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슈퍼쇼 10'을 개최한 그룹 슈퍼주니어. 슈퍼주니어 공식 트위터"슈퍼주니어(SUPER JUNIOR)는 아이엔지(ING), 진행형이라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밝은 미래를 기약하며, 렛츠 고!" (이특)
2005년 프로젝트 그룹으로 시작한 슈퍼주니어가 자체 브랜드 공연 '슈퍼쇼 10'(SUPER SHOW 10)으로 20주년을 화려하게 자축했다.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프로젝트성 다인원 그룹, 높았던 예능 활동 비중, 트로트 장르까지 끌어안은 특색 있는 유닛 활동 병행까지, 지금은 익숙하지만 20년 전만 해도 흔치 않았던 생소한 시도를 꾸준히 해 온 슈퍼주니어는 사흘 간의 단독 콘서트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슈퍼쇼 9' 이후 2년 만인 '슈퍼쇼 10'은 2008년 시작한 '슈퍼쇼'가 처음으로 맞은 '두 자릿수' 시즌인 점, 20주년에 열린다는 점에서 멤버들과 엘프(공식 팬덤명)에게 뜻깊은 콘서트였다. 20년 동안 쌓은 경험과 역량을 집약해, '평균 나이 40세'에도 이런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에서 '슈퍼쇼 10'이 열렸다. 시야제한석까지 매진돼 사흘 간 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 공연 마지막 날이었던 24일, 슈퍼주니어는 30곡 넘는 꽉 찬 세트 리스트를 바탕으로 3시간 반 넘는 공연을 선사했다.
슈퍼주니어는 3일 내내 케이스포돔 공연을 시야제한석까지 매진시켰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10'을 뜻하는 로마자 'X' 형태의 돌출 무대는 이번 '슈퍼쇼'가 10번째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무대 장치였다. 20주년에 펼쳐지는 10번째 공연을 위해 은혁은 세트 리스트와 퍼포먼스 구성, 신동은 VCR 연출, 이특은 관객 인터랙티브 기획, 예성은 스타일링 아이디어, 희철은 악기 연주를 각각 맡아 공연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 7월 발매한 '슈퍼주니어 이오'(Super Junior25)를 비롯해 한국 정규앨범만 12장 보유한 슈퍼주니어였기에, 공연 초반과 후반 각 5곡씩 묶인 구간을 타이틀곡으로만 채우는 게 가능했다.
전반부는 이들의 출발점이 된 데뷔곡 '트윈스'(Twins)(Knock Out)부터 '유'(U) '너라고'(It's You) '블랙 슈트'(Black Suit) '마마시타'(MAMACITA)(야야야)가 장식했다. 최신곡인 '익스프레스 모드'(Express Mode)부터 '미스터 심플'(Mr. Simple) '미인아'(Bonamana) '쏘리 쏘리'(Sorry, Sorry) '돈 돈!'(Don't Don)이 앙코르 직전 구간에 배치돼 열기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메가 히트곡 '쏘리 쏘리'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지만, 막상 공연을 보면서는 슈퍼주니어가 20년 동안 상당히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슈퍼주니어 규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주니어 동해.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주니어 려욱. SM엔터테인먼트 제공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와 강렬한 사운드, 퍼포먼스를 특징으로 하는 SMP(SM Music Performance) 장르의 '트윈스'나 '돈 돈!'부터 슈퍼주니어 특유의 펑키한 스타일을 표방하는 '미스터 심플' '미인아' '마마시타', 서정성이 돋보이는 '너라고' '너 같은 사람 또 없어'(No Other), 세련된 댄스곡 '유', 데뷔 초의 귀여움과 풋풋함이 매력적인 '미라클'(Miracle)과 사랑스러운 '메리 유'(Marry You)까지.
슈퍼주니어 곡 중 가장 비장한 분위기의 '슈퍼맨'(SUPERMAN)은 "슈퍼주니어는 원래 맨 자만 빠진 이름 하여 힘쎈돌이 슈퍼맨" "우린 규모도 최고 스케일도 최고 뭐든지 최고가 아니면 안 돼" "열정도 최고 정신력도 최고 누가 우릴 감히 끌어낼 텐가" 등 자신감과 재치가 넘치는 가사에서 그룹을 향한 자부심이 묻어나와서 인상적이었다.
