, 9월 13일 쿠알라룸푸르, 9월 24~25일 도쿄 등 아시아 투어로 총 7개 지역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