슈퍼주니어-해피의 '파자마파티'(Pajama Party), 슈퍼주니어-M의 '미'(迷)(ME)(Korean Ver.), 슈퍼주니어-T의 '로꾸거!!!' 등 유닛곡 무대도 포함해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앞으로 읽든 뒤로 읽든 똑같은 어구가 반복되는 가사,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멜로디의 '로꾸거!!!' 무대 때는 "여러분 일어나셔야 할 거 같다"(은혁) "'로꾸거!!!'는 못 참지"(신동)라며 팬들의 열정적인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신작인 정규 12집 수록곡도 전곡 9곡 중 7곡이나 선보였다. 댄서블한 사운드와 중독성 있는 후렴구를 지닌 업템포 클럽 팝 곡 '익스프레스 모드'는 슈퍼주니어가 표현하는 '쿨함'이 잘 나타났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미니멀한 비트 위 키치한 탑라인이 어우러진 '헤어컷'(Haircut)은 슈퍼주니어의 스타일리시함을 응축한 곡이어서 즐겁게 감상했다. 이미 많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준 '20주년 가수'에게서 여전히 더 나올 새로움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슈퍼주니어 시원.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주니어 신동.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주니어 예성. SM엔터테인먼트 제공거대하고 강렬한 레이저 쇼로 시선을 붙든 EDM 인터루드 후에는 '디엔에이'(D.N.A.)와 '록스타'(Rockstar) '아차'(A-CHA) 무대가 연달아 나왔다. 마치 EDM 페스티벌이나 EDM 클럽에 온 것 같은 신나고 짜릿한 편곡이 발군이었다.
무엇보다 '아차'는 슈퍼주니어의 실력과 관록, 입담에 기댄 무대여서 눈에 띄었다. 멤버들이 한 명씩 '깜빡 잊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아차!' 하고 곡을 반복하는 흐름이었는데, "콘서트인데 다이어트 안 했다!"(신동) 등 '예능에 강한 그룹'에 걸맞게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내 웃음을 유발했다. 덕분에 려욱은 하이라이트 고음 구간을 여러 번 반복해야 했지만 탄탄하고 짱짱한 라이브를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이번 '슈퍼쇼 10'으로 약 7년 만에 무대에 함께한 희철의 복귀도 관전 포인트였다. '나에게서 타로점을 봐 너의 이상형 찾아봐 줄 테니'라는 파트 때, 희철은 부채 소품을 활용한 원곡 퍼포먼스를 그대로 선보였다. '쏘리 쏘리' 무대에선 도입부 드럼 연주와 마지막 웃음소리를 담당해 노래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토크만으로도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는 후일담을 숱하게 듣고 갔음에도, 슈퍼주니어는 실망시키지 않는 '티격태격 티키타카'를 자랑했다. 공연 중간 다친 규현을 배려하면서도 이를 토크 소재로 유쾌하게 풀어나가는가 하면, 누군가 말할 때 아니다 싶으면 한 마디씩 말을 보태며 대화를 이어갔다.
슈퍼주니어 은혁.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주니어 이특.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슈퍼주니어 희철. SM엔터테인먼트 제공"애인이라기보다 규현 같은 내가 되고 싶어"(희철) "난 엘프밖에 없지" "눈 감고 엘프 그려요"(은혁) 등의 개사로 멤버와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고, 열정적으로 춤을 춘 관객에게 망설임 없이 "성공!"이라고 외쳤다. 이날 생일이었던 예성은 "저를 찍어주세요"라며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는 공연을 위해 내린 '결심'을 앞다투어 말하기도 했다. "제가 오늘 큰 결정을 내렸다. 덮머(앞머리를 내려 이마를 덮은 머리)를 했다"라며 얼굴을 감싸 쥔 시원은 "무대에서 머리를 내리는 횟수가 많았으면 좋겠나? 뭐 엘프가 원한다면야"라고 전했다.
"엘프야!!!!"라고 큰 소리로 인사한 규현은 본인도 큰 결심을 했다며 오늘 처음으로 카페인을 먹었고, 콘서트를 위해 일주일 동안 금주했다고 밝혔다. 이특은 "안녕!"이라는 인사를 한 호흡으로 길게 빼는 방식으로 폐활량을 자랑했고, 와중에 멤버들은 화음과 비트박스를 곁들여 완성도를 높였다.
그룹의 리더인 이특은 이번 공연과 슈퍼주니어의 20주년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3일의 공연 사실 저희에게 쉽지 않은 공연이다. 저희 멤버들의 나이 수만 합쳐도 360살이 다 된다. 평균 나이 40세가 넘어가는 현존하는 아이돌 최고 고령 그룹,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라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슈퍼주니어는 24일 공연에서 총 31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이어 "'쟤네 안 될 거야. 지쳤을 거야. 무대 한두 곡 하고 토크만 할 거야' 할 텐데 아니다. 저희들의 무대를 보시고 '어머, 제발 그만해!' '쟤네 저러다가 20년 30년 더 하겠어' 하고 느끼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이특은 "저희가 15년 전부터 '너희는 늙었다, 너희는 못 한다, 너희는 끝났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까지 (오늘) 20주년 왔다"라고도 덧붙였다.
체조경기장 3일 공연이 팬들의 사랑 덕으로 열린다는 것을 안다고 운을 뗀 신동은 "우리가 이 큐시트대로 3일을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던 거 같다. 아까 '돈 돈!'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갑자기 뒷골이 당기더라. 진짜 운동 더해야겠단 생각을 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여러분들 사랑 덕분에 저희가 있는 것"이라며 "신동, 슈주 많이 사랑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고음 폭격기로 활약한 려욱은 시작할 때보다 낮아진 목소리 톤으로 소감을 이어갔다. 그는 "오늘 정말 이 공연장을 꽉 채워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정말 변함없는 거는 우리의 마음과 여러분들의 사랑이지 않을까 싶다. 정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저희 20주년을 기념해 주고 또 함께 울고 웃고 또 추억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슈퍼쇼 10' 공연 현장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팬들에게 큰 함성을 요청한 동해는 "항상 매일매일 여러분들의 이런 아름다운 목소리가 그립다"라며 "(이번 공연) 여러분들이 정말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들 맘에 드셨나"라고 물었다. 팬들은 "네!"라고 화답했다. 동해는 "저희가 부족한 모습이 있어도 여러분들이 항상 칭찬해 주시고 아껴주셔서 저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함께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슈퍼쇼 10' 일정이 나온 후 마지막 날 공연과 본인 생일이 겹친 걸 보고 '이렇게 특별한 생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는 예성은 "그게 다 여러분들을 만나려고 했던 여정인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예성은 "여러분들을 만나려고 제가 오늘 태어났다. 감사하다. 이제 '슈퍼쇼 10'의 여정이 시작됐고 곧 있으면 200회도 하고 앞으로 쭉 할 테니까 행복한 추억 만들자"라고 부연했다.
'덮머' 시원은 "20주년이라는 게 참 아직도 믿기지 않는데 제가 저희가 여러분들한테 할 수 있는 거는 무대 위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랑 가끔 이렇게 머리 내리는 모습이랑 기도해 드리는 것밖에 없는 거 같다"라고 밝혔다. 이날 교회에 가서 예약 기도를 걸어놨다며 3초만 눈을 감아달라고 팬들에게 부탁한 시원은 "여러분들의 사랑이랑 관심 덕분에 저희가 존재한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24일 서울 마지막 날 공연은 3시간 30분 넘게 이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아임 식'(I'm sick) '헐트 헐트'(Hurt hurt) '위 에브리바디 투게더 아임 해피'(We everybody together I'm Happy) 등 아픈 상황에서도 유머를 포기하지 않은 규현은 "너무 이 우산이랑 의자까지 준비해 주셔서 안 아프면 안 될 것 같다. 아픈 척하고 있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때 '못 채우면 어떡하지' 걱정했다는 규현은 "3일 내내 시야제한석까지 채워주셔서 '와, 우리 슈주 앞으로 30주년까지도 이건 무조건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라고 전했다.
희철은 "제가 요즘에 방송 많이 하면서 우리 슈퍼주니어 멤버들이랑 엘프 팬들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더라, 저도 모르게.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들이고 사랑하는 팬들이다.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소중함을 약간 모르지 않았나"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오래오래 이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라며 "우리 앙코르를 할지 안 할지 저는 모르지만 한다면 또 재밌게 불태워보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슈퍼쇼' 공연 때 마흔이 되어도 곁에 있어달라고 했는데 정말 40살이 됐다는 은혁은 "(그땐) 슈퍼주니어를 할 수 있을지, 슈퍼쇼를 이렇게 할 수 있을지 정말 아무 생각도 못 하고 꿈같은 이야기처럼 했는데 그 꿈이 현실로 있는 거 같아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20년 차 가수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체조경기장 저 사이드까지 2층, 3층 꽉 채워 주셔서 저희도 많이 놀랐고 모든 주변 스태프분들, 회사 관계자분들도 다 놀랐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엘프가 짱"이라며 "3일 동안 너무 행복했다"라고 전했다.
사흘 간 서울 공연을 마친 슈퍼주니어는 오는 9월부터 '슈퍼쇼 10'으로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 슈퍼주니어 공식 트위터마지막으로 멘트의 주인공이 된 이특은 "대표님도 오시고 이사님도 많이 계시는데 제가 진짜 말씀드리는 거다. 20주년을 거쳐 간 많은 아티스트분들 계시겠지만 혹시나 저희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마음 있으면 20주년 선물을 좀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해 멤버들에게 야유를 받았다. 이에 신동은 "특이 형 이사 좀 한 번 만들어 달라. 저희는 다 괜찮다. 이특씨를 이사로 추천한다"라고 해 환호받았다.
이특은 "가장 중요한 게 하나 있다. 앙코르는 언제 하나. 이 자리에서 한 번 픽스(확정) 지어보는 건 어떤가"라고 했고, 은혁은 "지금 저희가 확답을 받아내자"라고 거들었다. 이특은 "탁영준 대표님, 많은 엘프들이 원한다. 저희 월드 투어 돌고 나서 앙코르 가능한가?"라고 물었고 OK 하자, 은혁은 "여러분들이 다 들으신 거다"라고 말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슈퍼주니어는 9월 홍콩, 자카르타를 시작으로 내년 3월 사이타마지 전 세계 16개 지역에서 '슈퍼쇼 10' 투어를 진행한다.